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폴드, 파브리병 치료 효과 기반 환자 삶의 질 향상'
전종근 부산대어린이병원 교수
2021.03.04 06:2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희귀질환 파브리병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옵션을 갖게 됐다. 부족한 효소를 직접 주입하는 주사제 치료가 아닌 '먹는 약'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독의 '갈라폴드(성분명 미갈라스타트)'는 치료효과가 주사제와 동등하며, 약효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은 물론 환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국내 많은 파브리병 환자들이 여전히 주사제로 힘들게 치료받고 있다. 그 원인과 경구제 치료 이점을 다양한 임상경험을 가진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종근 교수[사진]를 만나 들어봤다.

Q. 희귀질환인 파브리병 발병 현황은
인구 12만명 당 1명꼴로 발병하며, 전 세계 1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환자 수는 200명 이상으로 보고되지만,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150~160명 수준이다. 국내 인구 수와 유병률을 비교해보면, 아직 진단이 안 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Q. 활발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파브리병은 일반 혈액 검사로는 진단이 안 된다. 효소 검사나 생화학적 검사 등을 받아야 진단 확정을 내릴 수 있고, 의심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 

Q. 우선적으로 파브리병을 의심해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비후성 심근증(좌심실 비대)이나 단백뇨, 젊은 연령대의 원인 모를 뇌졸중을 비롯해 손·발끝 통증, 가족력으로 인한 원인 모를 뇌졸중, 신부전, 심부전, 단백뇨 증상이 보일 시 파브리병 검사를 우선적으로 권고한다.

Q. 파브리병은 왜 생기나
파브리병은 리소좀 축적으로 인한 질환으로, 이는 우리 몸에 당과 지질로 이뤄진 복합적 당지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결핍돼 발생한다. 분해 효소가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혈관 벽에 당지질이 점차 축적돼 문제를 일으킨다. 손·발 끝 통증, 심장 비대, 콩팥 기능 저하, 뇌졸중, 각막 혼탁 등 전신에 걸쳐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Q. 파브리병 환자들은 주로 주사제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경구제 등장으로 치료 패턴에 변화가 있는지
기존에는 혈관에 효소를 주입하는 주사제 치료(효소대체요법, ERT)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이틀에 한 번 복용하면 되는 캡슐 형태 알약이 도입돼,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스위칭하는 환자들이 생겼다. 전체 파브리병 환자의 20~30% 정도가 스위칭할 수 있는 유전형을 갖고 있는데, 국내서는 9명 정도가 스위칭했다.

Q. 전환 환자 수가 9명이면 적은 것 아닌가. 주사보다 알약 복용을 선호할 것 같은데
국내 스위칭 환자 수는 조금 적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보험 급여제도다. 우리나라와 호주에서는 경구제가 1차가 아닌 2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1년 정도 주사제로 치료를 받아야 약제 전환 시 급여 적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미국, 캐나다, 유럽 국가에선 경구제가 1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쉽게 말해 파브리병 진단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파브리병 환자에게 경구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내서 결핍된 알파 갈락토시다제 A 효소와 결합해 효소 활성을 복원시키고 축적된 당지질을 분해하는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순응변이를 가진 파브리병 환자에 사용할 수 있다.

Q. 해외 경구제 투약 환자 수는 얼마나 되나
40여개국 이상에서 1000명 이상의 환자가 파브리병 경구제를 사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경구제가 3년 이상 사용돼 왔다. 특히 신환으로 진단받아 유전형이 확인되면 주로 경구제를 사용하며, 대부분의 병원에서도 경구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구용이지만 주사제와 비슷한 안전성 보장 등 효능 입증"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1차 치료제 사용"
"조기진단 예후 영향, 치료 순응도 개선 등 경구제 이점 활용 필요" 


Q. 임상현장에서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전환한 사례가 궁금하다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자면, 경구제로 전환한 대학생 환자가 있었다. 스위치 전에는 2주마다 학교 수업을 빠지고 내원해 주사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경구제로 바꾸고 난 뒤 통원 및 치료 시간 절약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줄었다고 한다. 또 이 환자는 주사제로 치료할 때 복통, 위경련 등 위장관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는데 스위칭한 뒤 소화기 증상이 호전됐다. 심장이나 신장 모니터링에서도 안정된 결과가 잘 유지되고 있다.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 사회생활을 시작해 정상인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Q. 그런데 주사제에 비해 경구제가 효과가 덜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소화 과정에서 약효 손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데  
약효는 임상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발표된 갈라폴드 3상 임상 ATTRACT은 30개월간 4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제(갈라폴드) 지속 복용군과 주사제에서 경구제 스위칭 환자군으로 나눠 진행됐다. 그 결과, 두 환자군 모두 유의미한 호전을 보였으며, 이를 통해 경구제는 순응변이 유전자를 가진 파브리병 환자에서 주사제를 대체해 신장 기능 유지 및 심장질량지수 감소에 대한 효과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안전성을 확인했다. 또한 주사제의 경우 2주에 한 번 맞기 때문에 다음 주사를 맞을 때까지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갈라폴드는 이틀에 한 번 복용하기 때문에 효소의 활성도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Q. 당뇨환자 등을 보면 주사제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난다
파브리병 환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주사제에 거부감을 느껴 치료를 기피하는 환자를 실제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런 현상은 신환에서 더 빈번하게 관찰된다. 2주마다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오는 일에 불편함을 느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경구제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되면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 개선은 물론 삶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Q. 환자 치료 만족도에 대한 데이터도 있는지
제가 최근 발표한 초록 내용을 보면 경구제 전환 후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주관적 만족도는 환자에게 직접 질문하기 보단 좀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설문 서식 등의 툴을 활용한다. 일반건강(General Health), 육체적 기능(Physical Function), 정신건강(Mental Health) 별로 항목을 나눠, 환자가 치료제 복용 후 체감한 점수를 책정해 지표로 정리한다. 실제 진료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와 비교해 보면 이전과 달리 호전된 영역이 있었다.
 

Q. 보다 많은 환자들이 이 같은 경구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먼저 급여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 갈라폴드는 현재 만 16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신장 기능도 어느 정도 보전돼 있어야 한다. 신장 기능이 좋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이런 부분의 완화와 1차적으로 주사제를 1년 정도 쓰다가 해당하는 환자가 경구제를 선택할 수 있는 점도 개선되면 좋겠다. 경구제 처방 기간 기준도 조정됐으면 한다. 주사제는 2주에 한 번 방문해 4~5시간 맞고 가야 하는데, 경구제로 전환하면 병원에 자주 안 와도 된다. 하지만 최대 처방 일수가 30일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은 환자가 내원해야 한다. 이 같은 환자와 의료진들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 보다 나은 치료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Q.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파브리병은 치료 시작의 시기가 예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조기 진단으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사실 외국에서는 환자 1명이 진단되면 가족 스크리닝을 통해 4~5명 정도 환자가 추가로 발굴된다. 먼저 진단을 받은 환자가 적극적으로 가족에게 알려서 추가 진단을 돕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는 그 반대로 환자가 질환 자체를 주변이나 가족에게 알리기를 꺼려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파브리병으로부터 최대한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진단 사실을 반드시 가족에게 알리고, 가족 스크리닝을 진행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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