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의심 제약사 명단 공유 최선책인가
김도경기자
2016.09.05 08:01 댓글쓰기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 제 일선으로 꼽는다면 바로 불법 리베이트 영업을 근절하는 일이다.
 

복지부 차관 출신인 한국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지난 2014년 7월 리베이트 근절을 통한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을 천명했다. 당시 이경호 회장은 "글로벌 진출 3대 과제로 리베이트 근절, R&D투자,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제약사를 육성해 세계적인 제약기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후 협회는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자율실천을 다짐하는 등 내부적으로 자체 정화 노력을 지속했지만 계획 및 의도만큼 쉽지 않았다. 결국 2년여 만에 내린 결단은 썩은 살을 스스로 도려내는 것이었다.
 

지난 8월23일 제약협회 이사회에서 유례없는 무기명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50개 이사사 중 44개 제약사 대표가 설문조사에 참여, 불법 리베이트를 가장 많이 하는 제약사를 적어 내도록 했고 그 결과, 다수로부터 지목된 1곳의 제약사 명단을 내부 공유했다. 
 

이사회 직후부터 불법영업 의심제약사로 지목된 1곳의 제약사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명단과 관련해 설왕설래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기준선 10표를 넘긴 1곳의 제약사가 거론됐지만 7표와 5표 등을 받은 다른 제약사 이름도 거론됐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A제약사다. 아니다 B사일 것이다. 또 C사와 D사도 거론됐다더라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이 퍼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사권이나 처벌권한이 없는 협회가 확실한 증거도 없이 업계서 떠도는 소문과 이사 회원사들의 심증만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에 대해 마뜩치 않아 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물증이 없이 지목된 특정 제약사 1곳의 명단을 공유하므로써 그 기업이 입을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추측과 소문으로 진행된 조사가 자칫 기업 간 의심과 고발로 확대돼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사회 내부 공유였고 비밀을 유지하겠다는 서약도 했지만 사실상 공개나 다름없다는 것이 전반적 정서다. 실제 이사회 참석자들이 지인들에 대해 이번 회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알음알음 사실이 공개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는 이런 저런 소문들이 많이 돌고 있고 이중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어 특정기업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수의 제약사가 거론된 것을 두고 불법 영업과 관련해서는 어느 제약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기회를 주며 제약사 스스로 불법 영업을 근절하는 유예기간을 부여했지만 시정되지 않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에 대한 내부적인 명단 공유 결정은 유출 부담이 있더라도 차후 불법적인 관행을 단절, 제약계가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새롭게 나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강행했다는 것이다.
 

제약협회의 주장은 사실 맞는 말이다. 불법적인 리베이트 근절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이번 같은 지목 방식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번 지목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제약사의 실명이 노출됐고, 자칫 검찰 및 경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 입증된 상황이 아니지만 리베이트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해당 제약사 영업활동은 크게 위축되고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중소 제약사일 경우 회사의 생존과 직결, 고사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 이런 방식의 공개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약계의 전반적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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