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면역항암제 등장, 폐암도 완치 기대 신호탄"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2022.05.30 12:30 댓글쓰기



폐암은 지난 20년간 국내 사망률 1위 질환이다. 매년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조기진단 기술 및 정밀 맞춤치료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특히 폐암 영역에서 표적·면역치료제 등 혁신적인 치료제와 첨단 술기가 등장하며 의료진과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로 인해 제한됐던 일선 치료 현장도 일상 회복에 접어들며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치료법 발전에도 불구하고 높은 약가로 인한 환자들의 접근성 제한과 최신 치료법과 보험심사 기준 간 괴리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데일리메디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폐암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학병원 교수들을 만나 국내 폐암치료 환경 변화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개선 방안 등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편집자주] 


1) 이승룡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2)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3)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4) 박순효 계명대동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5) 오인재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폐암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오랜기간 사망률 면에서 선두를 차지해왔다. 단순히 1위가 아니라 2~3위와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는 압도적인 1위다. 이런 경향성은 향후 수십 년간 바뀌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폐암은 사망률뿐만 아니라 발생률 면에서도 전 세계 1위”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자극적인 식습관으로 인해 위암 발생률이 1위를 차지했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점차 위암은 줄어들면서 결국 2019년부터는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발병률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가 페암 환자 치료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형병원은 입원이 쉽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창궐 이후 전담병실을 따로 만들고 거리두기로 인해 병상 수를 줄이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긴급하게 입원을 해야 환자도 입원 순서를 기다리다가 결국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거나 하는 일이 간혹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폐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로 인해 발열 및 폐렴 등 코로나19 증상과 유사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만으로는 환자가 항암치료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로 인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 출입 자체가 어려워진다. 입원 예약이 취소되면서 해야 할 시술이 연기되는 상황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은 폐암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여러 과 의료진들이 ‘원팀’을 구성해 유기적인 협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실 국내 웬만한 병원들은 시설이나 장비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활용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느냐”라며 “폐암치료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 많은 과가 치료에 참여한다. 해당 전문의들이 모여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합의를 통해 도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과 의료진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며 “서울아산병원에는 이런 협진팀이 3개 구성돼 있다. 매주 3회 팀 협진 외래가 열리는 셈이다. 이런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의 협진 팀이 구축된 서울아산병원에서는 폐암 환자 치료에서 어떤 점을 최우선으로 생각할까. 이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가장 먼저 쓰는 것’을 대원칙으로 꼽았다.


그는 “폐암 치료제들이 과거보다 굉장히 많이 나왔다”며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환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폐암 치료 패러다임은 크게 2번 바뀌었다”며 “첫 번째는 표적치료제 등장이다. 이전에는 폐암 환자들 생존기간이 평균 1년 정도에 머물렀지만, 표적치료제 등장 후 적합한 환자들에게 사용했을 시 그 기간을 2~3년까지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2010년대 등장한 면역항암제다. 반응률이 높지는 않지만, 반응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그 효과가 굉장히 오래 지속됐다”며 “과거에는 항암치료로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면역항암제 이후에는 완치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게임 체인저’인 면역항암제 등장 이후 폐암 치료 연구는 면역항암제 중심으로 재편됐다. 면역항암제를 중심으로 환자 완치를 기대하는 방향의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면역항암제 등장 이후 말기 암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와 함께 일반 항암제나 다른 기전의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며 “최근에는 초기 환자에게도 면역항암제를 적용해 완치율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적항암제의 경우 효과는 좋지만,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내성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환자에게 새롭게 투여해야 할 신규 항암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폐암 분야의 경우 비소세포폐암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규 치료제 개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유한양행이 개발한 국산 표적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출시돼 의료현장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다.

  

이 교수는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할 때 환자에게 알맞은 표적이 어떤 것인지 면밀히 검사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들이 EGFR 표적 보유 빈도가 높은 편이다. 외국 대비 2~3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EGFR 변이 대응에서는 그동안 타그리소가 거의 독점했는데 렉라자 등장 이후 경쟁 구도가 됐다. 그전에는 환자들이 타그리소를 쓰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이를 감수하고 쓸 수밖에 없었지만, 렉라자가 등장하면서 대체재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한 환자의 경우 타그리소 부작용인 심부전으로 인해 약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후 암 예후가 나빠져 용량을 줄여서 타그리소를 써서 버티는 상황이었다”며 “이때 렉라자가 들어오면서 약을 바꾸고 심부전과 암이 모두 잘 조절됐다”고 소개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렉라자 효과는 타그리소에 필적할 수준이다. 이 교수는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라며 “타그리소가 독점하던 시장에서 거의 동등한 효과의 약이 개발돼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최근에는 타그리소에 대한 대체로서의 처방이 아닌 1~2세대 치료제 적용 이후 바로 렉라자를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일방적 삭감, 결국은 환자들 피해"

"다학제 협진팀 3개 구축, 국내서는 서울아산병원 유일"

"국산 신약 렉라자 등장하면서 대체재 존재, 치료 효과도 매우 긍정적"

"정부는 급여 신속 적용, 제약사는 적정 약가 산정으로 환자에 도움 줘야"


이 교수는 환자들의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약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출시되는 첨단 항암제들의 높은 약가는 약에 대한 환자들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급여가 적용되면 환자 부담은 줄어들지만, 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부담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신약이 나오면 그 약에 급여가 적용되기까지는 1~2년이 필요하다”며 “그 기간에는 좋은 약이 승인돼있어도 환자들이 약가를 자비로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그 약값을 부담할 수 있는 환자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좋은 약을 앞에 두고도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들을 고려해 정부와 제약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해 적절한 선에서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급여가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제약사들은 약값을 낮춰 건보재정에 부담을 덜어줘야 급여화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삭감’ 문제 또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환자 치료 이후 치료 방법이 기준을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경우 건강보험 급여를 삭감하는데, 이는 병원에게 오롯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는 가이드라인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굉장히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며 “복잡다단한 상황 속에서 가장 적합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건 그 환자를 보고 있는 주치의”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심평원 등에서는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해 치료를 했는데 가이드라인만 놓고 삭감을 해버리면, 다음에는 시도를 할 수 없게 된다. 의료진 위축을 초래해서 결국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수가 문제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느끼는데 우리나라 수가 체계는 장비 중심으로 치중돼 있다”며 “장비를 쓰는 치료에는 많은 수가가 배정돼 있지만, 의료진 노동력과 전문성이 필요로 하는 행위에는 수가가 인색하다. 이런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폐암 환자들에게 “그동안 폐암은 예후가 좋지 않아서 환자들이 많이 좌절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많은 치료법이 나오면서 예후가 많이 좋아졌다. 좌절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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