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거부 마녀사냥 오명 벗은 병원들
허지윤기자
2016.10.22 07:05 댓글쓰기

[수첩] “9월 30일 전북대병원이 고대구로병원으로 해당 사건의 환자를 포함해 어떠한 환자 전원 요청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잘못된 정보 유출이었다는 확답을 받았으며 현재 A매체의 기사는 정정 중에 있습니다.”


지난 달 30일 전북 전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옮겨진 두 살배기 아기와 할머니가 대형병원의 치료거부로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의당 비난의 화살은 진료를 거부한 ‘병원’으로 겨눠졌다. 보건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 카드를 꺼내들었고, 인터넷 상에는 ‘진료거부 병원 명단’이 나돌았다.


하지만 진료거부 명단은 제대로 확인을 거치지 않은 근거가 희박한, 사실상 루머에 가까운 정보였다. 거론된 일부 병원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적으로 수습에 나서야했다. 각 병원에 연락을 취했던 레지던트가 거론한 병원들은 여지없이 마녀사냥 타깃이 돼야했다.
 

당시 거론된 병원들은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단국대병원 △성빈센트병원 △세브란스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원광대병원 △을지대병원 △전남대병원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한강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16곳이다.


하지만 조사결과 7곳은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5곳은 아직 권역외상센터를 개소하지 않았거나 진료분야가 달라 환자를 수용하지 못했다. 심지어 2곳은 아예 전북대병원으로부터 전원 의뢰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잘못된 정보 공개로 인해 의료기관이 홍역을 치른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전북 순창시 모 의원 원장은 보건당국의 성급한 대응과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일회용 주사기나 내시경 장비를 재사용해 200여 명의 C형간염을 집단 발생케 한 의사로 낙인이 찍혔다.


확정되지도 않은 결과가 마치 사실인 양 알려지면서 순창 지역은 'C형간염 발병지'라는 오명을 써야 했고, 해당 의원은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입어야했다.


결국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졸속행정으로 괴담이 불거졌다"며 비판에 나서자 보건당국은 뒤늦게 "사실무근"이라고 시정했다.


물론 지난 메르스 사태가 남긴 교훈처럼 감염병의 경우 추가 환자 발생와 피해 확산 대비를 위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의 병원 명단 공개는 성급했다.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선 병원들을 향한 사회적 공분을 키웠고 이에 병원들은 잘못도 없이 진실규명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했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가 소아환자 사망사건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전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14곳은 ‘진료거부’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가 직접 병원들의 억울함을 풀어준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번 사건 연루로 인한 후유증까지 보듬지는 못했다. '진료거부 병원'이라는 오명으로 실추된 이미지 회복은 오롯이 해당 병원들의 몫이 돼 버렸다.

'공개의 덫'에 제대로 걸려든 셈이다. 여과되지 않은 날 정보는 '독(毒)'이 됨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매도성 정보가 나돌면서 그로 인해 애꿎은 병원을 잡는 행태는 이제 그만 지양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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