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투입 병원 식대와 3만원에 외면 받는 환자안전
김성미 기자
2016.08.25 05:25 댓글쓰기

[수첩]단돈 3만원 때문에 환자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수술환자의 저체온증을 예방해 수술부위 감염 확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에어 블랭킷이야기다.

 

에어 블랭킷은 공기 가온 장치(Forced-Air Warming)’의 핵심 소모품이다. 호스를 통해 따뜻한 공기가 주입되면 환자 몸을 감싼 에어 블랭킷에 열이 골고루 퍼져 체온을 유지시킨다. 이렇게 하면 수술 부위 감염이 1/3로 줄어든다.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는 다른 자동열교환기보다 보온 효과가 높아 수술환자 체온관리에 에어 블랭킷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영국 국립 보건임상연구원(NICE) 역시 이 장치의 사용을 권고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들은 비용 효과적이고 안전한 에어 블랭킷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현실에 놓여 있다. 별도 수가 산정이 불가능한 치료재료 항목으로 묶여 있는 탓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체온조절 비용이 이미 입원료에 포함돼 있어 중복 보상이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개당 3~5만원인 에어 블랭킷 가격이 입원료의 70~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들이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선뜻 구입해 쓰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한외과감염학회 허호 총무이사는 상급종합병원 조차 에어 블랭킷을 마음껏 쓰는 곳이 극히 드문 실정라고 전했다.

 

체온관리에 손 놓고 있을 수 없자 일선 의료기관들은 위험 감수를 택하고 있다. 감염 가능성을 알면서도 1회용 제품을 재사용 하거나 호스로 직접 환자 몸에 뜨거운 공기를 분사하는 실정이다.

 

직접 분사할 경우 보온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화상 위험이 있다. 의료기관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고자 대한외과감염학회 등을 중심으로 10년 넘게 적정한 비용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급여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간절히 원하지만 비용 보전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는 이 뿐만 아니다.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문제가 불거지자 치료재료를 쓸수록 손해인 수가체계를 개선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결국 별도 수가 산정은 무산됐다.

 

모든 치료재료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재원의 한계 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환자안전과 직결되는 항목이 지원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서는 안된다.

 

의료행위와 무관한 환자 식대에는 수 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환자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에는 소극적인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의료기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향후 보다 세심한 급여 기준이 마련돼 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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