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 근원 치료 실마리 찾았다
장(腸) '면역 반응' 조율하는 신경교세포, 새로운 표적 부상
2021.10.23 05:56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경교세포(Neuroglia Cell)는 뇌와 척수 내부에서 신경세포(neuron)가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화학적 환경을 조성한다.
 

신경세포가 신경 조직의 본질적 기능을 맡는다면, 신경세포를 지지하는 교세포는 혈관과 신경세포 사이에서 영양 공급, 노폐물 제거, 노화 세포 포식 등의 작용을 한다. 성상교세포, 희돌기교세포, 소교세포, 슈반세포 등이 모두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런데 장(腸)의 신경계에선 이런 교세포가 더 근원적인 면역 기능에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병원체가 침입하거나 조직 손상이 생겼을 때 장 신경계의 교세포는 면역 반응을 조율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크론병, 만성 장염 등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장의 신경교세포가 핵심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0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의 초점은 조직 손상에 대한 면역 반응에서 장의 신경교세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맞춰졌다. 장의 신경계는 장 근육 수축 등 소화 기능의 여러 측면을 제어하는데 장 내벽에 존재하는 신경교세포는 신경계의 한 축이다.
 

과학자들은 생쥐 모델 실험에서 회충(Heligmosomoides polygyrus)이 장 내벽에 침입하자 곧바로 면역세포에서 인터페론 감마가 분비한다는 걸 발견했다.
 

인터페론 감마는 보통 면역계 세포에 작용하지만, 인터페론 감마의 1차 표적에 장의 신경교세포가 포함돼 있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인터페론 감마에 의해 활성화된 신경교세포는 즉각 다른 면역세포에 비상 신호를 보냈다. 장 조직의 손상 부위로 집합해 감염에 맞서 싸우라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인간에게도 비슷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전의 다른 연구에서 수집된 궤양성 장염 환자의 조직 샘플 데이터를 분석했다.
 

궤양성 장염은 결장과 직장의 염증이 오래돼 심한 설사와 위경련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여기에서 생쥐 실험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 인간의 장 신경교세포도 인터페론 감마와 연관된 유전자들이 활성화돼 있었다. 이는 장의 신경교세포가 장의 염증성 질환과 연관돼 있다는 걸 시사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신경계 발달 항상성 랩(lab)'의 프렌체 프로가츠키(Franze Progatzky) 박사후연구원은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해선 현재, 원인 부분은 손 쓰지 못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게 고작이다"라면서 "이번 연구의 통찰이 장 신경교세포와 면역계 상호작용 연구를 심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감염이 없을 때 장의 신경교세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페론 감마에 의해 활성화되는 신경교세포의 작용 능력을 차단해 봤다. 그랬더니 정상적인 생쥐도 장 조직에 염증이 생겼다.
 

다른 질병이나 조직 손상이 없을 때도 신경교세포가 장 조직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논문 교신저자인 바실리스 파크니스(Vassilis Pachnis) 박사는 "신경교세포는 다른 여러 신체 기관에도 존재한다"면서 "다른 데서도 조직의 건강 유지, 병원체나 독소에 대한 적절한 면역 반응 조율 등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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