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실종 열흘만에 구조 조은누리양 살린 충북대병원
하태선 소아청소년과 교수
2019.10.28 06:3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충북 청주에서 가족들과 산행에 나섰다가 실종됐던 조은누리(14)양이 지난 8월 2일 실종 열흘 만에 기적같이 발견돼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산 속에서 장기간 실종되면 생환 소식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더욱이 10대 여자 청소년의 경우에는 더 더욱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은누리 양의 발견은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가족은 물론 무사귀환을 고대하던 국민들도 안도감을 내쉬며 생환을 축하했다. 그리고 조 양 생환 이후 장기간 조난으로 심신이 많이 나약해진 신체를 회복시켜 건강하게 가족에게 돌아가게끔 분투했던 의료진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구조 더욱이 사회 통념을 뛰어 넘는 구조 당시 긴박한 상황부터 이어진 후속 진료까지 조 양의 진료 및 치료를 총괄한 하태선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데일리메디가 만났다.[편집자주]


청명했던 초여름. 청주 신문리 주민들이 ‘탑산’이라고 부르는 한적한 야산을 찾은 조은누리양이 가족과 떨어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이 날 조 양은 어머니 및 지인 9명 등과 함께 탑산에 있는 무심천 발원지에 오르기 위해 산행에 나섰다. 그러나 등산로 초입에서 무심천 발원지 방향으로 500m쯤 되는 지점에서 조양은 “벌레가 많아 올라가기 싫다”며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렸다.

여름철 산행이 힘들꺼라 생각했던 조 양 어머니가 “등산로 초입 돗자리를 깔아 놓은 곳에 내려가 있으라”고 말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2시간 후 돗자리를 깔아둔 지점에 조 양 어머니 일행이 돌아왔지만 아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 신문리 이장은 기다리던 조양이 어머니를 찾아 벌목작업을 해둔 길로 잘못 들어서면서 길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도 다시 가족을 찾아 산 정상 부근 무심천 발원지 방향을 찾다가 조 양이 길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조 양은 지적장애 2급과 자폐증상을 앓고 있으면서도 청주 모 중학교 학교 대표 수영 선수로도 활약하고 있었다.

때문에 세간에서는 걱정과 함께 평소 강도 높은 수영훈련을 받았던 조 양의 체력이 버텨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이후 군·경·소방관 200여 명과 구조견 2마리, 군견 1마리, 군·경찰·지자체가 보유한 드론 10여 대가 투입되는 등 대대적인 조 양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실종 열흘만인 8월 2일, 군 수색대는 산 정상으로부터 520m 떨어진 지점 물이 마른 계곡 바위에 기대 웅크리고 있는 조 양을 발견했다.

조 양이 발견된 직후 언론들은 앞다퉈 조은누리 양의 생환 소식을 전하며 ‘다행히 건강상태는 양호하다’고 알렸다.

그러나 초기 언론보도와는 달리 발견 당시 조 양은 중증탈수와 신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며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는 것이 병원측 전언이다.

하태선 교수는 “조양 발견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양 건강상태는 양호하다고 했으나, 이는 부모를 알아보는 등 정신상태만 정상이었다는 의미였다. 특히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는 3.57 mg/dL로, 약 20~30%의 신기능만 남아있는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발견 당시 조 양은 찰과상과 곤충에 의한 자상, 피부감염 등이 있었으나 골절 등의 심각한 외상은 없었다.

그러나 내상은 심상치 않았다. 장기간 금식으로 인해 정상 체중의 약 6.7%가 감소했으며(평소 45kg에서 발견 시 41.5kg), 장기간 금수로 인한 중증탈수 증세도 보였다. 이와 함께 저혈압(수축기 60 mmHg), 감염 등의 소견도 있었다.

장기간 금식과 탈수는 전신 기관과 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하 교수 설명이다. 실제로 조 양은 신장기능 감소와 저혈압 등 치명적일 수 있는 이상증상을 보였다.

이 외에도 원인불상 종격동 기종과 피하 기종 등이 있었으며, 치료과정 중에는 장기간 먹지 못한 것으로 인한 횡문근융해증과 췌장염 등도 발견됐다.

그는 “조 양 발견이 며칠만 더 늦었어도 이런 다행스런 상황을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10일 동안의 금식과 탈수에도 불구하고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수영 등의 운동으로 근육량이 좋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입원 검사를 통해 중증 탈수 증상을 판별한 하태선 교수는 즉각 수액요법을 시행했다. 만 14세 청소년인 조 양의 탈수정도는 영아와 달리 성인과 유사하게 판별됐다. 이에 수액요법도 중증에 준해 초기 적극적으로 실시됐다.

다행히 조 양은 수액요법 시작 후 금방 배뇨를 했고 이에 따라 수액요법도 적정량으로 전환했다. 이어 하 교수는 항생제 투여로 감염을 관리, 장기간 탈수와 금식에 따른 합병증 발생유무를 관찰했다.

조 양의 신(腎) 기능은 서서히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고 감염도 조절이 됐다. 다만 횡문근융해증과 췌장염이 발생했는데, 이러한 증상은 입원기간 동안 서서히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매우 위중했지만 초기 수액요법과 평소 근육량 덕분 회복"
"조은누리양 사건 계기로 '재난의학·조난의학' 전문 의료진 교육 필요성 높아져"


가장 급한 조치가 끝난 후 보다 정밀한 진찰과 의료처치를 위해 충북대병원 각 진료과는 세밀한 협진에 나섰다.

초기 해충자상은 소아알레르기와 소아감염 분과에서 담당했다. 외상감염은 소아감염 및 정형외과, 피부과에서 보았으며, 암흑 속 고립 등에 대한 정신적 후유증은 정신의학과 의료진이 관찰했다.

의료진은 이후에도 계속 예후를 살폈다. 신속한 초기 의료처치 덕분에 조 양은 치명적인 증상을 피하며 입원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구조 이후 약 두 달 여 시간이 지났지만 하 교수는 조 양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 

그는 “신장기능은 퇴원 후 계속 정상이고 초기에 보였던 횡문근융해증, 췌장염 등의 소견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현재 정신건강과 지적수준은 이전 상태로 돌아오고 악몽을 꾸거나 자폐 증상 등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최근에는 의료진을 기억하면서 밝은 모습으로 병원외래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대조난자 의료행위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그는 “조난자의 경우에는 빠른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자연 또는 테러, 화재 등의 인위적 재난이나 조난의 경우 예측할 수 없어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인명피해 발생 시 빠른 발견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은누리양의 경우 발견은 다소 늦었으나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 개인이 평소 운동으로 양호한 근육양을 가졌던 것이 제일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생환자 소생을 위한 체계적인 응급의료체계도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난이나 조난상황을 겪은 환자에 대해서는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며 “만약 발견 위치에서 전문병원으로 빠른 이송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발견장소 인근 의료시설에서 초기 대응하고 긴급 대응할 수 있는 전문특화응급팀이 평소에 갖춰져 상급병원으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선 교수는 “이번 조은누리양 사건을 거울 삼아 국내에서도 재난의학 및 조난의학에 대한 체계적인 의료진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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