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성과···제약업계 오픈이노베이션 새 패러다임
기존 기술수출 대신 해외벤처 기술 수입, 제품화로 독점 공급 전략 등
2021.08.30 19:1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국내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추진 방향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을 꾀하는 해외 기업에 기술을 수출하거나, 국내 벤처로부터 기술을 사들이는 전략이 주였다면 근래에는 해외 바이오벤처의 신약을 도입, 국내 판매하는 전략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국내 시장 선점 전략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성과를 낸 업체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신약 FDA 허가, 국내 독점판권 확보 성공 종근당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성과를 낸 대표적인 제약사로는 종근당이 있다. 종근당은 9년 전 ‘찜’했던 미국 바이오벤처의 혁신신약이 미국 허가를 받아내면서 성과를 예고했다.
 
종근당은 지난 26일 국내 독점판매권을 가진 카라테라퓨틱스의 요독성 소양증(가려움증) 치료제 ‘CR-845’(상품명 코수바)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요독성 소양증 치료제로서 최초 허가를 획득한 혁신신약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종근당은 지난 2012년 미국 바이오벤처 카라테라퓨틱스와 코수바에 대한 국내 독점개발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개발에 참여해왔다.
 
카라테라퓨틱스는 지난해 3월 코수바 다국적 임상을 완료한 뒤 12월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올해 3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에도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내에서는 종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2016년에도 이스라엘 바이오벤처 캔파이트의 간세포암 치료제 'CF102'(나모데노손)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종근당은 캔파이트로부터 비알코올성간암(NASH) 치료제로서 CF102에 대한 독점 공급 및 판매권을 확보했다. 아직 NASH 치료제가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만큼 향후 성과를 낼 경우 시장 선점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후보물질 사들여 만든 유한양행 렉라자, 역수출 ‘대박’

유한양행도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성과를 거둔 기업 중 하나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블록버스터급으로 평가받는 31호 국산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선보였다.
 
유한양행은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전임상 돌입 직전이었던 레이저티닙을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이후 물질 최적화와 임상 등을 거쳐 렉라자를 출시했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빅파마 얀센과 1조4000억 원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이에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가장 최근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는 오픈이노베이션 일환으로 미국 바이오벤처인 알로플렉스에 100만 달러 규모의 공동투자를 진행했다.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 공동투자는 두 번째  사례로 지난달 미국 제약사 뉴론에 1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하면서 파킨슨병 신약 개발 협력을 확정한 것에 이은 것이다.
 
양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내년 상반기 알로플렉스가 진행할 면역세포치료제 ‘수플렉사’ 임상 1상 진입을 돕고, 향후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24일에는 한국파마가 영국의 쉴드테리퓨틱스의 빈혈 치료제 ‘아크루퍼’(성분명 페리크말톨)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아크루퍼는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 및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승인 후 판매 중에 있다. 

제약업계 “해외서 찾은 숨은 진주로 국내 시장 선점”

제약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국내 제약업계 시장 성장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흐름 자체가 넓어지고 있는 첫 단계에 온 것으로 평가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 자체 연구역량만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들이라고 모든 분야를 연구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사업 확장에 주력했다. 우리도 제약시장이 커지면서 그 흐름에 합류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국내 업계 여건상 국내 벤처들의 기술을 발굴하는 데만 주목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에서 숨은 진주를 찾아 국내 시장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최근 해외법인을 많이 설립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해외 바이오벤처에서 수입해올 만한 기술을 탐색할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아직 초기 탐색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빅파마처럼 확실히 오픈이노베이션 범위가 넓어졌다. 국내에서 기술을 사서 국내에서만 파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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