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형병원 분원 설립 경쟁 '상흔(傷痕)'
박정연기자
2021.10.20 12: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수첩] 올해는 정부 산하기관들의 대형병원 유치 사업이 부쩍 활발했다.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프라 조성 사업이 계획되면서 병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가장 먼저 공모사업이 시작된 곳은 위례신도시였다.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일대 1000병상 규모의 대형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사업이다.

‘강남 3구’와 통하는 좋은 입지였던 만큼 병원계 시선이 집중됐다. 길병원과 명지병원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 결과 길병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음은 주요 대형병원들이 도전했던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사업이다. 인천 서구 청라동에 500병상 이상 병원을 설립하는 계획이다.

입지적으로는 인천공항과 가까워 외국인 환자 유치에 유리했고, 또 인천자유경제청이 사실상 건축비‧토지비용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며 대형병원들이 속속들이 경쟁전에 참여했다.
 
서울아산병원, 인하대병원, 차병원, 순천향부천병원, 세명기독병원 등 5곳이 응모했고, 심사결과 서울아산병원이 선정됐다. 병원 앞서 당초 계획보다 병상 규모를 늘려 800병상을 갖추겠다고 발표했으며, 장기적으로는 1300병상까지 확장을 내다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마무리 된 공모는 하남시 ‘H2프로젝트’다. 상대적으로 대형 의료기관이 적은 경기 동남권이란 이점과 함께 최근 주변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개발되면서 역시 병원계 높은 호응을 얻었다. 
 
경희대병원, 명지병원, 차병원이 경쟁에 나선 결과 명지병원이 포함된 롯데건설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명지병원은 기존 300병상 이상 설립이라는 공모 요건보다 확대된 500병상 규모를 약속했다.
 
여러 굵직한 사업들이 마무리된 가운데 일부에선 아직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공모 결과를 두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거나, 혹은 공모에 참여한 의료기관 측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청라 의료복합타운의 경우 인하대병원 컨소시엄이 선정 결과에 불복해 소송까지 제기했다. 인하대병원 측이 법원에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하지만 선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본안 소송은 진행형이다. 이들은 서울아산병원이 공모 요건에 맞지 않은 서류를 제출했다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청라의료복합타운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담배회사인 KT&G 참여다.

앞서 시민단체 등은 담배제조회사인 KT&G가 공공보건 증진을 목표로 하는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위반되는 것이라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KT&G가 병원 관련 의결권을 일체 행사하지 않아야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남 H2프로젝트도 순탄히 마무리되진 못하는 모습이다.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심사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라는 요구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사업을 주관하는 하남도시공사는 물론 하남시의회도 나서 사안을 집중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의료기관 유치는 지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사업을 주관하는 기관도 심사 및 결과 발표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기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여전히 일부 과정이 비공개 원칙이란 것이다. 청라의료복합타운의 경우 평가위원회와 심사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인하대병원 측은 이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모에 참여한 컨소시엄 혹은 지역주민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일련의 평가자료를 가감 없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앞서 이뤄진 공모들을 미뤄봤을 때 절차에 빈틈이 없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심사 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견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후 소모적 논란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고민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지역민들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기관 및 설립 과정에서 충분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 주관사의 촘촘한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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