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부터 희소 의료기기, 국가 先(선) 구입·공급 실시'
양진영 안전국장 '소아심장병 인공혈관 부족 사태, 재발 방지 주력'
2019.04.08 05:3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소아심장병 수술에 필요한 인공혈관 확보를 위한 초기 대응이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전국장은 최근 전문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월에 인사 발령을 받은 양 국장은 5주간 인공혈관 대란 문제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 사건은 소아심장병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혈관 제품을 거의 유일하게 공급해오던 고어메디컬 한국지사(이하 고어사)의 철수로 인해 인공혈관 물량 부족으로 수술이 연기되는 등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불거졌다.

양진영 국장은 "지난 2017년 10월 인공혈관을 독점적으로 공급했던 고어사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당시 의료기기업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고어사는 국내 시장 철수 이유로 시장 수요가 적은 점 및 제품 가격 문제, 까다로운 GMP심사 등에 대해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어사가 철수할 당시 국내 여러 의료기관들이 많은 물건을 확보했다고 들었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게다가 제품 가격문제는 복지부의 소관 업무라 공동으로 대응하는 체계였다"고 설명했다.

양 국장은 "식약처 차원에선 GMP 심사를 담당하는데 어떤 업체든 예외없이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GMP 심사는 다른 나라들도 다 하는데, 유럽에선 매년 심사를 하고 우리는 한 번 심사를 받으면 3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타 국가와 비교하면 부담이 덜한 편이라 고어사 주장이 이해가 안 됐다"고 덧붙였다.

고어사 철수 당시 의료기관들이 인공혈관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고,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규제가 까다롭다고 판단하지 않아 서둘러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식약처는 학회나 환우 부모들로부터 인공혈관이 소진돼 소아 심장병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할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한다.
 
양 국장은 "인공혈관이 부족해 아이들이 자칫 잘못하면 수술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학회와 간담회를 하고 고어사 측에 직접 서한을 보내 20개의 인공혈관을 우선 공급하기로 약속을 받았고 미국 본사 방문 전(前) 화상회의를 통해 90% 정도 합의를 봤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달했다.

이어 "인공혈관을 비롯해 봉합사 등 긴급 필수품목에 대해 공급 받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절차도 논의했다"며 "이번 사태를 겪으며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 예상 의료기기 리스트 점검·재고량 파악 등 법·제도 기반 선제적 시스템 구축"

실제 식약처는 오는 6월부터 희소 의료기기 공급 대책으로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제도’를 시행한다. 인공혈관, 뇌혈관용 스텐트 등 희소 의료기기 부족 시 국가가 우선 구입해 신속 공급하는 방식이다.

양 국장은 "6월부터 시행할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제도’를 통해 희소 의료기기를 지정하고, 이들 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을 때 국가가 나서서 구입해 빠르게 공급할 계획"이라며 "국가가 선제적으로 물품 확보에 나서고, 그 비용은 이후 환자나 의료기관에 청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단체나 학회, 기관, 부처 등을 망라해 함께 논의하고 공급 부족이 될 만한 의료기기 리스트를 점검하며 재고량을 파악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이 마련되면 이번 사건처럼 갑자기 의료기기를 구하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예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희귀의약품센터에서도 개인이 사기 어려운 의약품을 리스트화해 국가가 구매하고, 그것을 환자나 의료기관에 전달한 다음 일정금액을 구상받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재원이 풍부하면 국가가 모두 부담하겠지만, 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다보니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제도를 통해 수입된 의료기기는 일반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한 의료기기 수입 절차와 심사 등이 면제되는 혜택이 부여된다. 

그는 "국가가 직접 구매에 나서기에 일반 수입업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의료기기 가격 부문은 복지부 소관"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기기 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국장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영세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높다"며 "식약처는 안전성을 기반으로 하되 불필요한 규제를 풀면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지원할 방안을 찾고 있다. 혁신의료기기, 체외진단의료기기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들이 국회 관문을 잘 통과하면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식약처는 법 제도가 만들어지면, 그 위에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정비에 집중해서 업체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건강 증진에도 기여하는 제도 구축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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