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선량한 의사들 감시 대상 전락, 직업의식 혼란'
김장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2021.09.03 11:1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최근 의료계는 파란의 연속이었다. 의료계가 결사 반대하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고, 병원 종사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불거진 파업예고 사태는 막판 합의가 이뤄져 극단적 상황은 모면했다. CCTV 설치법은 입법예고란 형태로 마무리됐지만, 실제 법이 시행되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진통을 야기할 것으로 예견된다. 보건의료노조 또한 정부와의 합의점을 찾는데 성공했지만  협의사항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남았다. 코로나19 시국 중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은 의료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의료현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학병원 교수들 생각은 어떨까. 같은 의료분야 종사자이지만 개원가 의사 및 비의료인 보건의료종사자들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이 사안을 조명하고 있다. 최근 다사다난한 의료계에 대해 김장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사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회장은 “전의교협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고 강조하며 운을 뗐다. 

Q. 의료계 반대가 거셌던 수술실 CCTV 설치법이 통과됐다. 교수계 분위기는 어떤가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많은 교수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대부분 대학병원은 전공의 교육수련기관 예외조항에 의해 이 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법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환자와의 관계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아닌 감시와 불신에 기반한 관계, 믿음의 소실은 의료서비스의 현격한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또 많은 교수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험한 수술을 하는 과를 비롯해 많은 의사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깊은 사명감을 지니고 있다. 일부 그렇지 않은 의사들도 있겠지만,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이 감시 대상으로 전락해버리면서 직업의식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Q. 해당 법이 시행됨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은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진료과, 특히 산부인과 기피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이 밖에 환자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수술을 실시하는 과들의 인력난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비인기과로 여겨지는 이들 과를 선택하는 ‘바보 전공의’가 있겠냐는 말까지 나온다. 개원가에선 분만을 하는 병원이 씨가 마를 것이다. 해마다 분만 인프라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성형외과나 정형외과 같은 인기과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들은 대리수술만 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술이 큰 위험을 동반하지는 않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힘들어지는 것은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을 하는 진료과들이다. 
김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교수 사회도 부정적인 반응이 거세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의료계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 없이 권리만을 주장했던’ 대화법이 정부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환자와의 신뢰 붕괴, 대안 없이 권리만 주장은 없었는지 생각해봐야"
"외과계 비인기과 어려움 가중, 개원가는 분만병원 사라질 것"
"CCTV 설치법 극단적 입법 전에 자정책 제시해서 정부 설득했어야"
"보건의료노조, 간호사 수당 개선 요구 타당하지만 한편으로 대학병원 교수들 어려움 가중 씁쓸"

Q. 의료계가 언급한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결국 시행되는데
-지금까지 해당 법의 부정적 측면을 위주로 얘기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법의 취지 자체에는 동의한다. 최근 대리수술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국민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지점에서 의료계는 먼저 자정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이 같은 외도(外道)를 근절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했어야 한다. 하지만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징계권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성명발표, 시위 등 여러 행동이 있었지만 결국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의사 권리수호나 예상되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이한 대처였다. 
 
