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개량신약 투자 활성화 위해 정책 지원·유인책 절실'
김진희 연구원(이화여대 약학대학원 제약산업학과)
2020.01.19 16:45 댓글쓰기
최근 들어 국내 신약 개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인보사 사태를 시작으로 진행 중인 임상이 취소되고 기술수출 신약 개발이 중단되는 상황을 일각에서는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일반 국민이나 신약개발을 희망하는 환자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었을 수 있다.

신약은 개발 초기 유효물질을 스크리닝 하는 단계부터 최종허가를 받아 시판되는 전주기에 수십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비임상·임상시험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30개이며 신약 개발을 위한 R&D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아직 신약 파이프라인의 양적, 질적 성장이 요구되고 있다.

IQVIA(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에서 임상 1상부터 FDA승인까지 신약 개발에 걸린 기간은 평균 12.5년으로, 2017년보다 6개월 더 길고 2010년 대비 약 26%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약개발 성공률도 2018년 11.4%로 예년보다 낮아진 수치로 신약 개발이 점점 더 어려워짐을 알 수 있다.

국내 제약산업 구조에서 모든 기업이 신약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제네릭 시장은 이미 포화돼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구조다.

국내 회사들의 돌파구이자 신약개발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개량신약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개량신약은 식약처가 제약산업을 연구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08년에 도입했다.

'의약품 품목허가·신고·심사규정'에 개량신약 관련 규정이 신설되고 이에 따라 개량신약에 대한 인정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해 '개량신약 인정 및 우선, 신속심사제도 운영지침'을 제정해 지침에 따라 개량신약을 심사, 허가하고 있다.

개량신약은 신약에 비해 제출해야 하는 자료의 범위가 적고 대부분의 독성시험 자료와 일반약리시험이 면제되며, 임상시험자료도 일부 면제가 가능해 개발부담이 적고 비교적 적은 연구비용과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제네릭 의약품과 달리 오리지널의약품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기간 중에도 출시가 가능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허가된 개량신약은 총 99품목이다.

연도별 개량신약 허가 품목 수는 2013년에는 전년 대비 3.1배로 크게 증가한 후 2016년까지 오름세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주춤한 상태다.

유형별로 보면 '새로운 조성'에 해당하는 품목 수가 52품목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새로운 제형'에 해당하는 품목 수가 26품목으로 많았다.

이어 '새로운 염 또는 이성체로 국내 최초 허가된 의약품' 6품목, '명백히 다른 효능·효과가 추가된 전문의약품' 4품목, '새로운 투여경로' 1품목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조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중심의 2제 또는 3제 복합제 개발이 활발한 영향으로 보인다.

그 뒤로는 기존 의약품의 투약횟수를 줄여 복약순응도를 높인 서방정이 포함된 '새로운 제형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카테고리는 개량신약이 국내 도입될 때부터 가장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개량신약 도입효과는 산업은 물론 보건당국, 환자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수입의약품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활용이 가능하며,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의약품을 개량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 확보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용이하다.

특히 복합제 개량신약의 경우 원개발사에 역수출하는 사례도 나왔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아모잘탄이 포함된 코자엑스큐정이나 드림파마가 허가받은 본비바플러스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신약 대비 투입된 시간 및 비용이 적어 개량신약을 통해 창출된 이익으로 다시 연구개발 비용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순기능이 있다.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신약의 특허만료 전에 특허를 회피한 개량신약 개발을 통해 고가의 신약을 대체함으로써 보험재정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용법·용량의 개선이나 부작용 감소 등의 복약편의성이 증대된 의약품에 대한 접근으로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으며 다양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될 수 있다.

즉 개량신약은 한국의 제약산업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로, 포화된 제네릭 시장에서의 돌파구 전략이 될 수 있고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개량신약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제약사들의 사업계획에 영향을 미친다.

작년 2월 복지부가 발표한 혁신형제약기업의 2019년 주요사업계획에 따르면 개량신약을 비롯한 혁신·바이오신약 개발을 위한 비임상·임상시험에 연구개발비를 집중 투자함에 따라 2018년 대비 약 23.1% 증가한 약 1조7617억원의 R&D투자액이 편성되는 정책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새로운 투여경로와 같이 환자들에게 혜택이 더욱 많은 제품에 대한 우대제도가 미비해 개발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업계의 의견도 있어 유용한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규정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혁신형 제약기업의 CEO들은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연구개발 지원과 해외 임상시험에 대한 세제 지원, 혁신형제약기업에 대한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 및 품목허가 지원에 대한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회사들이 개량신약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효과적인 개발 유인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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