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 시대 '부모와 자녀'
배승민 교수(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2020.04.24 14:17 댓글쓰기

[기고] 전쟁 중에도 학교가 열렸다는 우리 역사의 일화를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교육열을 상징하는 전설로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총칼의 전쟁이 아닌, 어느 누구도 예상 못했던 아닌 바이러스로 인한 비상사태로 아이들부터 대입 직전의 수험생까지 어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이런 위기 상황이 아니어도 새 학기에는 많은 아이들이 긴장과 불안으로 심리적인 안정이 깨지고 학부모들도 매우 큰 영향을 받는 시기다.

하지만 아이들을 다독일 부모들마저 초기 온라인 개학의 불안정한 서버만큼이나 우왕좌왕,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들은 이 시기에 과연 어떤 부분을 살펴봐야 할까?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들을 모아봤다.

"부모가 아이들과 원격모니터링 활용 등 보조 맞추면 좋아"
 

첫 번째는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온라인 매체 유해성 우려로 최대한 아이들의 접속을 제한하던 기존 훈육 방향의 흔들림이다.
 

실제로 동영상 수업으로 뚫린 온라인 환경을 기회로 수업과는 무관한 활동들을 몰래 하는 아이들과 부모 사이의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어른이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경우라면, 특히 저학년일수록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의 균형을 어른이 외부에서 맞춰 줘야 한다.
 

이것이 어려운 가정은 원격모니터링 앱의 활용, 시청시간 확인 등을 통해 수업을 아이에게만 맡기지 말고, 귀가 후 가능할 때 짧게라도 온라인 활용상태와 학습을 점검하는 시간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모니터링 없이 아이 혼자 완벽히 수업만 하길 바라는 것은 마치 사장이 직원 일과와 성과를 전적으로 직원에게 일임해놓고 회사나 조직에 충성하기만을 바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어른도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 가이드라인과 제한 없이 아이들에게 온라인 환경을 풀어주는 것은 나중에 이 시기가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완벽함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는 감정 중요"
 

두 번째로는 완벽주의에 대한 되돌아 봄이다. 온라인 수업은 부모 뿐 아니라 이를 진행하고 있는 교육부와 교사들 모두 경험해본 적 없는 세계기 때문에 학교와 교사, 부모 모두 맨땅에 헤딩하며 엉킨 실을 풀듯 아이들의 수업을 돕고 있다.
 

가뜩이나 어른들의 권위가 위협받는 시대에, 수업마저 쩔쩔 매는 어른들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인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부모나 아이나 ‘완벽해야 한다’는 불필요한 기준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어른들 밑에서 자라며 완벽해야 한다고 주입을 받은 아이들은, 사소한 실수에도 좌절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다. 아무리 노력하고 성공해도 언제나 불행한 어른이 될 뿐이다.
 

그러니 맹목적으로 완벽함을 쫓기보다는, 한계가 있고 실수도 할 수 있지만 그 한계나 실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시기에 더 필요한 어른의 자세일 것이다.

"오히려 가족 간 친밀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는 발상 전환"
 

세 번째로 이 시기는 가족 모두에게, 특히 학업이나 심리적 문제로 어려움이 있던 아이라면 더 더욱 다시는 쉽게 오지 않을 기회의 시간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외식이 어려운 요즘은 밥상머리 교육 같은 가족 간의 상호작용이 전례 없이 무르익는 시기다. 이 기회에 가족 사이의 친밀한 시간을 쌓아 향후 어려운 상황에도 서로를 위한 든든한 마음의 밑거름을 만들어 줘야 한다.
 

평소 어려움이 있던 가정이라면 이 시간의 중요성이 더욱 큰데 새로운 생활에 적응이 부쩍 어려웠던 아이라면,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규칙적으로 학교 근방을 산책하며 학교에 대한 거부감을 천천히 줄여줄 수 있다.
 

그간 부정적인 교우관계나 학습 문제 등으로 여러 가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보이던 아이들에게도 이 시기는 좋은 기회다.
 

학교나 학원에만 맡겼던 부분을 지금은 집에서 챙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 모르고 넘어갔던 것들이 잘 드러날 것이다.
 

아이가 어려움을 보이는 영역이 대인관계나 학습에 대한 ‘기술 부족’의 문제라면, 그와 관련된 긍정적인 영상이나 책을 부모와 함께 보면서 대화를 나눠 봐야 한다.
 

이런 대화와 연습만으로 문제점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국가로부터 공인된 기관에서 우리 아이가 잘하는 부분과 어려워하는 부분을 파악할 테스트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이런 테스트는 받는 데 보통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학교를 다닐 때는 쉽게 받기 어려우니 지금이 좋은 시기다.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아이의 미래 계획에 좋은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규칙적인 생활 갖춰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

 

네 번째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특히 이 때 중요한 것은 학습의 절대량보다도 생활의 규칙성이다.
 

학교에 다닐 때와 비슷하게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 균형 있는 식사를 하며, 충분한 환기 속에서 일조량을 채워야 한다.
 

할 일이 많아진 부모 대신 집안일을 나누어 하며 책임감과 가족으로서의 공동체 의식을 높여주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기이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아이들이 코로나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밖으로 말하지 못하는 공포를 마음속에 쌓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평소와 별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라도, 어른들의 걱정이나 왜곡되고 과도한 정보로 인해 말 못할 고민과 공포를 안고 살아가기 쉽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 시기가 끝난다는 건강한 희망을 아이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안 언젠가는 가방을 달랑거리며 등굣길을 나설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의 씨앗이 될 희망이 자라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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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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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오프 05.1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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