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령사회 돌입" 간병비 급여화 모델 촉각
기저질환 보유 고령층 지속 증가로 간병 수요 폭증…"사회적 차원 논의 필요"
2022.09.02 12:30 댓글쓰기

[기획 3] 현 정부에서 간병비 급여화 정책을 추진할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취하게 될까.


국내외 사례를 검토했을 때, 주로 요양병원 및 장기요양기관 에서 서비스를 받는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급여 도입이 먼 저 예상된다.


지금의 요양기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가정할 경 우, 최소 연간 수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 요가 있다.


최근 이손경영연구소 손덕현 소장이 제안한 바에 따르면 간병 인의 인건비를 현재 다른 건강보험 급여 항목과 같이 환자 본 인부담 20%를 적용한다면 약 4조원의 예산이 요구된다.


2021년 기준 요양병원 평균 허가병상수를 토대로 추산했을 때 병상 수는 27만6375병상이며, 여기에서 선택입원군 및 의료경도군과 같이 간병인이 필수적이지 않은 환자군을 제외 하면 약 19만명의 간병 수요가 존재한다.


이를 간병인 1명 당 6명의 환자를 3교대로 돌본다고 가정했 을 때 필요한 간병인 수는 15만598명이며 2022년 최저임금 을 적용하고 80%를 국가가 부담한다면 연간 4조3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만약 환자 본인부담을 50%로 높인다면 연간 2조7000억원까 지 절감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의료중증도 외에도 각종 급여 제한 조건을 추가하거나, 환자 본인부담을 더 높이는 방안도 있지만 여전히 조 단위의 예산 소요를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적자를 기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제기돼 온 간병비 급여화에 대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 해 왔다.


“요양병원형 간호간병서비스 도입 필요”


또 다른 방안은 요양병원에 맞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별도 로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최근의 논의 이전부터 제기된 바 있는 이론이다. 2019년에 개최됐던 ‘요양병원 간병비 부담 해결을 위한 요양 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당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순구 원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특례 규정을 두어 요양병원에 적합한 별도의 간호간병통합서 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 방식은 다른 방안에 비해 형평성 논란이 적으며, 수가 제도 및 서비스 모델을 합리적으로 설정한다면 재정적으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명순구 원장은 “요양병원형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도는 인력 기준의 설정과 인력 확보 및 수가 반영 등 복잡한 문제들을 함 께 해결해야 하므로 요양병원 운영 및 수가체계에 대한 재조 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의 특성과 실정에 적합한 별도의 수가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요양병원에 적합한 간호간 병통합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명 원장은 “사적 간병 부담과 간병서비스 질 문제는 경제적· 신체적·정서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절실한 해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우선 간호사는 일반 병원에 비해 의료필요도가 상대적으로 낮 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배치 기준 인 1:12보다는 낮게 설정한다.


또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춘 간병전담인력을 필수적으로 배치 하고, 간호조무사는 일반 병원과 같이 의무 규정을 두지는 않 되 간호사의 3분의 2 범위에서 대체 가능토록 한다.


요양병원 입원 기준 정립을 통해 사회적 입원 환자들을 요양 시설로 전환하고, 요양시설 입소자들 중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자들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한다면 간병인력도 이에 따라 이동할 것이므로 간병인력의 확보 문제도 상대적으로 줄어든 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기능 재정립을 전제할 경우 추산되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수는 20만5600명, 필요 요양보호사의 수는 10만2800 명으로 집계된다. 이들 전체의 인건비는 연간 약 3조원으로 역시 막대한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사회통합돌봄 위한 지원주택 모델


한편, 요양기관 중심이 아닌 재가 서비스 위주의 지역사회통 합돌봄 차원의 접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건강보험연구원의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위한 지원주택 모델에 따르면 앞서 언급됐던 독일의 수발보험 사례와 같이, 고령 사회를 먼저 경험한 국가에서는 시설 건설 대신 대안적 주거 자원을 확산하면서 비용-효과적인 서비스 제공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5년까지 통합돌봄 구현을 위해 4대 핵심 요 소로 ▲주거인프라 확충 ▲방문의료 및 방문건강서비스 ▲지 역 자율형 전달체계 ▲차세대 노인장기요양보험 구축을 제시 하고 있다.


노인에게는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서 비스 차원의 주거자원 인식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시설 및 병 원에 입원·입소를 예방하는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케어안심주택과 같은 개념이 모 호한 상황이다.


영국이나 미국은 정부와 계약한 민간기관이 설립 주체가 돼서 일상생활 및 가사 등을 지원하고 복약 관리를 하기도 한다.


스웨덴은 일반주택에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70세 이상 노인 을 대상으로 지원주택 혜택을 주고, 일본은 독립적 생활이 가 능한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며 건강관리 등은 부가서 비스로 필요시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고령자를 위한 공공주택을 8만호 가 량 공급하며 이 중 1만호는 서비스가 연계된 고령자 복지주책 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3년간의 선도사업을 통해 16개 지자체에서 공급 된 케어안심주택은 598가구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노인세대에서 자가 소유 비율 및, 아파트와 같은 집합주택의 거주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특성을 고 려하면 건강·요양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주거자원을 서 비스 제공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안 했다.


전문 간병 서비스 업체에 따르면, 간병비는 환자 중증도에 따 라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 내외로 책정되고 있다.


장기간의 간병이 필요한 고령 환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이 같 은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다. 또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이 갈 수록 증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앞으로 간병 수요는 폭발 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병의 질 관리는 점차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환자 및 보호자의 비용 부담을 차치하더라도, 노인들이 많은 요양기관에서 발생하는 각종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지 면서 문제가 누적된다.


결국 낙상 혹은 집단감염, 환자 폭행, 화재 사건 등 각종 질 관리 문제가 불거지며 또다시 모든 요양기관에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


앞으로 간병 문제를 개인의 역할이 아닌 사회적인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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