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성 등 1+3 품목 제한과 CSO 지출보고서 제출 의무화'
박지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험·유통팀장
2021.08.08 20:45 댓글쓰기
[특별기고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7월 20일 공포된 약사법 개정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수를 확대하고 분야별 분과위원회를 두는 법안 등 주요 개정 항목들이 14건에 달했다.
 
그중 산업계 이목을 끈 법안은 동일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자료 또는 임상시험자료를 이용한 품목 허가를 제한하는 법안(1+3 제한법안)과, 영업대행사(CSO)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동일한 생동시험 자료 또는 임상시험 자료를 허여하는 제도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장의 특이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 기원은 2000년 의약분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 각국은 정책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비용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고가의 오리지널을 대체하는 제네릭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추세였다. 
 
우리나라는 2000년 7월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네릭 사용을 권장했고, 생동인정 품목 확대를 목표로 위탁생동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그러나 위탁생동 품목 수가 늘어남에 따라 보험약가제도와 맞물려 보험약가 선점, 리베이트 과당 경쟁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2007년에 위탁(생동)을 2개까지 제한했고, 이를 일몰제(2007년~2010년)로 운영했다.

2011년 폐지된 이 제도는 이후에도 제네릭 품목 난립, 과당경쟁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2019년 4월 식약처가 ‘의약품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안을 통해 위탁(공동)생동 제한을 재추진했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는 제약업체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것이 의약품 품질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개선 
효과가 낮으며, 연구개발 증진 효과도 미미해 재도입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검출됐을 때 동일 성분 품목수가 미국은 10개, 영국 5개 등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자그마치 174개 품목에 달한다는 점이 회자되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가 국회에서도 형성됐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 여·야의 공통된 문제인식 아래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의약품 허가 시 발생하는 문제 해결 및 의약품 유통과정 투명성 강화 목표"

지출보고서는 의약품 공급자 등이 의료인 등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에 대해 그 내용과 근거 자료를 기록, 보관하고 필요한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에 보고토록 하는 양식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대행업체에 업무를 위탁한 의약품 공급자 등이 지출보고서를 작성·보관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관리에 한계가 있었고 CSO가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제재의 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2019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95개 제약사의 45%가 CSO를 이용하는데, CSO를 이용한 매출비율은 평균 25% 수준, CSO 평균 수수료율은 37%, 최대 65%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수수료율은 2014년 7월 시행한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회피수단으로 CSO를 악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또 물품 중개업 신고만으로 의약품 판촉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CSO 사업행태는 의약품 취급, 유통, 판매를 허가업소 및 전문인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약사법의 근본적인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고영인 의원은 CSO 지출보고서 
적용 및 관리 투명화를 위해, 지출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벌칙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각 제약사의 웹사이트 등에 지출보고서를 공개하는 사례를 제도화하고자 한 것이다.

즉, 1+3 제한 법안은 의약품 허가 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CSO 지출보고서 의무화 법안은 의약품 유통과정의 투명성 강화를 각각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두 법안은 의약품 난립과 과당경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본질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회사들이 연구개발 없이 자료를 허여받아 품목수를 늘리고, 위탁 생산하는 현실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다.

또한 영업활동이나 마케팅에 CSO를 활용하면서 리베이트 성격의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한 사례가 적발되면서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산업계는 정상적인 제약기업이 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 및 품질관리하며, 마케팅과 영업활동을 통해 매출을 일으켜 또 다른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순환구조가 기존 제도의 허점 탓에 공멸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리베이트 규제 강화를 벗어나고 피하기 위해 CSO에 과도한 수수료를 주고 CSO는 수수료의 절반을 리베이트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회자되면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확대와 공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은 보건안보의 첨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중점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국제적인 위상도 
올라갔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입, 유럽연합 화이트리스트 등재,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가입 등은 국내 의약품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기존과 같이 산업계 일각에서 낡은 관행,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계속된다면 제약바이오산업은 한 순간에 지금의 지위를 잃고 더 큰 규제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현실에 안주하며 기존 관행
만 되풀이하다가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며 공멸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국민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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