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폐암환자 약물치료는 지방대병원도 효과적"
엄중섭 부산대병원 교수
2022.06.14 05:24 댓글쓰기




폐암은 지난 20년간 국내 사망률 1위 질환이다. 매년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조기진단 기술 및 정밀 맞춤치료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특히 폐암 영역에서 표적·면역치료제 등 혁신적인 치료제와 첨단 술기가 등장하며 의료진과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로 인해 제한됐던 일선 치료 현장도 일상 회복에 접어들며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치료법 발전에도 불구하고 높은 약가로 인한 환자들의 접근성 제한과 최신 치료법과 보험심사 기준 간 괴리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데일리메디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폐암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학병원 교수들을 만나 국내 폐암치료 환경 변화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개선 방안 등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편집자주] 


1) 이승룡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2)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3)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4) 박순효 계명대동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5) 오인재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부산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를 찾는 폐암 환자들이 늘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중증도 높은 환자들 내원이 많은 게 특징이다.


특히 폐암 치료는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국가 지정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신 장비와 숙련된 의료진을 필두로 경남권 폐암 치료 선도기관으로 입지가 탄탄하다.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 수술, 재활이 체계적으로 이뤄져 환자들 및 보호자들의 치료 만족도 역시 높다.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참여 비중을 확대, 환자들의 신약 접근권도 개선되고 있다.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고령이거나 약물치료가 가능한 환자라면 항암치료나 수술 이후 관리 측면에서 부산대병원은 좋은 선택지”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폐암 진단 특수 장비·숙련된 의료진 등 '인프라 탄탄'


부산대병원은 폐암 치료를 위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에 개소한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이하 호흡기센터)는 지하 5층, 지상 13층에 180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폐기능검사실, 기관지내시경실, 호흡재활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전문의를 포함한 180여명의 의료진과 470여 대의 호흡기 관련 전문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엄중섭 교수는 “호흡기센터는 폐암 진단을 위해 초음파내시경, 내비게이션 장비 등 특수 장비를 빠르게 도입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폐암 수술 전문의는 총 5명으로 지방대학병원에서는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 내 호흡기재활센터 치료실이 따로 있어 수술 전후 폐기능 저하 환자에게 충분한 재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암 진행이 많이 된 환자들이 숨이 차면 항암 치료와 함께 호흡 재활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흡기센터는 이 같은 최신 장비를 통해 폐암 진단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여 암 조기 발견에 힘쓰고 있다. 실제 폐암 1기 완치율은 90%에 달한다.


엄 교수는 “요즘은 폐암 1기 판정을 받으면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낼 정도”라며 “빠르게 수술을 하고 이후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최신 약물로 항암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양적 성장 넘어 질적 발전 집중…임상시험 수주 확대 통한 '신약 접근성' 제고


호흡기센터를 통해 양적 성장을 일군 부산대병원은 질적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부산 지역 환자들이 힘들게 서울까지 안가도 다양한 치료 옵션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엄중섭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서울 대형병원 진료가 우수하다고 생각해 상경하고, 진료를 받던 환자들이 서울에 가기도 한다. 그런데 서울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어 “그런데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서울과 부산에서 받는 치료에 큰 차이가 없다”며 “최근 출시된 국산신약 렉라자의 경우도 특정 병원에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전국 병원에 골고루 공급돼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약물 선택 및 투약 후 경과를 보며 치료를 하는 항암 치료는 지역별 편차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신약에 대한 접근권이다.


엄중섭 교수는 “서울 대형병원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들이 신약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부산대병원도 양적인 성장은 충분히 이뤘고 이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임상시험을 수주해 실제 지역사회 어른들이 폐암에 걸렸을 때 출시 안 된 신약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고령이거나 약물치료가 가능한 환자라면 접근성이 좋은 지역 대학병원에서 편안하게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폐암 치료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고전적으로 쓰던 세포독성항암제를 비롯해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엄 교수는 “표적치료제는 특허가 많이 풀려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되고 있으며, 국내 연구진이 개발에 많이 참여한 렉라자도 이미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이런 신약들에 대한 임상 현장의 치료 경험도 축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폐암 신약 허가·급여 '투트랙 제도' 일원화 필요"

 

우리나라는 의료 환경이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의료비가 싸고 접근성이 높다고 운을 뗀 그.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신약 허가 및 급여 제도를 꼽았다. 


우리나라에 혁신 신약이 들어오려면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에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때 신약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지 등을 따져 급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엄중섭 교수는 “일본은 신약 허가와 보험 적용이 동시에 이뤄진다”며 “각 제도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환자들을 위해선 투트랙으로 나눠진 허가와 보험제도를 좀더 유연하게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냐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들은 비급여로 신약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며 “일부 수도권 대형병원에 편중돼 있는 임상시험도 지역별로 골고루 배분시켜 생계가 어렵고 고령인 환자들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신약을 써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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