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혹사(酷使)' 그렇다면 간호사는
2016.07.12 07:11 댓글쓰기

[수첩]“대한민국 사람들 전부가 혹사(酷使)당하고 있어요. 어느 분야든지···”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인터뷰 발언이 화제다. 잇단 '혹사 논란'에 질문자가 “그러다 번아웃(burnout), 지쳐 나가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라고 묻자 김 감독은 이 같이 답했다.


그렇다. 김성근 감독의 팀 운영 방식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차치하고 우리나라에는 혹사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전공의와 간호사 등이 과잉업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먹고 자는 시간이 늘 부족하고 임신마저 순번을 정하는 현실, 거기에 폭언과 폭행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임상간호사 감정노동 경험과 현황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 간호사들은 진심행위보다 불쾌감과 분노, 자존감 저하, 직업에 대한 회의감 등을 억누르며 감정불일치 상태의 ‘표면행위’를 더 많이 하고 있다는 게 연구의 요지다.
 
지난 2005년 4명의 직원이 잇따라 자살해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던 전남대병원에서 최근 간호사 자살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 병원 노동조합은 “힘든 근무환경에 따른 스트레스성 재해"라고 주장했고, 병원 측은 "사인(死因)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 병원 책임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선수 혹사 논란에 대해 ‘당신도 혹사당하고 있다’는 김성근 감독의 말은 순간 모두를 멈칫하게 한다. 또 논지를 흐린다.


전부 혹사당하고 있다면 이제는 구성원들이 마음을 내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실천이 우리 사회 전반에 필요하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염영희 교수는 “조직적 맥락에서 간호전문직의 감정노동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많은 병원들이 간호사 부족에 따른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가 없는 게 아니다.


지난 2015년 기준 간호사 면허를 가진 간호사수는 30만7797명, 실제 의료기관 근무자는 44%(13만 5440명)에 불과하다. 면허가 있음에도 병원을 떠나있는 간호사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간호사 평균 근속연수는 5년 9개월이고 평균 퇴직연령은 34세다. OECD 회원국의 인구 1000명당 평균 간호인력은 9.3명인데 우리나라는 4.8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국내 의료기관 중 간호인력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기관은 13.8%에 불과하다.

인력 부족은 남은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또 한명의 간호사가 사표를 내게 되는 악순환이 그동안 반복돼왔다.

"간호사 혹사 논란이 있어요. 지쳐 나가떨어지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에 "누구나 혹사 당하고 있어요"라고 답한다면, 앞으로 병원의 간호사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미제로 계속남아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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