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성장통 겪는 대한민국 바이오제약
양보혜기자
2019.08.28 05:40 댓글쓰기

올해 상반기 내내 국내 바이오 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악재들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허가 취소 사태가 터졌다. 이어 바이오벤처 에이치엘비의 신약 임상 지연,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실패까지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숨을 고르던 찰나 이번에는 신라젠의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이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신라젠의 시총 2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개별 기업의 문제이지만, 이런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바이오업계 전체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불확실한 정보를 뻥튀기해 투자자들을 호도했다는 비판과 함께 '바이오 거품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바이오를 3대 중점 육성사업으로 선정,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터진 대형사고들로 인해 바이오 거품론이 지지를 받으며 국민적 기대는 냉소로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엔 아직 이르다. 일련의 사건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바이오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아니 겪을 수밖에 없는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최근 마련된 제약·바이오 CEO간담회에서 "인보사 사태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고치고, 제약·바이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기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불모지에 가까웠던 국내 바이오 산업은 지난 20여년 동안 LG, SK그룹 출신 등의 제약산업 전문가들이 세운 바이오벤처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성장해왔다. 

집념과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글로벌 제약사 혹은 국내 제약사들에 기술이전되면서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새로운 분야이기에 임상 승인, 심사 및 허가 등의 규제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고, 임상이나 기술수출 등에 대한 회계기준도 불명확했다. 

불명확하고 불확실하지만 시장성과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바이오 매력은 투자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임상 3상 진입, 라이선스 아웃 등의 뉴스가 뜨면 불나방처럼 주식 매입에 나서 주가가 요동쳤다.

이런 과정에서 바이오 산업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덩치를 키워가던 버블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에비엘에이치, 한미약품, 신라젠 등의 사건을 겪으면서 꺼지기 시작했다. 

'펙사벡 쇼크'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1일 시가총액이 3조5899억원에 달하던 신라젠의 주가는 8일 1조409억원으로 70% 넘게 급락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헬릭스미스, 메디톡스, 에이치엘비 등의 주가도 동반하락했다.


물론 일본의 무역보복, 미중 간에 무역 전쟁 등 대외 환경이 나빠진 것도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업종이 등락을 반복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 성장통이 바이오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보기 어렵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이번 위기가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주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보기술(IT) 산업 성장과정을 보면 실리콘밸리 1세대들이 IT산업 중흥기를 이끌면서 '닷컴 버블'이 생겼다. 미래 성장잠재력과 투기 수요가 결합해 만들어진 버블이 꺼진 후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알짜배기 스타트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도체와 같은 IT산업처럼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사실상 지금이 적기다. 바이오업계를 강타한 사건들을 면밀히 살펴본 뒤 이를 반면교사 삼아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존 합성의약품과 구분되는 바이오의약품 허가 및 심사에 대한 규제 정비, 바이오의약품 사후 관리를 비롯해 회계기준 개선, 공매도 규제 등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업계와 소통하며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은 위기 자체를 긍정하는 의미는 아니다.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하는지가 기회를 만드는 열쇠라는 뜻이다.

따라서 작금의 성장통이 대한민국 미래 바이오 산업에 유리한지, 아니면 불리한지는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잇달아 터지는 악재들이 역설적으로 바이오업계의 외형과 내실을 다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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