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차원(3D) 혈관조영술' 과연 이대로 좋은가?
서대철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2019.12.27 10:32 댓글쓰기

[특별기고] 척추-신경-두경부-뇌(腦) 혈관질환에서 3D 혈관조영술은 필수적인 검사다.

뇌졸중 원인이 되는 여러 뇌혈관질환은 물론이고 안면 두경부의 혈관기형 및 척추혈관질환에서도 이 촬영기법에 의존하지 않으면 진단은 물론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은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인데 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보는 만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뇌혈관조영술에서 본다는 것은 단순히 보이는 것을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3D 혈관조영술은 겹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삼차원으로 돌려가며 찍어서 3차원적으로 돌려가며 보는 검사다.

360도 회전을 하면서 여러 중복된 혈관들을 확인하고 구분하려면 많은 수작업이 필요하므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고 적절한 교육과 훈련이 이뤄져야만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국 진료의 질(質)을 결정하게 된다. 3D 혈관조영술이 특히 많이 사용되는 척추-신경-두경부-뇌 혈관질환에서 그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약해진 혈관 벽에 발생한다. 대개 혈관이 가지를 치는 부위에서 생기며 꽈리나 풍선모양을 하고 있다.

뇌동맥류는 목(neck)과 몸통(body 혹은 fundus)으로 구성돼 있다. 혈관사이에서 이러한 뇌동맥류의 구조를 살피기는 어렵다. 조영제를 넣고 촬영하는 카테터 뇌혈관조영술은 전후면, 혹은 측면에서 촬영하므로 2D 혈관조영술이다.

2D 혈관조영술은 혈관이 겹치므로 뇌동맥류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자세한 모양을 보기는 쉽지 않고 때론 작은 뇌동맥류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3D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하면 주위혈관을 잘 구분할 수 있고 뇌동맥류 모양도 보다 정확히 살필 수 있다.

하지만 항상 3D 촬영을 하는 것은 아니고 2D 영상에서 의심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3D촬영을 한다. 이는 더 많은 조영제와 방사선이 조사되기 때문이다.

대개 MRA(자기공명혈관조영)나 CTA(컴퓨터단증촬영혈관조영) 상에서 뇌동맥류가 의심되는 경우 뇌혈관조영을 촬영하게 되므로 의심부위는 반드시 3D 뇌혈관조영술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뇌동맥류는 분지혈관에서 빈발하는데 특히 뇌기저부의 윌리스고리(Circle of Willis)에서 잘 발생한다.

윌리스고리는 양쪽 앞의 전뇌순환과 뒤에 있는 후뇌순환이 만나 고리를 이루므로 이 곳에 큰 동맥류가 생기면 고리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경우 3D 뇌혈관조영술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림 1)

뇌졸중은 단일질환 가운데 제일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병이다. 최근 들어 뇌혈관질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보험이 확대돼 MR뇌혈관조영술 시행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전체 인구의 약 3%에 있다고 알려진 뇌동맥류 발견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30대 젊은층에서도 발견되는 추세다.

"뇌동맥류 늘어나면서 3D 혈관조영술 급증하는데 수가 미책정 답답하고 안타까워"

문제는 뇌동맥류가 흔한 질환이므로 진단 및 치료에 필수불가결한 3D 혈관조영술은 급격히 늘고 있는 반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3D 혈관조영에 대해서는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글픈 의료현실이다. 그 많은 노력과 정성이 개개 의사나 의료진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만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반드시 수가작업이 긴급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작업은 뇌혈관조영술을 하는 것 만큼 중요한 진료의 한 부분이므로 뇌혈관조영술에 버금가는 수가가 반드시 책정돼야만 한다.

뇌동맥류 중에서 큰 뇌동맥류(≥15mm)나 거대동맥류(≥25mm)는 전체 동맥류의 약 5%정도를 차지한다. 이러한 동맥류 특징은 크기가 크므로 목이 넓어서 주위 혈관과의 관계가 모호해 질 수 있다.

따라서 치료를 할 때 자칫 중요한 혈관 입구를 잘 보존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혈류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하면 뜻하지 않은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재발할 수 있다.

그림13D혈관조영은 이런 경우 뇌혈관 사이의 혈류가 교통하는 관계를 삼차원적으로 잘 보여줘 수술적 방법뿐만 아니라 신경중재적 시술에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그림1. 전뇌순환(회색)과 후뇌순환(빨간색) 사이에 발생한 후교통동맥 동맥류(굽은 화살표). 내경동맥의후교통동맥(흰색 화살표)이 뇌동맥류에서 나와 후뇌순환과 연결돼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희귀난치성 질환의 하나인 경막동정맥루는 뇌와 척수를 싸고 있는 가장 바깥에 있는 단단한 막 즉, 경막(dura mater)에서 발생한다. 경막은 부위에 따라 한 겹, 혹은 두 겹으로 돼있다.

