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현장 의견 반영 부족…연속혈당측정 수가 미진
기기 보급 넘어 '교육 중요성' 재확인···"의사 사명감 아닌 적정시스템 구축 필요"
2022.10.11 05:12 댓글쓰기

[기획 상] 만성질환 관리 새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연속혈당측정검사와 관련한 수가가 금년 8월 첫 급여 문턱을 넘었다. 1형 당뇨병 환자가 보유한 연속혈당측정기(CGM)에 대한 상담 및 사용법 교육, 일정기간 사용 후 내원해 판독하는 행위 등에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된 지 약 두달이 지났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CGM 관련 수가가 없어 ‘교육·상담을 하고 싶어도 못 해주던’ 상황은 개선됐지만 기대감이 컸던 임상 현장은 아직은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신설된 수가가 여전히 낮게 책정돼 있고, 일부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형 당뇨병 및 임신성 당뇨병 등 학계에서 CGM 활용이 권고되지만 급여 항목에서는 배제돼 환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연속혈당측정기의 적정 활용을 포함한 의료계 시각과 진료현장 상황 등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2020년 국내 당뇨병 인구가 570만명을 넘었다. 당뇨병 유병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동안 당뇨병을 포함한 만성질환 치료 환경도 발전하고 있다. 


혁신 신약도 다수 출시·개발되고 있지만 고령층의 지나치게 많은 약물 복용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기기를 부착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GCM)가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했다. 


만성질환 분야 의사들은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치료 시 CGM 효과를 대부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의 활발한 활용은 예상보다 쉽지 않다. 

 

처방된 스마트 의료기기를 활용하다 보니 환자 본인의 이해도가 높아야 효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의료진 상담·교육·모니터링 등이 관건인데, 이러한 행위에 대한 수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CGM 구입비, 센서 등의 소모성 재료비 등은 지원됐지만 이를 활용하는 의사의 상담을 포함 한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이 없어 의료계는 관련 수가 신설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연속혈당측정검사 행위수가 신설을 예고한 데 이어 금년 8월 1일부로 CGM 관련 상담·교육·판독 행위가 급여화됐다. 그러나 현장은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수가 신설에도 범위는 제한적···개인 연속혈당측정기 교육 1회 '3만900원' 


우선 제한적인 급여 범위가 현장의 아쉬움을 키웠다. 보건복지부는 진료지침 및 우선순위를 고려해 개인용 검사 급여 대상을 기존 요양급여와 마찬가지로 제1형 당뇨병 환자에 우선 적용했다.  


의료기관이 보유한 전문가용 CGM으로 최소 72시간 이상 검사를 실시하고 판독소견서를 작성하면 4만1470원이 지급된다. 


환자가 소유한 개인용 GCM의 부착·사용법 교육 등의 행위는 최소 1회에 한해 3만900원, 일정기간 지속 활용 후 내원해 판독하는 행위는 1만7850원을 받는다. 판독 및 교육은 연간 최대 6회 이내로 제한됐다.  


개인용 CGM 구입 시 기본적인 설명은 판매업체로부터 들을 수 있을지라도 처방 과정에서 자세한 설명은 의료행위로, 의사가 해야 한다. 


센서 부착하는 법부터 측정된 혈당 수치를 이해하는 법 등 진료 시간에 환자에게 알려줘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은 실정을 감안하면 이번에 신설된 수가는 아직 공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 소재 개원의사는 “이전에는 교육 행위가 사실상 일종의 봉사였다”며 “그래도 수가를 전혀 받지 않다가 받게 됐으니 좀 더 양질의 교육을 하려고 노력하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고령환자들은 기기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교육 시간이 최소 20분 이상 걸린다”며 “현재 수가로는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명감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통일된 교육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실제 수가를 받지 않았던 행위에 투자할 여력은 당연히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있었다. ‘사명감’으로 임하던 의료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교육을 시행하다 보니 의료기관별로 질(質)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그나마 1형 당뇨클리닉을 개설, CGM 교육 및 판독을 별도로 진행하면서 운영되던 실정이기도 했다.  


“기기 보급이 전부 아니다”···CGM 교육 중요성 확인되는 진료현장


CGM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 뿐 아니라 당뇨병 전단계 등 만성질환 환자 치료 및 생활 습관 변화가 긍정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의료계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이에 관련 논의는 CGM ‘보급’에서 ‘교육’ 중요성으로 초점이 옮겨간 분위기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지난해 가이드라인에서 “CGM이 환자 혈당패턴을 교정하고 당화혈색소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교육 훈련, 추적관리 등과 함께 제공되면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최근 유지희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CGM 사용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제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 교육을 진행하고 대조군에는 CGM 기본 사용법만 알려줬다. 실험군에는 4·6주 차에 추가 대면교육, 10주차에 전화 교육 등의 혈당 패턴에 따른 대처법을 집중 교육했다. 


12주간 관찰 결과, 실험군은 적정 혈당 유지시간 달성률이 60%에서 60% 후반까지도 상승했지만 대조군은 8주차에 이미 CGM 착용 직후보다 적정혈당 유지시간이 줄었다. 


진상만 대한당뇨병학회 환자관리간사는 최근 당뇨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해당 연구를 소개하면서 “CGM 기기만 지급하면 자연스레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진정한 이득은 집중 교육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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