Q. 개정안이 통과되기 이전 의료계가 다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었단 지적이다. 어떤 대안이 가능했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법 시행에 앞서 의료계가 스스로 자정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한 (의협 징계권 부여 등) 입법안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극단적인 법 시행에 앞서 단계적인 조치를 진행하는 쪽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혹은 시발점이 된 대리수술 자체에 대한 처벌법을 강화하는 쪽으로 구체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방향도 있다. 예를 들어, 대리수술 의사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는 법이다. 면허 취소는 의사들에게 가장 두려운 처분으로 이 또한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명백한 잘못에 대해선 의사들도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선 오랫동안 논의가 이뤄진 만큼 이 밖에도 많은 방법이 있다. 알려진 타당한 대안들이 많은 상황에서 왜 설득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Q. 이번 개정안 입법과 관련해 범 의료계가 반대 입장을 내보이는 와중에도 전의교협은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의협이 발표한 공동성명서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전의교협 내부적으로는 많은 논의가 오갔다. 비록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더라도 전국 의과대학 교수를 대표하는 단체인 만큼 입장을 표명할 필요성도 느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까닭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협의 대화전략에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가 합동기자회견에 참여했지만 결국 이들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협 전략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면 이번 사안에서 대학병원 교수들은 유연하게 움직였다. 분당서울대병원 등 각 병원 지부 차원에서 입장을 발표했고, 외과계 5개 학회도 공동 성명문을 냈다. 이번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전의교협이 한 발짝 물러난 이유에 대해 김 회장은 의협과 전의교협 간 소통이 부족했음을 간접적으로 표했다. 다만 이 같은 사안에서 의협의 적극적인 제스처가 있다면 대학병원 교수들 또한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예고 사태에 대해서도 논평했다. 간호인력 처우개선 등 이들의 요구사항은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엄중한 시국에서 대립상황이 해소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들과 같은 ‘병원 종사자’인 대학병원 교수들 근로환경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직 등 높은 업무강도에 교수들의 고충은 이미 임계점에 달했다는 것이다.

Q. 최근 의료계에선 또 다른 ‘큰 일’이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사태가 직전에 간신히 봉합됐다
-보건의료노조 파업 예고는 중요한 이슈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체계가 마비될 수 있는 위기였다. 몇몇 병원은 파업에 돌입했으나, 우선 모(母)단체와 정부와의 협상이 타결된 것은 다행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대부분 내용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의사인력 확충은 차치하고, 중점 요구사안인 간호사 수당지급 등 '열악한 처우개선'은 어떤 직군이든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교수들이 처한 현실이 새삼스럽게 씁쓸했다. 법의학을 전공한 본인은 비록 진료행위를 하진 않지만, 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의 업무강도가 얼마나 혹독한지는 잘 안다. 많은 교수들이 적잖은 나이에도 밤새 당직을 서면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또한 개선이 시급한 사안이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전의교협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 전국의과대학교수 노동조합(전의교노)이 출범했고, 아주대병원 등 일부 지부는 병원 측과 첫 교섭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교섭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내년 전국 지부가 확대되면서 전의교노는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노조 단체로서 전의교협의 앞으로 행보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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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인 09.04 21:13
    몇 안되는 부부강간 잡겠다고 전 국민 침실에 CCTV설치한거랑 뭐가 다르냐?
  • ㄴㄴ 09.04 07:35
    저걸 의식한다는 자체가 자신이 실력없다는 의사라는 거니까 증 반납해야한다는 자기 무덤을 파네 ㅋㅋㅋㅋ 저게 더 환자와의 신뢰가 더 좋아지는 거지 괜히 찜찜했다가 살인난다 요즘시기엔. 현 여당 법안 잘 한거다. 저건. 시시티비엊ㅅ으면 70년대처럼 실수로 했다가 나 몰라라 하려고? 우리 형도 의사출신인데 자기도 잘 못한다 한다 실무 간호사들이 더 잘한다는 사람도 있고 도와주는 거에 있어서. 형이 그러는데 저런 주장하는 사람은 보나마나 나같은 사람일거래 ㅋㅋㅋㅋㅋㅋㅋ 실력있으면 더 설치하라고 한다고 할 거라고 ㅋㅋㅋㅋ 더 집중하니까 ㅋㅋ 이게 100시간 돌아가는 게 아니라 수술때만 되는 거니까 범죄예견미리 방지인 거지.
  • 응 할 수 있지 09.03 14:35
    누가 감시하고 있는데... 그걸 의식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의사가 무슨 성인인가? 세상에 그런거 없는거 잘아시면서...종교지도자, 정치지도자, 일반국민 ... 다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데... 감시 받으면서까지 어려운 수술이나 시술을 할 수 있을지??
  • 이해불가 09.03 13:41
    의술을 시행함에 있어 CCTV가 있냐 없냐에 따라 질적 수준이 좌지우지되고

    누가 쳐다볼때와 쳐다보지 않을때 행위가 달라지는게 현재 세계첨단이라는 한국의학의

    인식수준이고, 소위 지도자라고 하는 분이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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