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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100만명 넘는데 안전한 SSRI제제 막아"
신경과 등 비(非)정신과 의사들 답답함 호소, "OECD 자살률 1위에도 악영향"
[ 2021년 09월 23일 10시 49분 ]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기며 우리나라도 ‘코로나블루’ 여파를 여실히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 제한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신경학계 등이 자살의 주 원인인 우울증 치료 확대를 위해 ‘SSRI’ 계열 항우울제의 처방 규제를 풀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SSRI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항우울제 중 효능·안전성·내약성 면 등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장기 복용해야 효과를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대한우울조울병학회·대한정신약물학회가 개정·발표한 ‘2021 한국형 우울장애 진료지침서’에서는 SSRI 항우울제 중 하나인 ‘에스시탈로프람(상품명 렉사프로)’는 전반적 우울장애 치료 부문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멜랑콜리아·비전형적 양상·계절성 양상·불안형 양상 등의 주요 우울장애 등이 예다. 올해 1분기 기준, SSRI 항우울제는 항우울제 시장에서 36%를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신경과학회 등에 따르면 실제 1990년 이후 유럽·미국 등에서 ‘프로작’ 등 SSRI 항우울제 사용량이 늘며 자살률이 감소하기도 했다. 과거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이 높았던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등도 이 약물 사용이 증가하면서 자살률이 훨씬 줄었다는 설명이다. 
 
효과 있는 SSRI제제는 처방 제한 vs 치사율 높은 TCA 약물은 규제 없어 
 
그러나 지난 2002년 3월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SSRI 항우울제는 내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산부인과·신경과 등 비(非)정신과에서 처방할 시 60일 내로 일수가 제한된다. 
 
해당 규제 때문에 비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 치료 시 60일 후 해당 약물 처방을 중단하거나 환자를 정신과로 보내야 하는데, 우울증 환자들이 정신과로 가지 않고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울장애 진료지침서에서 2차 선택치료제로 권고된 삼환계 항우울제인 ‘TCA’ 계열 약물은 이러한 투여 기간 제한이 없다.
 
SSRI 항우울제가 식욕저하·성기능장애·불면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의 부작용을 유발하는데 반해 TCA 항우울제는 과다 복용 시 심장질환 등을 유발하는 등 치사율이 높게 나타난다. 때문에 우울증 환자들이 이를 자살하기 위한 용도로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신경과학회는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던 지난 9월 10일,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약물은 규제되고 위험성이 있는 약물은 규제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학회 관계자는 “SSRI 관련 규제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악성 규제”라며 “정부는 자살예방대책을 열심히 세우겠다고 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우울증 치료를 규제로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우울증 환자 200만명 추산···“농촌·노인·아동 의료 접근성 확대 필요” 
 
우리나라는 OECD국 중 15년 간 자살률 1위,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우울증 유병률 1위를 기록했다.

의료계는 우울증을 심각히 여기지 않거나 진료에 거부감 있는 환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우울증 환자가 2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골 지역의 경우 고독감·경제적 어려움 등이 노인 우울증을 유발하고, 이는 높은 노인 자살률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흔히 나온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당해 농촌 지역 자살률이 전국 평균 자살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농촌 비율이 높은 충남의 경우 자살률이 29.8%였다. 상황은 이렇지만 비 수도권 지역의 정신의료기관 인프라는 마땅치 않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전국 정신건강관련 기관 현황집’에 따르면 2019년 전국서 1839개의 정신의료기관이 운영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491개 ▲경기 373개 ▲부산 159개 ▲경북 73개 ▲충북 51개 ▲충남 58개 ▲전남 51개 등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드러났다. 당해 전국 229개 시·군·구 지역 중 37개 지역에는 정신의료기관이 아예 없기도 했다. 
 
농촌 등 의료취약지 우울증 환자들에게 의료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신경과학회는 “학생·일반국민 뿐 아니라 특히 우울증이 심한 시골 노인의 경우 주변에 내과·가정의학과·일반의 등의 의원이 있지만 SSRI 항우울제 관련 규제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유럽·호주·아시아·아프리카·중동 등에서는 모든 의사로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기가 쉽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우울증 치료를 받기 위해 전체 의사 중 3%뿐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간호사도 SSRI 항우울제를 처방하는데 한국 의사들은 못한다”며 “한국은 우울증 환자들과 비 정신과 의사들의 지옥”이라고 꾸짖었다.  
sbl@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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