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이오 뛰어드는 대기업, '블루오션' 창출할까
양보혜 기자
2022.07.12 05:40 댓글쓰기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삼성, SK, GS, CJ, 현대, 롯데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바이오 열차에 서둘러 몸을 싣고 있다. 


대기업들은 등장과 함께 공격적인 투자와 투자처 물색에 나섰다. 이중 SK, GS, CJ 등은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특기인 제조업과 바이오를 결합해 위탁생산(CMO) 중심의 사업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성이 닦아 놓은 루트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한때 ‘대기업 무덤’으로 불리던 바이오 산업이 부흥기를 맞이하는 모습에 기시감이 든다. 2000년대 초 한화, 아모레퍼시픽, 롯데, CJ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 시장에 진출해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대기업들의 바이오 진출을 두고 ‘장미빛 미래’가 예고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화그룹은 2006년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착수했고, 한화케미칼이 오송에 바이오시밀러 생산공장까지 설립했다. 


그러나 생산할 제품이 특허에 막혀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2016년 결국 철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을 한독에 매각하면서 바이오 시장에서 발을 뺐다.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인수한 뒤 바이오 사업을 정리했다. 대다수가 신약 개발의 어려움과 불확실성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사업을 정리했다. 


그로부터 10~15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대기업들의 바이오 시장 진출 붐이 불고 있다. 이에 기대도 높지만 우려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불안하게 시장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 곳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출사표를 내민 기업들의 사업 계획에 어김 없이 등장하는 단어는 ‘CMO’다. 


CMO 사업은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도 이미 진출해 있고, 인도와 중국 등의 CMO 시장 진출도 잠재적 대외 리스크다. 


게다가 바이오 산업 성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바이오 신약’ 탄생은 CMO와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가 없다. 즉, CMO 경험이 신약 개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CMO 쏠림현상은 신약 개발에 써야 할 힘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실제 글로벌 매출 1위 신약인 애브비의 '휴미라'는 지난해 2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자본, 자원 등에 비해 실패 가능성이 높아 한번에 많은 투자를 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CMO 외에 좀더 전략적인 사업 투자 및 육성 계획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제약바이오기업이 신약 개발부터 판매 및 유통, 품질관리까지 도맡는 가내수공업 형태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달라졌다.


임상시험, 생산, 개발 등을 모두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CMO도 생산 및 제조 과정을 아웃소싱한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신약 개발 가치 사슬(Value Chain) 아래 자사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기존 플레이어가 도전하지 않은 사업 분야를 찾고 관련 바이오기업을 발굴,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제약사 임원은 "대기업이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업을 하느냐다. 플레이어가 많아도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는 사업 전략과 투자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적 사고가 뒷받침된다면 대기업들이 바이오 시장에 우후죽순 뛰어든다고 하더라도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고 리스크를 줄여 갑자기 철수하는 과오는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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