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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바이오 성장 의지 꺾는 '약가제도' 개선 절실
양보혜 기자
[ 2021년 09월 23일 12시 22분 ]
[수첩] 글로벌 제약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질병 극복'이라는 가치 있는 도전 과제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공의 열매는 특허와 약가제도를 통해 보호된다. 실제 미국은 시장 논리에 의해 약가가 결정되고 여기서 파생되는 이익이 유지될 수 있도록 특허라는 장치가 작동해 R&D 투자 비용 회수 및 이익을 지켜준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제약사들이 천신만고 끝에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혁신성보다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방점을 둔 약가제도 탓에 신약이 오히려 홀대를 받고 있다. 

특히 국산 신약의 경우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 in Class)보다는 계열 내 최고 신약(Best in Class)이 월등히 많다. 계열 내 최고 신약의 경우 대체 약제를 기준으로 효과와 비용을 비교해 가격이 매겨진다. 

문제는 대체 약제가 제네릭 출시나 사용량 약가연동제, 실거래가 조정 등 약가사후관리제도에 의해 꾸준히 인하된다는 점이다. 정해진 기준에 따르면 국산 신약은 제네릭보다 낮은 가격을 받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실제 국내 신약 가격은 OECD 국가 및 대만 평균 가격의 42% 수준이며, 신약의 74%가 최저가로 파악된다. 즉 신약 개발에 성공해도 수익은 커녕 R&D 비용조차 회수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같은 약가정책은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의지를 꺾고, 산업 성장을 저해한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K-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합리적인 약가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실화되기 어렵다.

장우순 제약바이오협회 상무도 "국내 약가제도가 신약 개발 동력을 떨어뜨리고 해외 수출 시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발언한 바 있다.

물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에 약가제도 전반을 뜯어고치기 보단 혁신형 제약기업만이라도 선별적으로 약가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지난 2016년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수립 방안에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약 개발에 대한 약가우대 사항을 포함한 바 있다.

이 제도의 혜택을 본 국내 개발 신약도 있다. HK이노엔의 국산 신약 30호 케이캡은 글로벌 진출 신약 약가평가 조건을 충족해 우대를 받았다. 출시 1년 10개월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데는 이 같은 제도도 한몫했다.

안타깝게도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특히 약가지원이 통상의 측면에서 상호호혜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 제도는 현재 운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 지원 방안을 다시 추진하기에 좋은 시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국 산업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팽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통상 마찰로 묵혀뒀던 과제를 이제 다시 재논의해야 할 때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경제부총리 주재 혁신성장 추진회의에서 '제약의료기기 등 혁신형 바이오기업육성방안' 발표는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오는 2022년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 국제 통상 마찰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약가우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내 제약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계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속담처럼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지금, 정부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신속하게 신약 약가제도를 정비해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국산 신약 성공은 개발 과정 자체에만 있지 않다. 개발된 신약이 시장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그 가치를 평가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고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때 비로소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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