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2700병상도 부족한 서울아산병원
정숙경 기자
2017.01.26 12:30 댓글쓰기

지난 2008년 5월 2일. 아산사회복지재단 정몽준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서울아산병원 신관 개관을 알리는 테이프를 커팅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은 '2700병상'이라는 파격적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2000병상 규모의 초대형 병원 시대. 그 동안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소위 '빅5' 의료기관이 서로 자극을 주며 한국 의료 발전을 이끌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의료비 부담을 가속화해 국민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금도 제기되지만 치료 전문화에 기여하는 순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을 갖춘 772병상 규모의 신관을 선보인 후 10여 년이 흐른 현재 서울아산병원이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환자들의 수요를 감당하기에 힘에 부친 상황이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의 1일 평균 외래환자는 1만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국내 최대, 최다, 최고라는 수식어와 함께 질적 성장을 이뤘지만 그에 따른 환자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덩달아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몰려드는 환자들을 소화하기 버거운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연면적 46만188㎡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13층 서관 △지하 1층 지상 18층 동관 △지하 5층 지상 15층 신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신관 개관과 서관 리모델링 이후 동관의 경우 뇌신경, 신장, 심혈관, 폐, 내분비 등 암과 관계있는 질환 및 성인병 중심의 진료과로 환자 수요는 더 늘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다보니 증축에 대한 요구는 수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병원 한 교수는 “현재 동관을 이용하는 환자만 해도 엄청나다. 증축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반적으로 이견이 없으나 동관 자체 리모델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환자들을 수용하기에 병상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작정 병상을 늘릴 수도 없다. 게다가 현재 의료정책 하에서 병상 확대는 결코 쉬운 얘기가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부지 확보도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주차장 부지, 장례식장 등이 여러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 이견이 존재한다. 실제로 병원은 장례식장을 진료시설로 증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가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장기적인 관점이지만 '인구 감소' 전망은 병상을 늘리고 몸집을 키우는 것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2016년 12월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0세에서 14세 인구가 전년대비 2.06% 감소한 691만6147명을 기록했다. 600만명 대 진입은 사상 처음이다. 인구절벽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월 1일 박성욱 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출범한 신임 이상도 원장은 앞서 “글로벌 메디컬 컴플렉스 완공으로 임상의 질적인 향상은 물론 국내 연구개발 및 의료 산업화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신년사에서도 "고객의 눈높이로 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며 "병원을 찾아온 환자가 안정감을 느끼고 잘 진료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병원에서의 경험이 좋게 기억될 때 서비스가 명품이 될 수 있다"며 서비스 향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아산병원이 신임 이상도號 출범 이후 외연 확장을 위한 묘수를 찾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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