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응급의료센터, 격(格) 맞는 옷 입을까
법 개정 통해 ‘정책지원 기구’ 지위 인정…NMC 조직 개편 시선 집중
2023.03.07 06:18 댓글쓰기

대한민국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인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법적으로 ‘정책지원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오랜기간 위탁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부서 형태로 편제돼 있던 탓에 ‘응급의료기관’으로 오인되던 현실을 타개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지난 달 24일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응급의료기관에서 제외하고 그 설치‧운영 및 위탁 근거를 담은 응급의료법 시행령이 전격 시행됐다.


이번 시행령의 핵심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역할을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정책지원 기관으로 명확히 하고, 설치·운영 및 위탁에 관한 근거를 마련한 점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체계 실무를 총괄하고 효율적인 응급의료 자원 관리 및 운영을 기치로 지난 2000년 발족했다.


재난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고 의료 대응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며, 응급환자가 적절한 장비와 인력이 있는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 간 전원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정보망 구축 △응급의료 통계조사 △응급의료 종사자 교육 △해외 재난 의료지원 △닥터헬기 등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모든 사항을 관장한다.


하지만 이처럼 국내 응급의료 컨트럴타워 역할을 수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3년 동안 위탁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부서로 편제돼 있던 탓에 정체성 혼란을 겪어야 했다.


실제 중앙응급의료센터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조직도 상에 공공보건의료본부 산하 부서 중 하나로 편제돼 있다.


효율적 응급의료체계 구축 및 가동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발족시킨 엄연한 독립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위탁기관에서는 부서 개념으로 운영돼 왔다.


이러한 구조 탓에 4000억원 규모의 응급의료기금 운용을 놓고 국립중앙의료원과 소모적 갈등이 지속되는 등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본연의 역할 수행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0여 명이 넘는 직원들 역시 센터 소속임에도 국립중앙의료원 부서에 편제돼 근무하는 기형적 상황을 감내해야 했다.


정부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공감하고,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중앙응급의료센터 지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법 개정을 통해 정책지원 기관이라는 역할을 명확히 한 만큼 이제는 위탁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이 그에 따른 후속조치에 나설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의 향후 결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의 조직도에서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현재로서는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오롯이 정책지원 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립중앙의료원장 직속 기관으로의 편제에 무게가 실린다.


많은 위탁기관을 운영 중인 서울대병원만 하더라도 보라매병원(서울시), 국립교통재활병원(국토부), 국립소방병원(소방청), 셰이크 칼리파병원(UAE) 모두 서울대병원장 직속 기관으로 편제돼 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상황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오는 20일 국립중앙의료원 품을 떠나 외부 건물로 이전할 예정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해외 의료진 사용하던 기숙사에서 업무를 수행했지만 노후화된 시설로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흔쾌히 예산을 배정하며 이사를 가게 됐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역할이 보다 명확해졌고, 사무공간도 이전하는 만큼 새로운 환경과 구조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완연한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법상으로도 위탁 운영이 아닌 보건복지부가 직접 설립, 운영할 수 있게 된 만큼 언제든 가능한 상황이다.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일단 국립중앙의료원이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 만큼 큰 틀을 바꾸기 보다는 현 시스템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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