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고도의 맞춤화 전략으로 의료계 혁신
기존 공정으로 제작 힘든 환자 맞춤형 혁신제품 개발 정교한 시술 가능
2019.08.17 06:35 댓글쓰기

세계경제포럼이 꼽은 10가지 유망 기술 중 2013년부터 연속 선정된 주인공은 3D 프린팅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래 유망 융합 이슈 10선 중 하나로 3D 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제조 기술을 선정했다. 금년 1월부터 본격 시작된 규제샌드박스라는 혁신 기술 규제 완화 정책에서도 3D 프린팅을 빼놓을 수 없다. 잉크젯 프린트의 잉크 대신 바이오 잉크로 인공 장기와 같은 3차원 인쇄물을 뽑아내는 의료용 3D 프린팅. 고도의 맞춤화 전략으로 의료계에 더 나은 치료법과 제조 혁신을 불러올 이 기술을 조명해봤다. 
 

의료계에서 3D 프린팅은 의료영상(CT, MRI, 3D스캐닝 등)에서 나온 설계를 통해 프린터로 의료기기 및 주변기기를 제조하는 기술을 뜻한다.

주로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치과에서 인공관절, 성형재료, 의료용 가이드, 장애용구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의료용 결과물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교육용으로 환자 또는 인체 모형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수술 시뮬레이션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음은 보청기를 비롯해 의족, 의수, 틀니 등의 부착형 의료기기다.

세 번째는 삽입형 의료기기로 인공관절, 골절합용판, 두개골 성형재료, 인공안면아래턱뼈, 추간체유합보형재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은 조직 및 장기를 생체 적합 소재로 3D 프린팅하는 바이오 분야다.

의료용 3D프린팅 기술의 주요 장점은 기존 공정으로 제작이 곤란한 환자 맞춤형 혁신 제품을 개발해 더욱 정교한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환자와 같은 모델을 만들어 수술을 미리 연습해 수술 에 따른 위험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한다. 인체 복제 후 임상실험에 적용되면 생명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외에 공급망을 축소해 필요 운전자본과 재고를 감축시키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보청기·치아교정기부터 이식용 인공뼈까지 제작
초장기 의료·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은 수술 시뮬레이션용 모형이나 보청기, 치아교정기 등 비침습형 의료기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 후 손상된 조직의 재건과 재생을 위한 서지컬 임플란트 (Surgical Implants), 장기유사체, 인간 근육조직까지 3D 프린팅이 가능한?수준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이종원 교수팀에서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광대뼈 보형물을 환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의 광대뼈는 얼굴뼈에 생긴 종양을 수술로 떼어낸 후 움푹 꺼져 있는 상태였다. 의료진은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광대뼈를 이식해 환자의 얼굴을 원래 모양으로 회복했다.

보형물로는 몸 안에서 서서히 녹아서 없어지는 생분해성 재료를 사용했다. 이식 후 보형물을 점차 줄어들고 골막 에서는 뼈가 자라나 2년 정도 후에 뼈조직이 보형물을 대체하도록 설계했다.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이태훈 교수팀은 울산대학교 교원창업기업인 넥스트코어와 함께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을 활용한 환자맞춤형 코 성형수술 가이드를 개발했다.

수술 전 가상성형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을 거쳐 환자가 원하는 코의 모습을 결정한다. 3D 프린팅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맞춰 오차 없이 미세한 제작이 가능해 환자마다 다른 얼굴 형태에 맞춘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

이태훈 교수는 “이번 3D 프린팅을 이용한 수술 가이드의 사용으로 가상 성형과 수술 결과가 달라서 생기는 분쟁을 줄여 환자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이 때문에 가상 성형을 기피해왔던 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초기 주제인 맞춤형 보청기는 실리콘으로 귀를 본뜬 후 3D 스캐너를 이용해 귀 모양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수작업과는 달리 빠른 시간 내에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에 생산비용 줄어들고 환자 귀 모양의 스캔자료를 보관해 보청기를 분실하더라고 쉽게 재제작이 가능하기도 하다.

사람 개개인마다 치아 모양이나 구강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치아 보철물이나 임플란트에도 3D프린팅 기술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클라이너 치과의 투명교정 장치가 대표적이다.

의료진은 3D CT와 치과용 3D 스캐너를 사용해 환자 치아구조 데이터를 획득한 후 3D프린팅을 활용해 치과용 기공물을 제작한다.

치과 보철물의 경우 다른 보형물보다 훨씬 수준 높은 정밀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향후 3D프린팅이 적극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용 3D 프린팅의 최전선, 인공장기 개발

의료용 3D 프린팅의 최전선에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이 있다. 3D 바이오프린팅에서는 환자에서 얻은 세포를 배양해 바이오 잉크로 사용한다.

환자 자신의 장기와 생물학적 특징이 동일하기 때문에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외부 물질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증가하고 기증자는 줄어드는 현 상황과 장기이식의 거부반응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금년 5월 조 교수는 탈세포화한 각막 조직과 줄기세포를 섞어 만든 바이오잉크를 사용해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 각막을 선보였다.

기존 인공각막은 돼지 각막을 사용하거나 합성 고분자 등 화학물질을 섞어 만들어 이식 후 눈과 잘 융합되지 않거나 불투명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인간 줄기세포로 인공각막을 생산했을 시에도 투명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조 교수가 선보인 각막은 각막 유래 재료로만 만들어 생체에 적합하고 실제 사람 각막처럼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2016년에 조 교수는 3D 세포 프린팅으로 세계 최초의 인공근육 제작에 성공했다. 골격근 조직에서 세포만을 제외한 세포외기질이 바이오 잉크로 사용됐다. 이 바이오잉크에 줄기세포를 결합하면 실제 세포처럼 생명력을 얻는다.

제작된 인공근육은 실제 근육과 흡사한 움직임을 보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조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는 인공심장 조직 연구에 매진 중이다.

그는 “돼지 조직을 탈세포화시켜서 남은 세포를 패치식으로 만든 뒤 인간의 심장에 붙이는 기술”이라며 “이를 통해 죽었던 심장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성장 보장된 3D

프린팅 시장...지침 및 정책 필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세계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4배 이상 성장했다.

국제 3D 프린팅 시장은 2015년 기준 51.6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 164억달러 규모로 커지는 등 연평균 26%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의료·치과 분야 3D 프린팅 시장은 2015년 6.3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 12억달러 규모로 예측돼 2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전체 3D 프린팅 시장은 2015년 1815억원 규모에서 2020년까지 6244억원 규모로 연평균 22.9% 성장할 예정이다.

국내 의료용 3D 프린팅 또한 2015년 기준 474억원 규모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23%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이라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창현 정보관리기술사에 따르면 정부는 3D 프린팅 산업 활용 3대 분야가 소비재·전자(22%), 자동차 (19%), 의료·치과(17%)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의료용 3D 프린팅에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관련 지침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술사는 “3D 임플란트 수술 중 다수가 임상시험 차원에서 이뤄져 환자에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모델링을 통한 수술 시뮬레이션의 경우 연구자가 자비로 비용을 모두 충당하는 상황”이라며 연구자들이 지원비가 없어 연구를 포기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고 제작되는 것은 무허가 의료기기 제조에 해당돼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며 “3D프린터와 3D인쇄물로 인한 신제품 등 품목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현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심사부장은 “최근에는 AI, 3D프린팅 등의 기술이 적용되면서 다양한 의료기기들이 출시되고 있어 규제당국으로서 심사 전문성과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약처는 새로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회 등 전문가 집단과 협의체를 만들고 꾸준히 소통하며 노력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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