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속도전 코로나19 '신약 개발'
양보혜기자
2020.04.20 19:3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수첩]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며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우리나라도 민관이 '이인삼각(二人三脚)'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러스에 맞서는 우리의 싸움은 거대한 이인삼각 경기"라며 코로나 대응에 총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면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실제 백신 개발에 2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공동단장으로 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을 꾸렸다. 
 

제약·바이오업체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19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험관 내 실험결과까지 성과로 포장해 홍보하는 업체들이 하나의 방증이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해법이 신약 개발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경주마처럼 국내 업체들을 해외 각국 및 다국적 제약사들과 비교해가며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일인지 재고(再顧)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우선 '의약품'이란 재화의 특성 때문이다. 의약품은 자동차나 반도체와 달리 사람의 건강 및 목숨과 직결돼 있어 까다로운 허가와 심사제도를 거쳐 시판된다.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후보물질이 발견되면 개발을 시작한다. 시험관 내 실험을 거쳐 동물과 사람에 후보물질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엄격한 기준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점검한다. 

여러 해에 걸친 스크리닝 과정이 필수로 실시되는 이유는 살기 위해 먹는 '약(藥)'이 생명을 해치는 '독(毒)'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허가 받은 약이 시판 후 부작용 보고로 판매 중지 및 회수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으려고 복용한 약이 속도 경쟁으로 검증을 소홀히 해서 오히려 더 많은 환자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접근법을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RNA바이러스라는 측면도 걸린다. 인플루엔자, 에이즈, 에볼라, C형 간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도 모두 RNA바이러스다. 

이중 유일하게 인플루엔자(독감)만 백신이 개발됐지만, 70년이 소요됐다. 그러나 예방효과가 높지 않아 매년 맞아야 한다. 즉, RNA 바이러스가 내년 혹은 내후년을 목표로 정복될 수 있는 만만한 적수가 아니란 의미다. 

RNA는 안정적인 DNA와 달리 변이가 자주 일어난다. 쉽게 말해 스스로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모습이 달라지다 보니 공략법을 찾아도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실제 영국과 독일의 유전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3종의 주요 유전적 변이인 'A', 'B', 'C'가 출현한 것을 발견했다. 다양한 지역이나 국가에 사는 주민들에 적응해 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과제를 걸음마 단계에 접어든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에 풀라고 채근하는 일은 중학생에게 대학수학을 들이미는 것과 다름 없다. 수준에 맞는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할 때 학습능력이 향상된다. 

마지막으로 '비용 대비 이익'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경제성을 정확히 따지고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자.

코로나19 타깃 치료제가 전무하다보니 약(藥) 개발 시 무주공산인 국내외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상상외 큰 이익으로 단숨에 세계 제약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 이익이 큰 만큼 위험도 역시 높다. 
 
예컨대 약이 출시되는 시점에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재유행하지 않는다면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더라도 올해 말에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란 예측이 보도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로 증상 완화는 물론 완치 사례가 지속 보고된다면 신약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 외자사들이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이유다. 또 혈장치료를 통한 완치 사례도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신약을 출시하더라도 개발사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가가 책정될지도 의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약 가격 협상이 어렵기로 유명해 다국적 제약사들조차 신약 출시를 꺼린다.

따라서 신약 개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지금과 같은 접근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경제성이 부족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의약품을 어떻게 지속 개발, 공급해야 할지 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해결책 모색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 업계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연구개발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및 불필요한 규제완화, 연구개발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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