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등 만성질환관리사업 정착·확대 기대"
조재형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2022.10.16 19:12 댓글쓰기

[특별기고] 지금까지 많은 당뇨병 환자분들을 만나면서 기억나는 환자 3분을 먼저 소개하고 싶다. 이러한 사례가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진료실에 한 가족이 함께 내원했다. 남편분이 심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힘들어하고 계셨고, 아내분도 지쳐 계셨다. 아들 표정도 좋지 않았다. 하루 하루 노동일로 살아나가야 했던 남편은 차일피일 치료를 미뤘다.


그러던 어느날 당뇨 병 합병증이 발생하고 그중 말초신견병증이 심해져 노동 일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아내는 돈을 벌어야 했기에 바깥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은 술만 마시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 해 비행청소년이 됐다고 했다. 조금만 일찍 혈당관리를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누가 옆에서 잘 설명한 해줬어도 이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컸다.


두 번째는 입원을 하고 계신 남성 환자분이었다. 저 환자분은 왜 양쪽 다리에 다 붕대를 감고 계시냐고 전공의에게 물으니 진단명이 '당뇨병성 족부궤양'이라고 했다. 어떻게 양쪽 발에 족부궤양이 올까 싶어 물으니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전기장판에서 자다가 뜨거워진 줄 모르고 화상을 입게 됐다고 했다. 당뇨발 예방을 위한 교육만 잘했어도 이런 심한 화상은 입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사례는 40대 후반 여성 환자분이다. 이 환자는 어느 날 TV를 보던 중 갑자기 앞이 안보이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근처 병원을 찾았고 매우 심한 고혈당과 함께 망막 출혈로 시력을 잃은 상태로 전문병원을 내원하게 됐다. 안과적 수술 후 시력은 회복됐지만 이미 심한 당뇨병성 신증이 발생된 상태였고, 현재도 인슐린 다회요법으로 혈당을 관리하고 있다. 당뇨병에 대한 조기검진 혹은 예방 교육만 이루어졌다면 결과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성질환자 급증 추세, 일차 의료기관 기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한 정부 사업"


당뇨병을 포함하는 만성질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이는 막대한 사회-의료비용의 지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환자 삶의 질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사회역할적 기능을 저하시키면서 사회-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고 시기 적절한 것이다. 또 만성질환자의 80% 이상이 일차 의료기관을 통해 관리가 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일차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한 만성질환관리사업은 꼭 필요한 정부사업이다.

 

2019년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시작된 후 본사업 시작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참여의사 수가 3048명, 등록 환자수는 36만 7836명에 달하는 성과를 보였다.


"케어코디네이터 역할 부재로 시범사업 참여 환자 모니터링과 교육 지속성 저조"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가 첫 등록에 그쳤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는 케어코디네이터 역할 부재와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조사됐다.


케어코디네이터는 참여 병원에 근무하면서 당뇨병 또는 고혈압을 가진 만성질환자를 교육 및 모니터링을 하는 역할을 맡았고,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매우 중요한 한 축을 담당토록 기획됐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활동중인 케어코디네이터 수는 72명(간호사 66명, 영양사 6명)이다 의료기관에서 케어코디네이터를 직접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는 극히 일부분임이 확인됐다.


더욱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질병관리 및 생활습관개선 교육을 받은 환자 46만7255명 중 케어코디네이터가 교육을 진행한 경우는 6760명 (1.4%)에 불과했다.


일정 수의 환자가 등록하지 않으면 케어코디네이터를 고용, 유지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이는 현재 한창 논의되고 있는 스마트케어코디네이터 개념이 대두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만성질환자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먼저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참여한 의사가 좀 더 쉽고 빠르게 환자를 등록하고 교육, 관리하면서  동시에 청구까지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 및 플랫폼 간 연결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사용자가 불편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제대로 사업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성질환 관리는 환자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되 해당 내용을 환자에게 잘 전달하고, 교육 결과를 청구하는데 있어서도 자동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런 효율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외부 시스템 도입과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시스템을 통해 환자에 대한 교육이 맞춤형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환자 맞춤형 교육 필요하고 의료진 교육 등 수가 보상도 병행 실시 필요"


그리고 스마트케어코디네이터 개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제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여기에도 법적, 제도적으로 고려할 사항들이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스마트케어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해지게 된다면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참여하는 의사와 스마트케어코디네이터를 연결하는 시스템 도입 또는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또 만성질환자는 단순히 하나의 질환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고 동반질환도 다양하므로 환자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야 한다. 의학적 지식을 전달하고 처방을 통해서만 관리가 되는 것이 아니므로, 생활습관 관리와 홈모니터링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팀기반 관리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서 의료진 교육에 대한 수가 보상 등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좋은 교육을 하도록 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효율적인 비용 사용을 위해 환자 중증도와 상태를 구분해 단계별 수가보상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즉, 초진 환자이거나 3제이상 약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경우 다음 단계 수가 보상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본사업을 앞두고 이 사업이 만성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많은 만성질환자를 현장에서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차의료기관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스마트케어코디네이터 활성화로 간호사와 영양사의 교육전문가 역할 확대도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본사업 성공과 함께 국내 헬스케어 시스템이 함께 활성화되고, 다른 국가에 우수 사례로 소개돼 폭넓게 확대되길 바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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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네임 03.23 13:37
    당뇨환자들이렇게힘드나요 차라리그럴봐여죽는것있으면좋겠네요 저도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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