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어려운 전이성 유방암환자 치료 흐름은
韓-美 권위자 '생존기간 연장 위한 에리불린 등 단일항암요법 세계적 추세'
2019.02.12 05:5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국내 전이성 유방암환자 5년 생존율은 34%로 0~2기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재발과 치료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저하되기 쉽다.
 

지난 2017년 한국갤럽의 설문 결과,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가장 바라는 치료 결과는 생존기간 연장(51.1%), 삶의 질 개선(부작용 고통 경감, 일상생활 유지 등, 42.2%)이었다. 


해외에서는 유방암 조기진단은 물론, 전이성 유방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한 단일 항암화학요법이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선 치료 예후가 불량한 전이‧진행성 유방암 환자에 대해 조기 유방암 환자와 달리 병용항암화학요법보다는 단일항암화학요법이 전신치료에 권고된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있어 세계적 권위자인 한국 김성배 교수(서울아산병원 유방암센터)와 미국 조이스 오샤네시 교수(미국 Oncology Research Network 회장‧배일러-새먼스(Baylor-Sammons) 암센터 유방암 연구회장)에게 기존 임상 경험과 앞으로 치료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Q. ESCON 미팅 취지 및 주요 내용, 그리고 오샤네시 교수 방한 배경은


김성배 : ESCON은 아시아 각국의 암 전문의들이 주요 암에 대한 연구 결과와 치료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심포지엄이다. 올해 유방암 세션에서는 전이성 유방암의 글로벌 치료 현황을 논한다. 또한, 전이성 유방암에 있어 중요한 치료제 중 하나인 ‘할라벤(성분명 에리불린)’의 국가별 치료 경험을 공유하고 효과를 비교 검토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오샤네시 : 유방암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종양내과의사다. 미국 베일리대학 암센터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US Oncology Network 산하 유방암 연구회장으로서 유방암 관련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SCON 행사를 통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향후 치료전망 및 최신 치료지견을 공유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Q. 전이성 유방암 치료목표는 무엇이며, 치료현황(생존율 등)은 어떠한가


오샤네시 :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가 어렵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치료목표는 생존기간 연장이며, 종양 진행을 안정화시키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유방암과 달리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유지하는 환자가 많지 않다.


김성배 :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병은 아니다. 전이성 유방암의 특징 중 하나는 ‘Heterogeneity(다양성)’으로 환자들 임상경과도 다양하다. 과거 20~30년간 속도는 더디지만 전이성 유방암 치료성적은 생존기간 측면에서 분명히 개선이 있었다. 치료법이 점점 진보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치료가 가능함을 알리고 싶다. 


Q. 치료가 어려운 전이성 유방암에서 생존기간이 연장됐다는 것은 치료 수준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인데, 과거와 비교해 치료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했나


오샤네시 :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지난 4~5년 전과 비교해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큰 발전이 있었다. 환자 생존기간이 연장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결과고 가장 큰 변화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15~20%를 차지하는 HER2(인간상피세포증식인자 수용체2) 양성 유방암은 표적치료제의 개발로 PFS뿐만 아니라 OS까지도 개선됐다. 유방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ER(에스트로겐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CDK4/6 억제제가, 전이성 유방암의 약 15-20%를 차지하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PDL-1 계열 면역항암제가 PFS와 OS를 많이 연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배 : 과거 전이성 유방암 치료는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종양 진행을 막는데 그쳤다.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전이성 유방암 치료 성적이 좋아졌고 특히 예후가 좋지 않았던 HER2 음성 유방암 치료에 큰 발전이 있었다. 이 중 에리불린은 투여 방법이 간편하고 투약 시간도 짧아 환자 편의성이 좋으며, 치료 후 1년이 경과하고도 직장생활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환자가 늘어 환자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치료제다.



Q.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있어 단일요법이 권고되고 있는 이유는


오샤네시 :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가이드라인에서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 시 단일요법을 먼저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첫 번째 이유는 병용요법과 단일요법이 생존기간에 있어 큰 치료 효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독성 문제다. 병용요법은 단일요법 대비 독성 발현율이 높기 때문에 환자의 신체 쇠약감, 피로감 등을 유발하고 이는 삶의 질을 저하한다. 물론 환자 특성에 따라 예외도 있다. 폐 전이로 인해 호흡이 곤란한 환자는 병용요법을 먼저 시도하고, 증상이 완화되면 단일요법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삶의 질을 고려해 단일요법을 우선 사용하고 있다.


김성배 : 2000년대 초 한국에서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병용요법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다수의 임상연구 결과, 처음에 병용요법으로 강한 항암화학요법을 하는 것이 단일요법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생존기간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제 가이드라인과 같이 단일요법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내부 장기 전이로 진행속도가 빨라 위험한 환자에서만 예외적으로 병용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Q. 오샤네시 교수님은 에리불린 허가임상이었던 EMBRACE study를 포함해 다수 관련 연구를 진행했는데, 결과 및 시사점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오샤네시 : 안트라사이클린, 탁센 등 지금까지 많은 치료제들이 생존기간 연장을 위한 연구들을 진행했으나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에리불린은 허가 임상이기도 한 EMBRACE Study를 통해 TPC군(임상의가 선택한 단일 제제를 투여 받은 대조군) 대비 생존기간을 개선하였다. 그 이유는 기전 차이인데, 할라벤은 기존 약물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전으로 교차 내성이 없어 이전에 어떤 치료를 받았던 간에 에리불린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날 수 있게 해준다.
 

