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방부장관과 복지부장관
2016.07.18 06:50 댓글쓰기

지난 13일 저녁 국방부가 포성급 고성(高聲)에 휩싸였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성난 경북 성주군민들이 토해내는 울분이었다.

 

국방부의 갑작스런 결정에 아연실색(啞然失色)한 이들은 한달음에 상경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2500명의 서명, 손가락으로 쓴 혈서와 함께였다.

 

이들은 “5만 군민이 치를 떨고 있다며 정부의 불통 정책을 개탄했다. 국방부가 식사를 제공하려 하자 저 밥을 먹으면 개돼지가 된다며 거부했다.

 

무엇보다 지역 특산물인 성주 참외의 몰락을 우려했다. 사드 전자파 유해 논란에 비춰볼 때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걱정과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국방부 발표 직후 사드참외등 전자파 영향을 우려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성주 군민들은 누가 전자레인지에 돌린 참외를 먹겠냐며 한숨을 쏟아냈다.

 

국회 일정을 마친 국방부장관이 도착하자 군민들은 더욱 격양됐다. 이들은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다며 장관을 거세게 몰아세웠다.

 

한민구 장관은 사드가 배치되면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서 내 몸으로 직접 전자파 위험을 시험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고, 이 발언은 이튿날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대목에서 불현듯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단어와 함께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이 떠올랐다.

 

복지부의 핵심과제인 원격의료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이 "내 몸을 던져서라도 입증해 보이겠다고 말한 국방부 장관과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대통령이 수 차례 원격의료 필요성을 언급했던 만큼 주무부처의 부담감이 적잖을 수 밖에 없고, 그 수장이 받는 심적 압박은 강박 수준에 가깝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법제화에 실패했던 복지부가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첫 번째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사실 정진엽 장관은 취임 후 공석과 사석을 가리지 않고 "원격의료가 공공의료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파하며 원격의료 전도사를 자청했다.

 

하지만 원격의료 시행 주체인 의사, 엄밀히 말하면 대한의사협회를 위시한 개원의와 의료영리화프레임에 갇힌 야당의 반대로 제도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칠 때 마다 정진엽 장관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인데 참 답답하다며 가슴을 쳤다.

 

군부대, 원양어선 등 의료취약지 원격의료 시행 현장을 몸소 방문하며 그 유효성을 입증해 보이려는 노력은 국방부장관의 전자파 시험 자청과 맞닿아 있다.

 

다행히 최근 원격의료 법제화가 농익어 가는 분위기다. 복지부가 상황에 따라 대도시 만성질환자 원격의료 제외 가능성을 열어놓자 국회도 법안심의 의지를 보이는 모습이다.

 

여기에 그동안 묻지마 반대를 외쳤던 대한의사협회도 전화상담을 포함한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제도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드와 원격의료. 물론 분야도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현안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두 현안에 주무부처 장관들이 내거는 핵심 기치는 국민 안녕으로 귀결된다.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복지부장관은 국민들의 의료접근성 제고를 통한 건강권 수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힘줘 말한다.

 

두 장관은 다른 듯 같은 고민으로 무더운 여름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가고, 건강보험 보험료는 꼬박꼬박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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