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현실성 없는 정부 감염대책 답답'
'손실 보상책도 제시 안하면서 병상 30~40% 줄이라고' 불만 토로
2015.11.16 20:00 댓글쓰기

 

 

의료계가 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후속대책에 대한 현실성 부족과 재정확보 부재에 분통을 터트렸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 의료계 전문단체들이 16일 국회에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통해 현장의 불만을 토로했다.

 

먼저 6인실 위주의 입원실 구조를 4인실 이하로 전환하고,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 1인실 음압병상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정부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병원이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유경호 진료부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의 4인실 전환 및 음압병상 설치에 따른 기존 병원들의 소요비용 및 공간 활용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유 부원장은 “서울소재 700병상 규모의 A 상급종합병원이 정부가 제시한 감염대책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공간 확보를 위해 병상 43%를 줄여야 하며 매년 450억원의 손실이 이어진다”며 “340병상의 B 종합병원의 경우 28%의 병상을 줄여야 하고 이에 따라 매년 350억원의 손실이 예상됐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시설개선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병상 감소에 따른 의료기관의 손실 감소, 이에 따른 인력 감축 등을 생각하면 두렵기까지 하다”며 “신축을 하는 병원들에 대한 기준이라면 모를까 기존의 병원들에 이 같은 요구를 떠넘기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부총리가 했던 메르스 약속은 어디로 갔나”

 

또한 의료계는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가 약속한 국가방역체계 구축 대안들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데 불만을 토로했다.

 

의학회 김윤 기획조정이사는 “시간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메르스 발병 당시 범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들 중 아직까지 지켜진 약속들이 거의 없다”며 “부총리, 복지부 장관 등이 나서 확보하겠다던 역학조사관에 대한 내년도 예산은 0원”이라고 지적했다.

 

병협 이왕준 정책이사는 “메르스가 확산되자 대통령은 의료계에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부총리도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후 나온 정부의 대책들을 보면 용두사미가 따로 없다”며 “시설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지원,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한 수가보전 등이 따라줘야 하는데 재정마련은 안 따라준다”고 토로했다.

 

이 정책이사는 “우리가 감염관리를 몰라서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대책마련은 선택과 시행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이 같은 지적이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들로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 회의감을 내비쳤다.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은 “사실 이 같은 논의들이 오늘이 처음이 아니라서 새삼스럽지도 않다”며 “메르스를 겪으면서 앞서 지나간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등에서 논의됐던 감염대책마련의 데자뷰가 아닌가 싶었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매번 감염병이 발병할 때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급급하다보니 구조적인 개선이 안 되고 있다”며 “국가적인 대비책 부재에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재정 마련 없이 개선 불가…정부차원 논의 필요”

 

정부의 메르스 후속대처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은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의료서비스 수요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역시 병원에만 모든 비용을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의 패널로 나선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개선안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수반돼야 한다”며 “소비자들도 정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담 비용을 높여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황 부회장은 “문제는 수가를 논의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조차 전체예산 추정이 없다는 것”이라며 “개선책을 시행하려면 보험재정에서 부담을 하는지, 병원이 감당을 하는지, 국가재정이 투입돼야 하는지 등을 논의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대대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복지부에 한정된 논의가 아닌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왕준 정책이사는 “현재 구체적인 안건들이 감염병대책협의체에 대다수 이관됐는데 여기에 참석하는 의료계 관계자들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감염병 대책은 복지부가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섰다. 중앙정부, 청와대 나아가 국민여론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 역시 “감염병 대응책은 여러차례 나온 이야기들이지만 기금에 대한 조성이 중요한 포인트다. 정책담론으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감염병은 재난으로 보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토로에 대해 복지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공표한대로 개선책을 하나 하나 시행 중이고 중앙정부와도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이재용 과장은 “단언컨대 정부가 약속한 대책은 모두 시행되고 있다”며 “역학조사관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미 인원확보 계획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예산 편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과장은 “병원들 부담이 높다는 점은 협의체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은 복지부 이슈가 아니라 국가 이슈로서 점검하고 부진한 과제는 독려하는 작업이 시행되고 있다는 측면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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