이러한 경막에서 동정맥루가 잘 발생한다. 문제는 경막 어느 부위에서 루(shunt, 동맥에서 정맥으로 새는 부분)가 발생했으며 어디로 정맥유출이 이루어지는 가이다.

뇌(腦) 실질부나 척수로 흘러가는 정맥유출이 있으면 출혈이나 경색 및 부종이 생긴다. 심각한 후유 장애가 생기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그림 2. 우측 해면정맥동(cavernous sinus)에서 발생한 경막동정맥루(dural arterio-venous fistula). 외경동맥의 3D 혈관조영상에서 얻은 전후(좌측) 및 좌우(우측) 단면 영상. 가늘게 얽혀있는 동맥으로부터 해면정맥동(하얀 화살표들)으로의 정맥유출이 보인다.

이러한 병의 진단은 병변 위치를 찾는 것과 찾은 병변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다. 이 때 3D 혈관조영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주로 외경동맥에서 혈류를 공급 받고 두개강내로 정맥유출을 보이는 경로를 규명한다.(그림2)

척추혈관질환은 드물지만 그 진단 구분이 매우 다양하다. 척수를 비롯해 척수주위연막, 경막 혹은 경막외 뿐만 아니라 척추골을 침범한다.


그림 3. 경추 C1-2 level의 양측에서 같이 발생한 경막동정맥루. 척추동맥 2D 혈관조영술 전후면상(우측)에서는 복잡한 혈관병변이 보인다.(검은 화살표들) 좌측 병변은 잘 보이지 않으며 우측 병변과의 구분이 어렵다. 양측 척추동맥에서 각각 시행한 3D 혈관조영을 결합한 영상(우측)에서 양측 병변이 서로 다른 색깔로 뚜렷이 구분돼 보인다.

척추혈관질환에서 3D 혈관조영 역할은 서로 다른 영역의 혈관을 결합(fusion)해서 두 혈관 영역 간 동맥 유입과 정맥 유출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를 보여 줄 수 있다는데 있다.(그림3)

좁은 척추강 내에서 그 다양한 구조물 내에 위치한 혈관기형을 진단 및 치료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외에서 이러한 진단 및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의료기관은 손에 꼽힌다.

워낙 발생 빈도가 낮으므로 일년에 1~2건 보는 질환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경주하려는 병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희귀난치성 혈관질환 관련 국가적 관심·지원 절실"


그런 측면에서 이러한 희귀난치성 혈관질환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단위 전문센터가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전문성 강화는 물론 선택적 인력투자가 가능할 수 있다.

척추에서 발생하는 경막동정맥루는 감각이 이상하고 걷기가 어려워지면서 서서히 진행하는 질환이다. 혹시 운동부족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운동하면 더욱 증상이 악화된다.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서 서서히 나빠지다가 대소변 장애도 나타난다. 이 때가 되면 척수가 부어서(척수부종) 척수염으로 진단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33개 척추분절(spinal segment) 중 어느 하나에서 나오는 병변을 찾기란 한편의 추리소설을 쓰는 것과 같다. 찾아간 병원에서 발견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는 경우도 많다.

병변을 발견하지 못하면 결국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며 다리가 무거워 밤에 잠을 이룰 수 도 없다. 하지만 병변을 찾아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3D 혈관조영술이다.


그림 4. 척추에서 발생한 경막외 동정맥루.  반대쪽인 우측 분절혈관과의 결합영상 (우측) 및 척추뼈와 혈관과의 관계를 보여 주는 영상 (좌측). 비정상적인 동정맥의 션트 ()로 인해 늘어난 정맥 (큰 화살)과 역류하는 척추의 신경근정맥 (radicular vein, 작은 화살). 동정맥기형에서 정맥혈류의 역류가 대개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다. 이 경우는 척수부종이다.

양쪽 분절동맥(segmental artery)에서 오는 혈관의 결합영상(fusion image)은 어느 혈관에서 병변이 발생했으며 다른 혈관들과 어떤 관계를 이루는 지를 잘 보여준다.(그림 4)

신경중재의학 발전이 이러한 기기 발달과 더불어 이룬 산업과 과학의 기여 때문이며 그 분야 종사자분들께 경의와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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