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알려주는 불편한 닥터 '불닥TV'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권성택 교수 운영, '환자-의사 신뢰 회복 기대'
2021.10.25 05: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다. 그만큼 독자 확보를 위한 유튜버들의 아이템 경쟁도 치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했던 병원의 불편한 진실을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의사 유튜버가 인기몰이 중이다. 
 
더욱이 해당 의사는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재직 중인 교수다. 
 
채널명 ‘불닥TV’를 운영하는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권성택 교수. 그의 유튜브 활약상과 그 기저에 담긴 의도를 가감없이 전한다.
 
“환자 불편함이 곧 의사 불편함”
 
‘불닥’이란 ‘불편한 닥터’의 줄임 말이다. 환자가 불편하면 의사도 불편하고, 의사가 불편하면 환자도 불편하다는 지극히 단순한 명제가 ‘불닥TV’의 태생 배경이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시절을 보낸 후 교수로 부임한 그는 무려 37년 간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에서 의사생활을 이어왔다.
 
30년이 넘는 그 세월 동안 수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불편한 상황으로 고뇌에 빠졌던 순간이 부지기수였다. 
 
불필요한 걱정을 토로하고, 불필요한 불만을 제기하며, 불필요한 시비를 거는 환자나 보호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진료에 대한 의지 마저 상실되는 느낌이었다.
 
혈기왕성하던 시절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절대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앞에서는 수긍하는 듯 했지만 뒤에서는 의사에 대해 더 큰 서운함을 가졌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와 보호자의 비위를 맞추고 오해를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어쩌면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권성택 교수는 “37년 의사생활을 되돌아 보니 적잖은 후회가 남았다”며 “진료나 수술에 대한 후회 보다는 환자나 보호자와 관계에 아쉬움이 컸다”고 술회했다.
 
이어 “아무리 사소한 걱정에 대해서도 성심을 다해 답변해 주고 다독거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질병 치료에는 소홀함이 없었지만 그들의 마음까지 보듬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막연한 자괴에 빠져 있던 그에게 유튜브는 그야말로 ‘유레카’였다. 불특정 다수에게 필요한 정보를 상시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유튜브에 매료됐다.
 
‘환자의 불편함이 곧 의사의 불편함’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환자와 의사 간 오해를 줄이고 보다 편한 진료를 도울 수 있을 것이란 확신으로 유튜브를 개설했다.
 
취지에 공감한 병원이 제작을 지원키로 했다. 병원 입장에서도 평소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와 설명을 ‘불닥TV’를 통해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불닥TV’는 의사와 보호자가 불편한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수위도 거침이 없다. 
 
그만큼 진솔한 얘기들이 넘친다.
 
권성택 교수의 유튜브 개설 소식에 한 보호자가 출연을 자청했다. 
 
예기치 못한 아이의 의료사고로 절망에 빠졌던 이 보호자는 권 교수를 만나 수 차례의 재수술 끝에 새 삶을 얻을 수 있었다.
 
평생 은인인 권 교수가 다름아닌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의미있는 행보에 나선다고 하니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고픈 마음에 출연을 결심했다.
 
권성택 교수는 “환자의 불편함이 곧 의사의 불편함이 된다”며 “서로의 오해를 줄이고 환자들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닥TV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편할 수 있는 주제를 의사와 보호자 각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해가 풀리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로를 아는 만큼 풀리는 오해
 
‘불닥TV’ 첫 번째 얘기는 ‘수술시간’이다. “선생님 수술은 얼마나 걸리나요?” 권성택 교수가 30년 넘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자 가장 불편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들은 다시 살아 나와 가족을 볼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 보호자 역시 의료진의 사소한 한마디에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마련이다. 
 
때문에 여러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질문이 바로 ‘수술시간’이다. 시간이 길수록 위험하고 어려운 수술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는 탓이다.
 
하지만 집도의 입장에서 이 질문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술은 워낙 변화무쌍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예단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권성택 교수는 “통상적인 시간을 얘기해 줬는데 막상 실제 수술에서 시간이 길어질 경우 의사는 심적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러 늦게 수술하는 의사는 없다”며 “환자나 보호자는 무심코 하는 질문이 의사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마취’와 관련해서도 불편한 상황이 빈번하다. 보호자, 특히 소아환자 보호자들은 전신마취가 아이 두뇌에 영향을 미칠 수있다는 걱정에 “전신마취가 꼭 필요하냐”고 묻는다.
 
권성택 교수는 “사전에 의료진이 모여 전신마취와 관련한 위험 요소 등을 충분히 검토한다”며 “전신마취 결정은 선택의 여지 없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신마취가 아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출연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해당 보호자는 “전신마취만 수 차례를 했지만 무탈하게 성장했고, 지금 공부도 잘한다”며 “마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닥TV는 최근 화두인 수술실 CCTV과 관련해서도 일찍이 짚고 넘어갔다.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결론이다.
 
의사는 고위험 수술을 기피하고 환자들은 치료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CCTV는 의사와 환자의 불신만 키울 것이라고 권 교수는 우려했다.
 
이 외에도 수술동의서와 응급실 등 일반 국민들이 병원에 와서 느끼는 불만과 불편한 요소들을 환자와 의사의 입장에서 살피면서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가 불닥TV를 통해 이뤄졌다.
 
3개월 전부터 시작된 ‘불닥TV 시즌 2’에서는 의료진의 실상을 보다 가까이 들여다 보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주제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의사생활 △전공의는 미래의 명의(名醫) △소중하고 중요한 간호사 등으로,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던 그들의 일상과 고충을 소개한다.
 
평소 전공의나 간호사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솔직한 인식을 들어보고 그로 인해 상처받는 의료진의 아픔을 매만지는 내용을 담아냈다.
 
현재까지 등록된 동영상은 총 9편. 조회수는 2000건 남짓으로, 아직은 미약한 편이지만 개설자인 권성택 교수는 조바심이 없다.
 
상업용 채널도 아니고, 개인 영달을 위함도 아닌 만큼 연연할 필요가 없다. 그저 묵묵히 환자와 의사 간 보이지 않았던 장막을 걷어내는 노력에 충실할 뿐이다.
 
권성택 교수는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줄여 의사와의 신뢰를 강화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앞으로도 보다 불편한 주제로 간극 좁히기에 나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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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헛소리하네 10.26 17:52
    cctv달고 수술할 능력없는 의사를 퇴출시켜야지 성범죄 대리수술 증거조작해도 처벌하면 안된다고 우기는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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