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열풍 오징어 게임 '당뇨발'···해결책 제시 노벨의학상
당뇨성신경병증 치료 열쇠 풀릴지 관심, 캡사이신 수용체 'TRPV1' 주목
2021.10.23 06:35 댓글쓰기
사진제공=넷플릭스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에서 이정재(성기훈 役)는 어머니 당뇨발 수술을 위해 목숨을 건 게임에 참가했다. 그리고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겪으며 인생 ‘매운맛’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어쩌면 ‘매운맛’은 진짜로 어머니의 당뇨발 치료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으로 이어진 매운맛 수용 경로가 당뇨 합병증 증상 완화제 개발까지 이어진 까닭이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이달 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캡사이신 수용체 ‘TRPV1’을 발견한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와 촉각 수용체 ‘Piezo1’을 찾아낸 아르뎀 파타푸티안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특히 TRPV1을 주목할 만하다. 줄리어스 교수는 캡사이신을 인식하는 수용체 TRPV1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TRPV1이 온도를 감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TRPV1은 온도 변화를 인식해 27~42도에서는 따뜻함을, 42도 이상에서는 뜨거운 통증을 느끼도록 작동한다. 
 
특히 TRPV1은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증상을 잡을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당뇨병성신경병증은 당뇨의 대표적인 합병증 가운데 하나로, 고혈당으로 인한 신경세포 대사이상 및 영양혈관 장애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손이나 발 등 신체 말단에 비정상적인 저림, 시림, 따가움 등이 발생하고. 증상이 심해지면 감각이 둔해진다.
 
당뇨병성신경병증이 극심한 경우 일명 ‘당뇨발’로 불리는 당뇨병성족부병증을 유발한다. 발의 피부나 점막 조직이 헐면서 발 궤양이 발생, 심한 경우 발을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의 어머니가 겪었던 증상이 바로 당뇨병성족부병증이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는 “당뇨병성신경병증은 고혈당으로 인한 신경 퇴화로 발생한다. 일반적인 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데다 신약 개발도 더뎌 환자들의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더 극심해지면 감각이 없어지면서 상처가 나도 모르게 되고, 상처로 인해 당뇨병성족부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 열쇠로 TRPV1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특히 지난해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의 미국 자회사인 어베리타스파마가 TRPV1을 표적으로 한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패치를 선보이면서다.
 
지난해 7월 어베리타스마파는 캡사이신 8% 패치제인 ‘큐텐자’(Qutenz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당뇨병성신경병증에 대한 통증 치료제로 적응증 추가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큐텐자는 국소부위에 작용하는 비침투성,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로, 지난 2009년 11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인한 신경병증성 통증관리용 패치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큐텐자는 캡사이신을 피부에 직접 전달해서 뜨겁고 쓰린 통증 전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TRPV1에 작용한다.

캡사이신이 TRPV1을 활성화하면 통증을 전달하는데, 지속적으로 TRPV1 자극을 유발하면 결국 수용체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마비돼 진통 효과를 내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같은 기전을 이용한 진통제가 임상1상 진행 중에 있다. 다만 캡사이신이 아닌 TRPV1 타겟 신약후보물질이다. 
 
국내 제약사인 메디프론디비티는 지난해 6월 12일 “당뇨병성신경병증의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비마약성 진통제 ‘MDR-652’의 임상1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메디프론에 따르면 MDR-652는 캡사이신 수용체인 TRPV1에 작용해 통증을 제어한다. 회사 측은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최대 성인 56명 규모로 1회 및 반복 도포시 안전성과 노출 정도를 평가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피제제로 개발해 경구투여 부작용을 해결하고, 당뇨병성신경병증을 비롯해 대상포진 후 신경통증, 수술 후 통증 등 다양한 신경병증 통증 치료제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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