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노인우울증 악화, SSRI 처방 제한 철폐 시급'
김용범 대한노인의학회 회장
2021.11.30 05: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독거노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최근 의료계에선 ‘노인우울증’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울증 증가율 자체는 20대와 30대가 높지만, 전체 환자 수는 60대 노인층이 훨씬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체 우울증 환자 중에서도 노인 환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립된 노인들은 우울감에 빠지기 쉽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변에서 이를 돌봐주는 이가 없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에선 노인 우울증 치료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보편적인 우울증 치료약물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의 처방제한 규정이다. 현행 규정은 비(非)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처방을 60일로 제한하고 있다. 동네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사들은 ‘사실상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렵다’라고 토로한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노인우울증의 치료접근성과 관련, 김용범 대한노인의학회 회장(위앤장참사랑내과의원 원장)[사진]이 문제점을 진단했다. [편집자주]

Q. 건보공단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청년층에서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건강 질환자가 크게 증가했다. 과거에는 특정 연령이나 직업군에서 발병률이 높았다면, 이제 우울증은 전 국민 누구나 흔하게 겪는 질병이 됐다. 최근 노인 우울증 환자의 증가세는 어떠한지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의학회에서 체감하는 노인자살률 증가세는 확연하다. 우리 학회 회원의 절반은 내과인데 최근 우울증 환자가 많이 늘었다는 얘기가 제법 들려온다. 노인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까닭은 경제적으로 어려우면서 건강까지 나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Q. 노인의학회 회장이면서 내과 개원의이다. 동네 병의원에서 노인우울증 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운영하는 내과의원은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십 수 년에 걸친 ‘단골환자’가 많다. 환자들의 시시콜콜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환자 병력부터 시작해 집안 사정, 최근 고민을 늘상 들으며 가까운 친구처럼 지낸다. 여기에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의사들은 환자에게 이상 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다. 환자가 처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이 증상은 심상치 않은 징조다’를 눈치 채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노인성 만성질환은 보통 우울증을 동반한다. 해마다 증가하는 노인우울증을 가장 빠르게 접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동네 내과 의사들이다.

"환자 평생 주치의인 동네의원서 우울증 가장 먼저 발견"
"노인 자살률 OECD 국가 중 1위, 고령층 만성질환은 보통 우울증 동반" 
"SSRI 처음 도입됐을 때는 매우 고가, 지금은 제한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하고 비싼 약물 증가"
"규정 철폐되면 내과의사들도 추가적인 교육 통해 경증 우울증 잘 볼 수 있도록 가능"

Q. 내과의사들이 우울증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SSRI 60일 처방 제한을 꼽는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처음부터 중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질병과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의 경우 투병 중 우울증이 발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그런데 파킨슨병은 신경과에서 치료를 한다.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의사가 신경과 의사란 얘기다. 만일 파킨슨병을 앓던 환자에게 우울증상이 생긴다면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것은 신경과 의사가 된다. 즉, 우울증 초기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반드시 정신과 의사는 아니란 것이다. 때문에 현행 비정신과 의사에 대한 SSRI 처방 제한은 큰 문제다. 우울증 환자를 보게 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는 커녕 오히려 환자 상태를 악화시킬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치료약물은 ‘아주 천천히 시작하고 아주 천천히 끊어야’ 한다. WHO 권고에서도 최소 1년 이상 복용토록 권장한다. 그러나 현행 처방제한으로 많은 의사들이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치료를 중단하게 된다. ‘안하느니 못한’ 치료가 되는 것이다.

Q. SSRI 처방제한 규정을 유지하자는 입장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약이 처음 도입됐을 때 처방이 제한된 것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당시로선 아주 고가 약제였기 때문이다.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SSRI보다 훨씬 비싼 약들이 많다. 경제적인 이유로 처방을 제한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SSRI 처방이 제한되면서 이보다 위험성이 높은 삼환계 약물 사용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듯 SSRI는 매우 안전한 항우울제다. 명확한 근거도 없는 규정 탓에 환자들은 더 좋은 약을 쉽게 처방받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학계와 관련해 이야기 하자면 정신과 영역을 침범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증 우울증이 의심될 경우 당연히 모든 의사들이 전원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좀 더 환자들에게 즉각적인 치료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우울증은 초기에, 경증일 때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 우울증에서 중요한 것이 면담치료다. 평소에 봐왔던 의사가 아닌 낯선 의사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작은 우울감만으로는 환자들이 정신과에 가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측면도 있다. 환자와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개원의 입장에선 가능한 좋은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Q. 비정신과 의사들은 정신과 전문의에 비해 우울증 치료 역량이 부족하지 않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내과만 이야기 하자면 내과의사들은 모든 약의 전문가다. 항우울제 약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경증 우울증에 대한 치료 역량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만일 규정이 철폐된다면 일반 개원가가 우울증을 잘 볼 수 있도록 추가적인 교육은 필요하다. SSRI 규정 때문에 많은 비정신과 개원의들이 우울증 환자를 살피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학회 보수교육 등을 적극 활용해서 경증 우울증 치료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Q. 노인우울증 환자 치료를 위해 정부를 향한 제언 한마디
-거듭 강조하지만 현행 처방을 제한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굳이 정신과까지 갈 필요 없는 경증 환자들이, 조기 치료 타이밍을 놓치고 원하지 않는 전원을 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에 가장 우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비 정신과 개원의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환자와 깊은 신뢰관계를 쌓고 있는 ‘주치의’들이 생활 속 질병인 우울증을 잘 치료할 수 있도록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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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나 12.15 00:14
    곧 Dysphoric mania 데리고 주구장창 SSRI 먹이는 꼴 보게되겠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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