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감에 죽음 선택하는 의사
김도경기자
2016.07.27 06:43 댓글쓰기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구성된 기획현지조사단의 강압적인 현지조사 행태로 막다른 선택을 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전남 영암군에서 의원을 운영하던 개원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 원인은 보건당국의 강압적 현지조사였다. 당시 기획현지조사단은 이 원장을 상대로 부당청구 혐의가 의심된다며 사흘간 조사를 벌였고,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자 다시 조사기간을 일주일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기획조사단은 당사자를 범죄자 대하듯 몰아붙이는 등 위압적인 태도로 조사를 시행,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견디지 못하고 이 원장은 3개월 만에 스스로 안타까운 목숨을 끊었다. 
 

최근 경기도 안산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비뇨기과의원을 운영하던 원장이 강압적인 현지조사에 막다른 선택을 했다.
 

이 지역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사전 예고도 없이 현지조사단이 들이닥쳐 사흘간 조사를 했다. 피부질환 비급여 의약품을 급여로 청구했다는 이유였다.
 

원장이 급여기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비급여를 급여로 33개월 간 잘못 청구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청구액이 지급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심평원 심사 과정에서 초기에 삭감 등의 조치가 이뤄졌더라면 일찍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유족과 동료의사들이 가슴을 치는 이유다.
 

안산시의사회 고위 관계자는 “강압적인 조사를 받으면서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심한 모욕감을 느꼈고, 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렸을 수 있다”며 비탄했다.
 

청구오류에 대한 사전 지적이나 삭감 등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과 명확하지 않은 기준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얼마 전 심평원에 명확치 않은 기준이 있어 질의했지만 ‘알아서 판단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명확한 기준을 주지도 않고 의사들을 범법자로 만든다.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심평원의 현지조사 대상 선정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특히 기획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범법자 취급하는 것처럼 위압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관례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여전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 불만이다.
 

지나치게 강압적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현지조사는 분명 의사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은 물론 자괴감을 들게 한다.
 

사전통보나 예고 없이 진행되는 조사방식도 문제다. 환자 및 보호자 등 내원객들에게 현지조사 과정이 노출되기 때문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지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실추된 의사들의 신뢰와 명예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
 

건강보험의 부조리 척결을 위한 현지조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 준엄해야 할 법집행이 권위주의 표출 창구로 변질된 작금의 상황을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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