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손해율에 가려진 '사보험 이중지원' 논란
건강보험공단 노조 '본인부담상한액 누적 환급금 10조원'
2021.10.22 19:1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가려져 있던 본인부담상한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본인부담상한제란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일정액 이상일 경우 가입자에게 되돌려주는 제도를 말한다.
 
올해는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총 166만643명에게 2조2471억원의 본인부담상한액이 환급된 바 있다.
 
이는 2004년부터 시행돼 온 제도인데, 지난 2009년 금융위원회가 표준약관에 본인부담상한액 환급금을 실손보험이 보상하지 않도록 규정하면서 이중지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해당 규정을 빌미로 손보험사들이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을 받은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한 보험금을 환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보험사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미지급 및 환수로 최근 7년간 1조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배진교 의원(정의당)도 "본인부담상한제를 이유로 한 미지급 문제가 심각하다"며 "보험상품이 부당하게 소비자 권리를 축소할 경우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보험업법 제127조에 근거한 규제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노조 또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단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상품이 처음 나올 때도 공보험의 위축과 모럴해저드를 우려해 비급여만 보장하고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은 보장해 주진 말아야 한다는 비등한 여론을 무시했었다"며 "마침내는 보험사들의 이익을 지켜주려 본인부담상한제 취지를 무력화시키며 그 재정 부담을 모두 건강보험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단이 2009년∼2021년까지 본인부담상한제로 지출한 금액은 10조원에 육박한다. 
 
노조는 "상품을 설계할 때 산정했던 보험료 이익은 실손보험사들이 가져가고, 보험금으로 지급했어야 할 부담은 건강보험이 지고 있는 기막힌 상황이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며 "건강보험이 실손보험사들의 손실을 보존해 주고 이익을 보장해주는 창구와 도구로 전락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금융당국은 모든 국민의 돈인 보험재정이 무한정, 무한대로 보험사에 흘러들어가는 상시적 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며 "민간보험사의 상품설계 실패 책임까지 건강보험이 떠안아야 하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고질적인 폐단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나, 당장 개선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국감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유관기관과 함께 해당 제도 개선에 관해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존 판례가 현 운영 방침을 뒷받침해주고 있어, 개별 보험사들이 판례를 근거로 개정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본인부담상한제 방침이 변경되면 보험사들이 이를 빌미로 실손보험료 손해율 증가에 대해 더 많은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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