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받으면 사보험 가입 어려운 대한민국"
홍승봉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회장
2022.06.06 22:05 댓글쓰기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는 지난 5월 29일 전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우울증 치료와 자살예방에 관한 교육 심포지엄을 열었다.


학회 창립 후 처음으로 열린 심포지엄은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20개 전문과 의사들 735명이 참여하는 등 높은 호응을 얻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에서 우울증과 자살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의료진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주목할 만한 발표가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사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강연에 나선 임태성 신경과 전문의는 이것이 ‘우울증 치료를 방해하는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울증은 치료가 잘 되고 있거나 치료가 종결된 경우에는 사보험 가입에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 우울증 유병률은 10~20%로 5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우울증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보험회사들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우울증 환자의 사보험 가입 불이익을 없애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심포지엄에선 또 미국과 홍콩에서 활동하는 정신과 전문의 시우 와 탕(Siu Wa Tang) 교수가 자살위험 진단과 예방 특별강연에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병의원 방문 모든 환자들, 우울감 및 자살 생각여부 답변 작성"


미국에서는 전문과에 상관없이 병의원을 방문하는 모든 환자들이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의무적으로 우울감과 자살 생각 여부에 대답하게 돼 있다고 한다.


탕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선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발견된다면 예방조치가 얼마나 긴급한지, 또 좋아지길 기다려도 되는지 아니면 안되는지를 판단해서 대책을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자살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는 항상 다른 사람을 해칠 의도가 있는지 꼭 물어보게 돼 있다.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든지, 가족을 두고 나 혼자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등이다.


이때 우울감 또는 자살 생각이 발견되면 바로 우울증과 자살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시행, 적절한 조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자살 예방하면 타인 해치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사실 매우 중요"


반면 한국은 90% 이상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가 병의원을 방문할 때 우울감과 자살 생각을 물어보지 않는다.


즉,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우울증과 자살 위험 조기발견을 위한 아무런 대책과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대책이 지난 17년간 한국의 자살률이 OECD 1위인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자살을 예방하면 타인을 해치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꼭 알아야 한다.


미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병의원을 방문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우울감과 자살 생각을 물어보는 진료체계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자살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발견하고, 나아가 발견된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국가적인 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움직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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