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공장, 환자는 제품' 도수치료 매도 양날의 칼
2016.07.04 10:22 댓글쓰기

강남역 사거리에서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폭발했다고 생각해보자.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들여다보면 이게 다가 아니다. 시내버스는 ‘느닷없이’ 폭발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정비 불량이다. 정비사가 졸았다. 과로 때문이었다. 정비사 수가 부족했던 것이다. 운수회사가 정비사들을 해고한 결과다. 이 역시 회사 적자 때문이었다.
 

당연히 표면적으로 보면 사고의 주범은 정비사다. 정비사만 감옥에 갈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적개심만 깊어진다. 원인이 제거되지 않았으므로 같은 사건이 또 발생할 것이다.


최근 실손보험사발(發) 도수치료를 비판하는 보도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병원은 공장, 환자는 제품’, ‘도수치료로 병원들 돈방석’, ‘女물리치료사 마사지 받으러’ 등 자극적인 제목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이쯤되면 상당 수 병의원에는 그저 도수치료에 혈안이 돼 있는 의사들만 가득한 것으로 보여져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 일색 보도 뒤에는 금융당국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치료 효과가 없는 도수치료는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며 도수치료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도수치료에 대한 보장 역시 깐깐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도수치료에 대한 ‘과잉진료’ 논란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고 말한다. 문제는 도수치료 가격이다. 도수치료 1회 비용은 10만원, 일부에서는 20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을 제시하기도 한다. 금감원에게는 여간 불편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에 도수치료라는 명목 하에 치료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건 사실”이라고 귀뜸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정형외과 A원장은 “보험사와 언론이 동시다발적으로 부도덕한 의사로 매도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원해서 제도권 내로 진입해 놓고 이제는 보험재정에 타격을 입을 것 같으니 의사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보험을 만들어놓은 보험사가 잘못이다. 이를 이용해 진료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일부라 하더라도 상식을 넘어선 도수치료에 대해서는 반드시 자정작용을 통해 제동을 걸어야 공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도 제기된다.


일반과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비록 소수일지라도 비윤리적으로 도수치료에 집중하는 의료기관이 뿌리 뽑히지 않는 한 수가 상향 조정에 대한 요구는 소위,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기서 더 조심해야할 것은 의료계 내 의사들 간 다툼이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대표적인 전공의 ‘기피과’에 내과까지 최근 전공의 지원율이 하락하면서 경계가 너무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도수치료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역시, 정형외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인가’라는 냉소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근원적 물음에 그칠 수밖에 없지만 정부의 저수가 정책은 개원가가 비급여로 내몰리는 진앙지와 다름없다.

 

금융당국 규제를 정부가 무조건 거들 게 아니라 이 같은 현상을 초래한 원인을 들여다 보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의료계도 원인을 초래한 측면을 냉철히 파악, 자신들의 이익 보호는 물론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제고라는 대의적 명분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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