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암 발생‧전이 과정 세계 최초 규명
분당서울대병원 김지원 교수팀, 표적항암제 선택 도움
2023.02.08 10:13 댓글쓰기



정상 담낭세포가 담낭암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다윈 진화론에 따라 클론을 추적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표적항암제를 선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팀은 정상 담낭 상피세포가 전암성 병변을 거쳐 원발 담낭암, 전이성 담낭암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이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종양 클론의 시간‧공간적 변화 추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로, 환자에서 보다 효과적인 표적항암제를 선택하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담낭(쓸개)은 지방의 소화를 돕는 쓸개즙을 농축‧저장하는 주머니다. 여기서 생기는 암세포의 덩어리를 ‘담낭암’이라 불리는데, 전세계 평균 발병률은 암 중에서 20위로 낮은편이다. 


하지만 한국(8위)을 포함한 태국, 중국, 칠레 등 일부 국가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상당수가 진행된 후에 발견되기에 완치가 쉽지 않다.


최근 암 관련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를 겨냥한 표적항암제 치료가 각광받고 있지만 환자마다 암 세포가 달라 적절한 표적항암제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암 세포의 내성 기전을 이해하려면 암 발생 및 진화과정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지만 그 동안 담낭암 발병 및 전이 기전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이에 김지원 교수팀은 전이성 담낭암으로 사망한 환자 2명을 신속 부검해서 다수의 정상조직, 전암성 병변, 원발암 및 전이암 병변을 확보해 연구를 시작했다.


또한 담낭암 환자 9명을 추가로 분석해 담낭암 발병 및 전이 과정을 규명하고자 했다.


그 결과, 암 전단계인 전암성 병변에서부터 세포들의 돌연변이 분포가 매우 다양했다. 하나의 전암성 병변은 돌연변이 분포에 따라 여러 개 세포군집(클론)으로 구성되는데, 클론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이긴 클론이 선택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즉, ‘다윈 진화론’에서 ‘적자생존 원칙’ 또는 ‘선택적 싹쓸이’라 불리는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원발암으로 변하게 된다.


원발암을 구성하는 클론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돌연변이를 획득하면서 여러 클론으로 진화하며, 이후 경쟁에서 이긴 클론이 선택되고 그 중 일부가 다른 장기에 전이된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 1개 또는 클론 1개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암세포 또는 클론이 동시에 전이됐다.


전이된 암세포나 클론 역시 ‘돌연변이 획득’ – ‘다양한 클론 진화’ – ‘경쟁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연구팀은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담낭암 환자의 신체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기에 담낭암의 치료가 어려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담낭암을 치료할 때 가능한 종양 클론의 시간‧공간적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최적의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게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강민수 교수는 “담낭암의 대표적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암성 단계부터 존재하지만 돌연변이 중 상당수는 암세포 일부에서만 관찰된다”고 말했다.


이어 “표적항암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히 돌연변이 존재 여부만 확인하지 말고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종양 클론의 시간과 공간적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신저자인 김지원 교수는 “연구결과를 실제 환자에서의 치료 효과로 연결하려면 각각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약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신 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환자 두 분과 유가족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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