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성 뇌동맥류(Dissecting aneurysm)'
서대철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클리닉)
2018.10.10 09:25 댓글쓰기

박리성 뇌동맥류는 혈관박리(Arterial dissection)에서 나타나는 질병의 한 카테고리다.
혈관박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일반적으로는 혈관내막(intima)이 손상되고 분리되면서 혈류에 밀려 혈관 내부로 벗겨지게 되면 협착이나 폐색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혈관내막보다 바깥쪽 벽인 속탄성판(internal elastic lamina) 이나 민무늬근육(smooth muscle) 등이 있는 중막(media)의 손상이 오는 경우는 협착뿐만 아니라 동맥류로 발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은 다른 장기의 혈관과 달리 외막(adventitia)이 얇거나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동맥류 발생시 파열 가능성이 높다. 

최근 5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뇌혈관 박리(cerebral artery dissection)로 진단된 환자는 165명으로 전체 동맥류 환자의 약 3%를 차지했다.

그 중 남자가 63%로 여자보다 좀더 많았고 평균 나이는 53세였다. 뇌혈관의 발생 부위 별로 보면 경막내혈관 60%, 경막외혈관 40%로 경막내혈관이 많았다. 전후동맥의 분포를 보면 전뇌순환혈관 25%, 후뇌순환혈관 75%로 후뇌순환에서 3배나 많이 발생했다.

따라서 뇌동맥박리는 후뇌순환의 경막내 혈관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며 가장 전형적인 동맥박리는 두개강내의 척추 동맥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림 1) 한국 사람들의 두개강내 척추동맥 혈관박리는 서양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고 알려져 있다.

박리성 동맥류는 대개 자발성박리(spontaneous dissection) 에 의한 경우지만 과도한 목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사례도 많으므로 병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목운동을 많이 하고 나서 동맥박리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운동은 골프, 수영, 베드민턴, 요가 등이 있다. 이사짐을 나르는 등 평소 하지 않는 무리한 동작을 하는 경우, 운전이나 천장벽 칠하기와 같이 목을 많이 돌리는 동작이나 기침, 구토 등 갑작스러운 목 움직임, 무리한 목안마 등이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호흡기감염의 최근 이력(염증과의 관련성) 등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으며 흡연, 고혈압, 피임약과의 관련성도 의심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고혈압은 32%에서 관찰됐다.

실제 이러한 과도한 목의 움직임을 환자 자신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증상발현이 그 당일보다는 하루 이틀 뒤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뇌혈관은 근본적으로 두개강내로 들어갈 때 뼈(두개골)를 통과해야 하는데 뼈를 통과하는 부위에서 매우 견고한 당김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척추동맥은 경추뼈 속을 지나서 두개강으로 들어가므로 목을 움직일 때 부분적으로 좀 더 심하게 당겨질 수 있다.

동맥박리 증상으로 두통(44.3%), 경련(6.6%), 구역/구토 (4.9%), 그리고 이명(1.6%) 등의 빈도로 나타나며, 신경학적 결손이 없는 경우도 20%가량 된다.

두개내 동맥박리에 기인한 두통은 급성 또는 벼락두통 양상으로 발생하며, 박리혈관의 동측에서 발생한다. 두통이 유일한 증상일 수도 있으며, 허혈뇌졸중에 선행하는 경고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통증은 병변과 같은 쪽에서 주로 발생되며 심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며칠 혹은 몇 주 지속된다. 두통은 박동성이거나 비박동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대개의 경우 비특이 적이기 때문에 편두통, 군발두통 또는 원발벼락두통과 같은 다른 두통으로 오인될 때가 종종 있다. 뇌허혈, 망막허혈 같은 동반 징후가 흔하며, 통증을 동반한 호너 증후군, 급성 통증이명 또는 통증성 12번 뇌신경마비는 경동맥 박리를 매우 강하게 시사하는 소견이다.

두통이 50%이상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이지만 동맥 박리가 심하면 뇌경색과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 아산병원 환자에서는 뇌경색 34%, 뇌출혈 10% 정도 파악됐다. 

뇌출혈은 가장 위험한 증상 발현 중 하나인데 대부분 지주막하 출혈이 일어난다. 이 경우는 박리동맥의 벽이 손상되면서 혈관벽이 밖으로 돌출돼 동맥류 (혈관꽈리)를 형성했다가 혈압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이 일어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뇌동맥류는 낭성동맥류(saccular aneur-ysm)를 의미하는데 이 경우 혈관벽이 약해져 있다고 하지만 혈관의 벽을 대체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진성동맥류 (true aneurysm)라고 한다.

하지만 박리성동맥류는 혈관벽의 일부가 손상, 파열되어 생기는 동맥류이므로 혈관벽의 일부가 없거나 부분적으로만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가성동맥류(false aneurysm 혹은 pseudoaneurym)라고 하는데 감별진단이 필요한 이유는 가성 동맥류가 파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관조영을 하거나 MRA를 쵤영하는 경우 며칠 혹은 몇 시간 사이에도 크기나 모양이 변할 수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소견으로 간주된다.

혈관박리의 영상진단은 혈관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자기공명혈관검사(MRA), 컴퓨터촬영혈관검사(CTA)로 진단할 수 있으며 카테터 혈관조영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자기공명 혈관벽검사를 통해 혈관벽의 손상 정도와 혈관벽 속의 혈종 유무 등을 알아 낼 수 있다. 내막의 손상(intimal tear)이 있는 경우 혈관의 내막이 깃발처럼 휘날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찢어진 혈관벽으로 혈액이 들어가면서 가상의 혈관통로(pseudo-lumen)를 만들기도 한다.

혈관조영상 뇌혈관 협착 및 확장을 동반하는 구슬모양의 외관(beaded appearance)을 보일 수 있으며 방추형 동맥류 (fusiform aneurysm)를 보이면서 조영제의 정체 (stasis of contrast agent)나 모양 변화 (change of configuration) 등을 보일 수 있다.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정도에 따라 적절한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재관류술(revascularization procedure)을 할 수도 있다.

박리성 동맥류는 환자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파열 위험성이 높은 경우 생명의 위험뿐만 아니라 심각한 후유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신경중재의학의 발전으로 혈관을 통한 시술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경중재시술은 다리동맥이나 팔동맥을 통해 비교적 용이하고 신속하게 병변 혈관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혈관 내부로부터 동맥류를 제거하거나 혈관재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두개술을 동반하는 수술이 어려운 경우 효과적인 치료를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신경중재시술은 최근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다양한 방법의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뇌혈관과 뇌혈관분지와의 사이에 병변이 발생하는 경우 혈관벽의 재건뿐만 아니라 혈관분지 보존도 해야 하므로 해부학적 다양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크기와 길이의 혈류전환스텐트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그림 2)

일단 뇌동맥 박리가 진단이 되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함과 동시에 음주, 흡연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진단이나 치료를 받고 나서도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며 혈압의 조절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행동이나 과도한 목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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