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드리운 마음의 그림자 지우기
정석훈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2022.09.12 09:36 댓글쓰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다. 이미 두 해 넘게 감염병 상황을 견뎌왔음에도 불구하고 유행이 수그러들 조짐이 없자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소위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를 조합한 신조어로 코로나와 관련된 우울감 및 여러 정신적인 반응을 의미한다.


코로나 유행이 지속되는 한 우리 마음에는 코로나 블루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질 가능성이 높다. 암울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언젠가는 일상이 회복될 거라는 희망을 품으며 코로나가 드리운 마음의 그림자를 조금씩 지워나가 보자.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과도한 불안감 때문에 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정보를 숙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까지 매몰되다보면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되고 우울감이 생길 수 있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감염병 정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을 해소할 만한 정보 탐닉의 대상이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에 집중됐었다. 반면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에 몰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불안한 마음에 백신 접종의 부작용 사례들을 계속 찾아 읽으면서 오히려 불안을 키워나간다.


그런데 확률 상 백신을 맞아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보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불안감을 줄이려면 불확실한 사실이 원래부터 불확실했다는 것을 빨리 인식하고 넘어가야 한다.


"과도한 불안감은 내려놓고 본인이 스스로 통제 및 예측 가능한 부분 집중"


그러면서 과도한 불안감은 내려놓고 내가 통제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부분에 집중해보자. 객관적인 정보들을 바탕으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을 깨끗이 씻고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가 방역 수칙을 잘 지켜나가면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감염병 상황을 통제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지 정서적 거리두기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병 전파 위험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밀접·밀집·밀폐 장소를 피하는 것이고, 정서적 거리두기는 사람들과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을 만나는 행위 자체를 교류의 가장 큰 방법으로 여겼던 우리 정서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정서적 거리두기가 같이 진행된 측면이 있다.


코로나 블루를 겪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핑계로 정서적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로 사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과의 정서적 거리는 오히려 좁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은 연락에 소홀했더라도 이제부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나 메신저, SNS를 통해 자주 연락해 안부를 묻고 소소한 대화를 나눠보자.


멀리 있어도 감정이 통하고 위로가 되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속에 따뜻함과 자신감이 차오를 것이다.


코로나 유행이 2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그 사이 안타깝게도 문을 닫은 운동 시설이 많다. 문을 연 곳이라도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해야 해서 코로나 이전보다 운동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중에서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밖에 나가기를 극도로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밀집된 장소에 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밀폐되지 않은 개방된 공간에서는 운동 중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개인 위생을 준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낮다.


"실내외 물리적 활동, 운동은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줄여줘"


실내든, 실외든 물리적으로 활동을 해야 우울감이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운동은 우울한 생각에서 벗어나 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준다. 특정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그 생각만 떠오른다. 딴 생각을 해야 하는데 생각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생각을 전환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 몸을 움직여줘야 한다.


우울감이 해소돼야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 우울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 그동안 체력이 많이 떨어져 운동을 시작할 때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복식호흡부터 해보자. 숨을 천천히 5초 동안 들이켰다가 다시 5초 동안 내쉰다. 복식호흡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면 긴장이 완화되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나 혼자만 애쓰고 있지 않다. 세계적인 대재난으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의료와 보건 종사자들은 환자를 치료하고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다. 병원이나 직장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오염물을 처리하고 엘리베이터 버튼과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수시로 닦는 등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방역 대책을 세우고 백신 접종 등을 위해 애를 쓴다. 교직원들은 어린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기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주어진 일들에 집중하며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전에 홍콩독감과 신종플루 팬데믹도 잘 극복했듯이 우리 모두는 코로나 상황도 무사히 이겨낼 것이다. 현재 우리가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어려움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 팬데믹에서 우리 모두를 지켜줄 정신적인 백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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