의료기기 국산화 화두…CT·소모품 등 '경쟁력'
2022년 윤석열 정부 첫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주요 의제 부상
2022.12.28 06:02 댓글쓰기

2022년 윤석열 정부 첫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느 때보다 의료기기 ‘국산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이전 국정감사에서 공공의료기관 등 의료기기 노후화에 대한 지적은 다수 있었으나 의료기기 국산화 주장은 생소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고령화 진행, 인구구조 변화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불화수소 수출 중단, 요소수 품귀 현상 등이 부각되면서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의료기기 시장을 ‘안보’에 빗대 설명하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MRI·CT 등 특수 의료장비뿐만 아니라 수술 장갑처럼 단순 소모품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적잖다는 사실도 나타나면서 의료기기 국산화는 마땅히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의료용 장갑 등 소모품, 해외 의존도 높아


일반적으로 MRI·CT 등 특수 의료장비 등은 기술력의 차이 때문에 국산화가 쉽지 않다는 견해가 많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의료용 장갑 등 소모품조차도 해외 의존도 높았다.


전(前) 보건복지위원장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의료기기 국내 시장규모는 9조1341억원 수준이었는데, 이중 수입점유율은 67.05%였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17년 6조1978억2000만원, 2018년 6조8178억7400만원, 2019년 7조8039억1000만원, 2020년 7조5316억9400만원, 지난해 9조1341억4600만원 등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같은 기간 수입점유율도 63.78%, 62.76%, 62.14%, 69.41%, 67.06% 등으로 증감을 반복했다.의료기기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기준 의료기기 1958개 품목 중 국내 생산이 전혀 없는 품목은 725개였는데, 이중 첨단 의료기기는 치료용하전입자가속장치(약 1632억원), MRI(약 6623억원), 다초점 인공수정체(약 2563억원), 뇌혈관내색전촉진용보철재(547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수술용 장갑(약 193억2000만원), 유리주사기(약 162억8424만원) 등도 전량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유사시 이 같은 의료기기 수입이 정지될 경우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료기기 국산화 필요성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마스크 및 개인보호장구 등 대란을 상기시킨 것인데, 실제로 지난 2020년 1월 미국 의료용 의류 주요 생산업체인 카디널헬스(Cardinal Health)는 중국에서 생산된 의료용 가운 910만개를 교차 오염 위험을 이유로 리콜했다. 


이후 미국 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의료기관 내 의료인력들은 쓰레기 봉투를 개인보호장구로 사용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기업이 태국에서 수입한 의료용 장갑이 오염돼 수백만 개의 의료용 장갑을 폐기하는 등 취약한 의료기기 공급사슬이 연일 알려졌다.


김민석 의원은 “기술 수준이 높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제품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 수준의 제품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고 팬데믹, 독감 등 의료수요 변동 예측도 매우 어렵다”고 우려했다.


MRI 어렵지만 CT 경쟁력 ‘충분’


일반적으로 특수 의료장비는 우리나라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MRI는 아직 미치지 못 하고 대형병원에서 쓰는 고정형 CT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도 있으나, 나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적잖다.


데일리메디가 범부처의료기기사업단으로부터 입수한 국내 의료기기 현황에 따르면 모바일 CT의 경우 세 가지 제품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엘앤씨바이오의 파이온 2.0이다. 부위한정용전산화단층엑스선촬영장치(2등급)인 파이온 2.0은 기존 CT 대비 1/4 수준으로 방사선량을 낮춰 환자들 피폭 부담을 줄였다. 


또 인공지능 영상처리기술을 기반으로 우수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고, 파이온 1.0보다 넓어진 보어 사이즈로 전신촬영도 가능하다.


근골격계, 척추영상, 코로나19 폐렴 진단 등 흉부영상 진단이 가능한 파이온 2.0은 2015년 10월 품목인증 획득 후 2020년 1월 CE인증(MDD), 같은 해 3월 흉부영상진단 기능을 추가했다.


㈜바텍 스마트엠도 부위한정용전산화단층엑스선촬영자치(2등급)다. 두부, 경추, 팔, 다리, 관절 부위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하고, 폐렴 진단 기능도 있다. 


