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보건의료 빅데이터 빗장 풀기 우려 커'
'보험사 악용 가능' 신중론 제기…복지부도 고민
2019.09.18 12:1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두고 시민단체는 개인정보 악용을 거듭 우려했다.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정보' 관련 토론회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은 물론 보안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개인건강정보를 활용하는 정부사업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무산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영국 NHS 케어 데이터 사업은 의원과 병원 및 지역사회 사회서비스 데이터를 모두 연계해 의료데이터의 2차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업 내용을 주민들에게 고지하자 대상자 중 2.2%에 해당하는 100만여명이 정보제공 거부 신청을 했다. 결국 이 사업은 2014년 2월 중단됐고 추진단은 평가기관에 사업 검토를 의뢰했다.

2016년 보고서 권고에 따라 사업은 최종 폐기됐다.

이상윤 연구위원은 "데이터가 안전하게 관리된다는 대중의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사업 폐기 원인을 짚었다.

그는 "데이터 사용 과정과 결과가 투명해야 하고 대중이 신뢰할 만한 연구에 데이터가 사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이익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중의 공감을 얻은 후에도 고도로 민감한 개인건강정보를 다루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윤 연구위원은 "보건의료 개인정보는 한번 유출되면 그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며 "성병과 낙태 혹은 정신질환 병력 등 민감한 내용은 사회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에 유출될 경우 악용의 소지가 더욱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이 개인건강정보를 참고해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도 있다"며 "또 보험사의 경우엔 상품 가입을 제한하거나, 상품 자체를 보험사측에 유리하게 디자인해 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건강정보 비식별화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개인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비식별화 조치를 취하지만 사실 병력을 조합해 개인을 특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천식과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35세 남성'이라는 정보가 있을 때, 이를 통해 해당 병력을 가진 개인을 특정하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는 공익 목적에 국한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데이터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는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지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적으로 통제된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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