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강타당한 대구 최전선 지킵니다'
여상목 교수(계명대 동산병원 신장내과)
2020.03.09 05:5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전쟁터 같은 대구·경북. 3월8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7134명. 이중 대구서 발생한 확진자는 5378명, 경북 1081명으로 전체의 약 90.5%를 차지한다. 대구와 경북에 환자가 밀집되다보니 이 지역 의료기관들은 그야말로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할 만큼 쉴 새 없이 돌아간다. 그중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을 자청, 사태 진압을 위한 소방수로 나섰다. 최일선에서 물밀듯 밀려오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의료진의 사투를 여상목 신장내과 교수[사진]에게서 들어봤다.

Q. 대구 확진자 수가 5000명이 넘었다. 의료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
대구동산병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후 기존 입원환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동산병원으로 순차적으로 이송했고, 나머지 환자들은 퇴원 및 전원 조치를 했다. 그리하여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병상을 300개 정도 운영하고 있다. 처음 입원환자를 받았을 때는 13명 정도 왔고, 이후 매일 꾸준히 80명씩 들어와 4~5일만에 병상 250개가 다 찼다.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생활격리시설로 전원하고 있어 유동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신환이 많으며, 입원 환자 진료를 위해 24시간 비상 체제로 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Q. 하루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
통상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8시 사이 퇴근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당직을 서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바쁘게 돌아가면 주야, 휴일을 가리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

Q. 현재 근무하는 의사 수는 얼마나 되나. 의료 자원봉사로 상황이 좀 나아졌는지
고정적으로 근무하는 기존 대구동산병원은 의사는 약 20명이다. 그 외 군의관 및 공보의, 자원봉사 의사 등 20명 정도가 함께 일한다. 이들의 도움이 정말 큰 힘이 된다. 병원에서 의사가 하루 평균 40명 정도의 환자를 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감염병이기 때문에 내과계 의사들이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한다. 제 경우만 해도 하루 60~80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  

Q. 마스크, 방호복 등이 부족하지는 않았나
대구동산병원은 지역거점병원으로 처음 지정된 곳이라 마스크, 방호복, 체온계 등과 같은 물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의료용품은 물론 도시락, 빵, 라면 등 의료진을 응원하는 물품들이 전국 곳곳에서 도착해 힘을 얻기도 했다.

"의료진 충원 절실하고 다른 질환자들 의료공백 걱정"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레벨C 방호복은 공급량 절대적으로 부족"
"가족들 감염 걱정돼 떨어져서 별도 거처에서 생활" 


Q. 의료진 감염에 대한 걱정도 많은데
의사가 감염이 취약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피부 노출이 전혀 없는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우리는 '레벨D' 전신 방호복[사진]과 마스크 보호경 등을 착용하는데 입고 벗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며 통풍이 되지 않아 땀도 많이 난다. 게다가 한 번 입으면 화장실도 갈 수 없으니 물도 거의 못 마신다.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레벨C는 산소가 공급돼 습기가 덜 차지만 공급량이 많이 부족해 병동에선 쓸 수 없다.  

Q.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코로나19 외에 다른 질환을 가진 분들의 경우 의료공백을 느낄 수 있다.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응급실도 폐쇄되고, 외래 진료도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예를 들어 우리 병원에서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진료를 받던 환자들은 주치의를 만나기 어렵다. 다른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만 받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공백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지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논의도 하고 있다.

Q. 최일선에서 일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피로 누적이다. 코로나19 이후 긴장상태로 계속 근무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가족이 있는 의사들은 혹시라도 아내나 아이들이 감염될까 우려해 혼자 생활하거나 병원 근처에 숙소를 잡아 머물기도 한다고 들었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다. 

Q. 인력 보강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의사, 간호사 등 누구든지 마음이 있다면 대구로 와 도와주길 바란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간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감염환자를 집중 케어하려면 환자당 배치되는 간호사 수가 많아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너무 많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의사는 물론 간호사들 지원과 참여가 더없이 중요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 환자가 대구, 경북 지역에서 속출해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의사, 간호사, 행정팀 등 병원 내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일에 충실히 수행하며 사명감을 갖고 고군분투 중이다.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의료인으로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뜻이 있는 의료인들이 대구로 와 일손을 보태준다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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