전신 CT(MDCT) 대비 1/10 수준으로 피폭선량이 줄었으며 언택트 지단을 위해 스탠딩 CT로 개발했다.


다양한 진료환경에서 응용 가능하도록 AI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엠은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과제를 수행 중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미국 의료기기 자회사인 뉴로로지카의 옴니톰도 보위한정용전산화단층엑스선촬영자치(2등급)다. 


내부 직경을 기존 대비 확대해 뇌수술용 고정 장치를 부착한 상태로 촬영이 가능하고, 7세 이하 소아 환자의 경우 전신 촬영도 할 수 있다.


광자계수검출기술에 따라 뼈, 혈전, 플라크, 출혈 및 두개 내 종양을 잠재적으로 정확하게 시각화하고 분할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지난 2020년 2월 국내 수입인증 획득 후 올해 3월 FDA 510(k) 승인, 같은 해 10월 CE 인증까지 획득했다.


만만찮은 의료용 소모품…“임상시험 등 투자 있어야”


주요 소모품 회사로는 ㈜제노스, ㈜나이벡, 에이비메디컬(주), ㈜노블바이오 등이 있다.


㈜제노스 풍선확장식관상동맥관류형혈관형성술용카테터(4등급)는 협착성 관상동맥을 확장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풍선이 달린 제품이다. 


약물코팅풍선을 이용해 좁아진 혈관 부위를 넓혀주는데, 국내 최초 PTCA 벌룬카테터와 DCB 카테터 전(全) 공정 국산화 개발 기업이다.


㈜나이벡의 흡수성치주조직재생유도재(4등급)는 자체 개발한 펩타이드와 고순도 콜라겐 기능 활성 물질을 융복합한 기능성 바이오 소재로 안전성이 입증돼 다양한 분야로 적용이 기대된다.


광반응성 펩티콜-이지그라프트 의료기기 개발 및 염증환경 조직재생을 극대화 할 수 있는데, 올해 10월 임상연구윤리위원회(IRB)에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에이비메디컬(주)의 검체수송배지(1등급)는 채혈을 위생적으로 용이하게 하기 위한 튜브로, 시약과 젤 등을 미리 충진하고 진공을 설정해 밀봉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배지조성 성분 권고에 맞춰 조성한 것으로 방사선 멸균을 통해 사용 전 배지 무균 상태가 보장된다. 미국임상검사표준연구원(CLSI) 가이드라인에 준해 바이러스 회수율과 보존율이 검증됐다.


㈜노블바이오 검체채취용도구(1등급)는 짧은 시간 내 구강, 비강 등에서 체액, 분비물 등을 채취하는 면봉 형태 도구다. 


기존 의료용 면봉처럼 타액을 흡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포집을 채취하는 방식이다. 채취부 크기에 따라 약 150ul에서 200ul 내외를 정량적으로 채취할 수 있어 진단 오류를 최소화한다.


이렇듯 CT, 의료용 소모품 등에서 나름의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이 있으나 이들이 자생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임상 활용 등 투자가 이뤄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품질, 성능 등이 좋고, 안전성, 유효성 등 임상 결과가 명확한 걸 쓸 수 밖에 없다”면서도 “중국에서는 저렴하게 생산해 유통시키다 보니 품질이 올라가고 정부 지원도 적잖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국산 의료기기 성능이 좋아지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임상시험 등 논문들이 뒷받침 될 수 있도록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부처의료기기사업단 관계자도 “MRI, CT 등과 같은 큰 장비뿐만 아니라 엑스레이, 초음파 등도 의원급이나 병원급에서 많이 쓰인다”며 “대형병원에서도 의료기기 구입 시 국산 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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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08.14 12:28
    진짜 국산화 필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응급실인데 죄다 수입산 장비들이네요 ....
  • sg 01.04 14:00
    위 기사 중 수술용 장갑 수입액에 0이 하나 더 붙은 것 같아요. 가장 최근 자료인 2021년 의료기기 생산 및 수출입 실적 통계에 나오는 수입액(USD)과 2021년 평균 환율로 계산하면 10배 더 많게 잘못 계산이 된 것 같네요.
  • 구교윤 01.04 16:38
    안녕하세요 데일리메디입니다.

    지적해주신 부분은 확인 후 바르게 수정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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