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태석 신부님처럼 인술(仁術) 펼치는 의사 될래요'
의사국시 합격 남수단 청년 존 마옌 루벤
2020.02.03 06:0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한국 유학 길에 오른지 11년만에 '의사'라는 꿈을 이룬 '존 마옌 루벤'[사진 左]. 사실 그는 고(故) 이태석 신부의 제자로 유명하다. 고인이 남수단 톤즈에서 선교활동 및 의료·교육 봉사를 하는 동안 루벤 씨는 곁에서 내전과 가난으로 죽어가는 남수단 사람들에게 인술을 펼치는 모습을 보며, '의사'라는 꿈을 키워왔다. 이를 위해 한국행을 택한 루벤 씨는 제84회 의사국가시험에 최종 합격, 금년 3월부터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한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에게서 의사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과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편집자주

Q. 의사국시 합격 축하.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 너무 기쁩니다. 사실 의사국시에 한 번 떨어져 재시험을 쳤어요. "이 정도 하면 되겠지"라는 자만이 낳은 결과였다고 생각했어요. 필기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뒤 지난 1년간 매일 4~5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공부에 할애했어요. 또 떨어지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사람으로 수단에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기일전하며 공부했어요. 제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파악하며, 모르는 내용은 친구나 교수님들 도움을 받아 채워나갔어요. 그 결과 금년도 의사국시에 합격했습니다.

Q. '의사'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는
남수단은 긴 내전으로 환자가 많지만 의사는 거의 없어요. 약만 먹으면 치료가 되는 사소한 병으로도 죽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웠어요. 어머니가 간호사로 병원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며 나중에 의사가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지요. 그런 남수단에서 이태석 신부님을 만났어요. 수단 사람도 아닌 한국 사람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며 쉬지 않고 진료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느꼈어요. 공동체에 헌신할 수 있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의사국시 한번 떨어져 재시험, 자만감 버리고 매일 4~5시간만 자면서 공부 매진"
"의대 졸업 후 병원 실습때 동기들과 교수님들 많은 배려·도움 감사"
"내과·산부인과 관심,
전문의 자격증 획득 후 귀국하면 환자 돌보고 치료 및 후배의사 양성 계획"

Q. 남수단 의대가 아닌 한국 의대를 선택한 이유   
처음에는 남수단에 있는 의대에 진학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신부님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는 것을 제안했어요. 한국 의대 교육이 더 체계적이고, 의료나 진료시스템도 선진화돼 있어 배울 게 많다고 했어요. 저는 신부님의 권유에 따라 한국행을 결정했고, 지난 2009년 12월 한국에 왔어요. 연세어학당에서 2~3년 정도 한국어 공부를 하며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됐고 이후 2012년 신부님 모교인 인제대 의대에 입학했습니다. 인제대와 신부님이 세운 수단어린이장학회 등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해줬어요.

Q. 의대 생활은 어땠나요. 병원 실습 때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서 노력을 많이 하는 타입이에요. 그러다보니 동기들이 많이 도와주고, 교수님들도 세심하게 배려해주셨어요. 강의가 끝나고 시간을 내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따로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병원 실습 때도 문화 차이나 차별 같은 것을 거의 못 느꼈어요. 물론 처음에는 외국인이니까 환자들이 놀라고 거리감을 느꼈지만, 나중에는 친근해졌어요. 게다가 제가 한국에 왔을 때 이태석 신부님의 제자로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돼 내원 환자들이 오히려 반갑게 대해줬어요. 힘들 때는 '의사가 돼 신부님의 뒤를 잇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며 인내했습니다.  

Q. 이제 의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데, 어떤 과를 전공하고 싶은지
올 3월부터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을 하면서 차차 결정할 예정입니다. 과를 선택할 때는 고향에 돌아갔을 때 어떤 과를 전공하는 게 도움이 될지를 우선 고려할 거에요. 지금으로선 내과나 산부인과를 전공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실습을 하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죠.

Q. 전공의 포함 수련을 마친 후 계획은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남수단으로 돌아가 사람들을 돕는 의료활동을 할 겁니다.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면서 동시에 이태석 신부님처럼 후배 의사를 양성하는 일에도 힘쓸 거에요. 교육자로서 남수단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힘든 일이 있어도 연연하지 말라'는 신부님의 가르침을 유념하며 신부님처럼 인술을 펼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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