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한국 헬스케어 효율적 투자 길라잡이 선도"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2022.07.04 05:10 댓글쓰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내디딘 사회 첫 발은 의료현장이 아닌 컨설팅이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입사해 컨설턴트로 생활했다.


컨설팅 섭렵 후에는 다시금 본업인 의업(醫業)으로 회귀했다. 삼성서울병원 조교수,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장을 맡으며 의사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정된 일상 대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내과 전문의이자 전직 컨설턴트란 화려한 스펙을 보유한 김치원 원장의 다음 행로는 벤처캐피털리스트였다. 


카카오벤처스 상무 겸 파트너 심사역으로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카카오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고자 설립한 이 회사는 이미 관련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김치원 상무는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며 지금 하는 일이 ‘솔직히' 너무 즐겁다고 했다.


Q. 카카오벤처스로 이직 계기는

의사, 컨설턴트 등 그동안 수행했던 업무들과 연관성이 있고, 벤처캐피탈이 의료 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인 만큼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합류했다. 


Q.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진단한다면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하기에 쉽지 않은 구조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투자를 많이 하고 서비스 및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정도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수시장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내수 규모가 작아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의료를 산업보단 복지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복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기존 의료와 기술이 접목되기 쉽지 않은 구조를 가졌다. 냉정하게 따지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Q. 미국, 중국의 경우 정부 주도로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국가 중심으로 키우려면 분명한 '아젠다'가 필요하다. 기존 의료에 문제가 있고, 그 과제를 풀어가는데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문제 크기가 클수록 투자가 더 많이 이뤄진다. 미국의 경우 의료비가 너무 높다 보니 가격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헬스케어를 이용하고, 중국은 의료비 지출이 너무 적어 시스템이 나빠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아젠다가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높고, 의료비도 저렴하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투자 및 육성 요인이 더 적은 셈이다. 


Q. 투자 심사 분야와 기준이 궁금하다

카카오 특성에 맞춰 IT와 헬스케어가 연결되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디지털 치료제, 인공지능(AI), 원격진료 플랫폼 및 서비스 개발 회사 등이 대상이다. 개인적으로 '확장 가능성'을 중시한다. 직접 심사했던 이모코그 사례를 들어보겠다. 

대부분의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정신과 상담 중 인지행동치료에 바탕을 두고 이뤄진다. 그런데 나라마다 인지행동 치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르다. 미국은 '인지', 한국은 '행동'이 더 중요하다. 즉, 국내서 개발한 제품이 해외로 수출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모코그는 인지행동이 아닌 게임에 가까운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했다. 조금만 다듬으면 해외 수출도 가능하겠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 초기 투자자 입장에선 정부 보험 급여에 의존하거나 해외 시장 공략이 어려운 제품들은 매력도가 떨어진다. 


"의사·컨설턴트 경험 살려 잠재력 있는 파트너 발굴·선정 최선"

"디지털 헬스케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가 중심 돼야 하는 것"

"일차의료 포함 의료서비스 질 더 높아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


Q. 원격의료는 의사들 저항이 큰 분야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원격의료 등 기술은 의료가 가진 한계나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 동네병원에서 재진 위주로 도입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의료전달체계가 부실한데, 원격의료 빗장이 풀리면 지금껏 환자들이 당연하게 누렸던 의료서비스들이 무너지게 된다. 칸막이가 있는 콜센터와 비슷한 모양의 원격의료전문클리닉에 의사들이 마이크만 차고 진료 상담을 하게 된다면, 동네의원들이 문을 닫게 될 수 있다. 일차의료가 무너지면 경증질환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 즉,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서비스 질이 더 높아지는데 기여하는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 


Q. 의약품,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분야 중 더 유망한 분야는

우리끼리 농담처럼 '의사 손에 가까울수록 바꾸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전공의 때부터 꾸준히 써왔던 내시경을 새 제품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교육도 받아야 하고 적응하는데 시간도 필요하다. 반면 약이나 스텐트 등은 좋은 기술이 적용되거나 치료 효과가 높다면 바꿔본다. 의료기기 보단 의약품 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된다.


Q. VC 분야에 관심 있는 의사들에게 조언한다면

성장성이 높은 분야이기에 의사 인력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VC 분야에 진출한다면 2~3년 정도 커리어를 유지하는 것을 제안한다. 일정 기간 이상 일을 해야 업무에 대해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기업들도 의사인력 채용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하지만 너무 짧게 근무하고 병원으로 돌아가는 케이스가 많으면 의사 채용 시 불안해 할 수 있으니 고려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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