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
2021.11.26 10:30 댓글쓰기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에 앞장섰던 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가정의학과)가 교양서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를 펴냈다. 
 
출판사 안타레스에 따르면 저자는 수많은 환자의 죽음을 지켜본 의사다. 그는 이 책에서 간병살인과 동반자살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법과 제도가 국민의 죽음을 통제하는 한,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임을 지적한다. 
 
윤 교수는 “간병살인과 동반자살을 개인의 차원으로 치부하고 가족들이 비도덕적 행위·살인을 했다고 취급해 법적으로 단죄함으로써 이 문제가 불평등의 극치라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존엄한 죽음과 품위 있는 죽음, 이른바 ‘웰다잉(well-dying)’은 국민적 관심사다. 문제는 웰다잉을 향한 변화 속도보다 비참한 죽음 양상이 펼쳐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존재하지만 그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고독사·간병 살인·동반 자살이 끊이지 않고, 매년 가속화되고 있다. 
 
윤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을 안락사·의사조력자살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는 “연명의료 중단은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기계적 호흡 등 생명연장의료를 중단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라며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는 제한돼 있고 대상·시기도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엄격히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웰다잉 못하면 안락사 못 막는다”
 
윤 교수는 국가가 나서서 넓은 의미 ‘웰다잉(well-dying)’ 정책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면 곧 안락사 합법화 요구가 거세게 일 것 이라고 경고한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는 “넓은 의미의 웰다잉이 자리 잡기 전에 안락사가 법제화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우리사회 복지제도는 의사조력자살을 도입할 만큼 성숙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조속한 법 제정으로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역설하며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는 앞서 저서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 등을 통해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윤 교수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웰다잉, 말기 환자, 호스피스·완화의료 등에 관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50편, 국내 학술지에 15편을 발표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을 돕고자 국립암센터에 ‘삶의질향상연구과’를 신설했으며,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설립위원으로 활약했다.  

연명의료결정법 법제화에 앞장선 공로로 2016년 홍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한편 연명의료결정법은 지난 2016년 1월 국회 본회를 통과, 2017년 8월 호스피스 및 2018년 2월 연명의료 분야에서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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