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의사와 치과의사 '경쟁'
유영민 기자
2016.09.20 06:45 댓글쓰기

[수첩]치과의사 진료영역이 얼굴 전체로 확대될 기세다.

대법원은 최근 치과의사의 안면부 보톡스 시술과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인정했다. 비록 안면부 시술 전면허용이 아니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판결이 던진 파장은 컸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은 치과대학 교과서에 안면부 미용시술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치과의사도 안면부 미용시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많은 의사들은 의사도 의료법을 배우니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던졌다.


더욱이 치과의사의 안면부 미용시술이 허용된다면 의사도 구강시술을 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피부과의사회가 구강미백학회를 창립하고 치아미백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도 어린이 치아 불소도포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일부 의사들은 스케일링부터 임플란트에 이르는 모든 구강시술을 하겠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을 곱씹어보면 의사도 치과 영역 진료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법원은 "안면부 시술이 치과 의료행위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고 보톡스 시술이 의사만의 업무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를 의사 입장에서 해석하면 "구강에 대한 시술이 의과 의료행위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고 구강 관련 시술이 치과의사만의 업무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다. 대법원은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이 일반 의사보다 사람의 생명·신체와 공중보건에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사의 구강 관련 시술이 치과의사보다 사람의 생명·신체와 공중보건에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대법원 판결로 의사와 치과의사가 일부 분야에서는 진료영역을 구분질 수 없게 됐다. 대한피부과의사회 한 임원은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서 치과의사가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어찌됐든 대법원은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제 안면부 보톡스나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받기 위해 치과를 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두 시술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앞으로 법원이 치과의사에게 더 많은 미용시술을 허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사들도 진지하게 분석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숙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미 단어 하나만 바꾸면 진료영역을 가질 수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현실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어떤 진료영역에 대한 분쟁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적어도 "대형 로펌 탓에 졌다"는 자조(自嘲)는 작금의 백척간두 실정에 그렇게 어울려 보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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