김성배 : 덧붙여 설명하자면, 에리불린은 표적항암제라 종양의 주변 환경을 바꿔주는 특성이 있어 후속 치료 효과가 더 잘 나타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올라파립, 탈라조파립 등의 단일요법이 기존 항암제 대비 좋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지만 일반적인 항암제 중 단일요법을 하였을 때 생존기간 연장을 증명한 치료제는 아직 할라벤이 유일하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단일요법 우선 사용”
“좋은 치료제를 조기 사용하지 못하는 데는 보험급여 여부도 영향 끼쳐”
“예후가 무조건 나쁜 것 아니고 좋은 치료옵션도 많기에 희망 잃지 말아야”


Q. 에리불린을 조기 사용하면 생존기간이나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 이점이 있는 것인가


김성배 : 전쟁에서 여러 가지 무기가 있을 때 어떤 순서로 쓸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항암 치료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는 효과 좋은 무기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맞지만, 치료법을 결정할 때는 환자의 몸 상태나 환자 선호도 등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장을 다니는 환자라면 치료 효과도 중요하지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절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환자와 상의하여 치료법을 선택한다. 또한, 국내에서 좋은 치료제를 조기 사용하지 못하는 데는 보험급여 여부도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
 

Q. 에리불린 단일요법이 적합한 환자는? 어떤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일 것으로 예견되나


오샤네시 : 에리불린은 거의 모든 아형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보이는 약제다. 전이성 유방암 중 가장 흔한 아형이 HER2 음성과 ER 양성인데, 이 아형의 환자들에서 에리불린 치료 반응률이 특히 높았고 좋은 결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 시 트라스트주맙(제품명:허셉틴)과 에리불린 병용요법이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리불린은 간 전이 환자에서 생존기간 데이터가 좋게 나타났다. 종양이 간이나 뇌로 전이되는 경우는 예후가 좋지 않은 사례인데, 에리불린이 간 전이 환자에서 생존기간을 연장했다는 연구 결과는 굉장히 의미 있는 데이터다.



Q. 국내에서 전이성 유방암 단일요법에 대한 접근성은 어떠한 수준인가


김성배 : 가장 흔히 사용하는 단일요법제제에는 탁산, 도세탁솔, 탁소텔, 에리불린 등이 있는데, 에리불린은 다른 치료제 대비 투약 시간이 2-5분 내로 짧고 입원이 필요 없어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에리불린은 적응증 허가는 2차이지만, 급여는 3차부터라 에리불린 2차 치료를 희망하는 환자들에게 비용적 부담이 있다.
 

Q. 한국 치료나 연구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국내 유방암 치료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오샤네시 : 한국은 임상연구 강국이다. 글로벌한 대규모 3상 임상연구에 한국이 다수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시작한 임상연구가 전이성 유방암 최적 치료제를 찾는데 기여한 연구들도 많다. 최근 한국에서 진행한 연구 중 전이성 유방암에서 항암제를 계속 사용하는 유지요법의 우월함을 나타낸 임상연구 결과는 본인을 비롯한 해외 연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김성배 : 현재 국내에 지역별로 임상연구센터가 9개, 글로벌 임상연구센터가 2개 있다. 국내 임상연구자들의 열정뿐 아니라 국가적인 지원으로 인프라가 마련된 것이 우리나라 임상연구 수준을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수준에 이르게 하는 요인이었다고 본다. 국내 임상연구자 간 교류가 활발하고 외국 임상연구기관과도 협력을 잘 하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 노력이 지속되어야 하겠고,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Q. 유방암 전이 환자 중 치료를 포기하려는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오샤네시 : 치료법 발전으로 지난 5년간 생존기간 및 환자 삶의 질이 많이 개선됐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도 양호한 삶의 질을 누리는 것이 가능한 시대다. 좋은 치료제로 종양의 진행을 멈추고 독성 발현을 막으면서 환자가 일도 하고 가족도 돌보는 시간을 상당 기간 가질 수 있게 됐다. 5년 이상까지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환자들도 있다.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있고 앞으로 더 좋은 치료법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치료를 시도해보는 것이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성배 : 과거보다 전이성 유방암 1차, 2차 치료옵션이 훨씬 많아졌다. 주변에 전이성 유방암을 앓는 간호사 환자가 있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근무도 하고 있고, 치료 후 5년이 경과했는데도 재발 등 문제가 없어 이제는 유방암 재건술까지 고려하는 환자도 있다. 전이성 유방암이 예후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고 좋은 치료옵션도 많기 때문에 희망을 잃지 않고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잘 유지해서 치료와 일상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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