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중앙IRB, 임상시험 새 패러다임 제시할까
서울대·세브란스·아산병원 등 참여, '신속심사 가능' vs '항암제는 위험'
2021.08.01 17:22 댓글쓰기
[사진제공 식약처]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기관 임상시험 지원을 위한 중앙임상시험삼사위원회(이하 중앙IRB)를 정식 출범했다.

중앙IRB 설립에 관한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한지 약 1개월 만이다. 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성모, 아산, 삼성서울병원 등 빅 5 병원을 포함 40여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이지만 임상시험 전문가들 사이에는 일부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식약처는 7월 3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출범식을 열고 중앙IRB 정식 출범을 알렸다. 이번 출범식에서 식약처는  중앙IRB 협약병원 관계자 및 심사위원들에게 제도 도입 취지 및 추진 경과, 운영계획 등을 설명하고 제도의 원활한 정착을 위한 의견을 청취했다.

중앙IRB는 다기관 임상시험을 통합 심사할 수 있는 체계다. 기존 병원별 IRB 체제에서는 여러 병원이 참여하는 다기관 임상시험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각 병원별 IRB에서 일일이 임상 적합성을 심사한 뒤 이를 식약처에서 다시 취합해 심사하는 등 행정절차 중복이 많았던 까닭이다.

이에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중앙IRB 설립 근거 및 세부사항 등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지난 6월 29일 1년 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중앙IRB 설립의 길이 열렸다. 법안 통과 이후 한 달 만에 중앙IRB가 정식 출범한 것이다. 
 
첫 출범한 중앙IRB에는 총 40개 병원이 참여했다. 코로나19 백신 등 임상시험 수행 기관 및 임상 수행 상위 기관들이다. 

중앙IRB는 기존 개별기관 소속 IRB가 참여하는 공동심사위원회 형태로 운영될 방침이다. 참여기관의 심사효율성 및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출범 이후에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항암제 등 공적 필요성이 큰 의약품을 중심으로 심사를 운영한다. 점차 심사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중앙IRB 출범이 규제과학을 바탕으로 한 국내 임상시허 심사 전문성 강화의 밑바탕이 되길 바란다”며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등의 신속 개발을 위한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임상 수행기관 및 심사위원들도 중앙IRB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야심차게 출범한 중앙IRB에 대한 실제 임상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임상 학계는 신속한 심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과 함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부정론도 일부 제기된다.

서울 H대병원 IRB 위원장을 맡고 있는 S 교수는 “앞으로 다기관 임상시험의 경우 중앙IRB에서 일괄 심사한 뒤 결과를 임상 참여 기관들에 보내 각 기관 IRB에서 신속심사로 진행하게 된다. 속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신속한 개발이 필요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와 환자들의 시간이 부족한 항암제에 우선적으로 중앙IRB 체계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 효율성과 신뢰성을 위해 심사 대상인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기관은 반드시 위원회에 참석토록 규정한다. 가령 한 임상에 3개 병원이 다기관으로 진행한다면 해당 병원 소속 위원은 반드시 심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중앙IRB 출범을 위해 식약처에서 병원 당 최대 5명까지 참여 위원 추천을 요청했고, 우리 병원에서도 3명의 위원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반면 K 前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현재도 우리나라 임상시험은 시장에 비해 너무 많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항암제 임상시험은 위험성을 동반한다. 항암제 임상 증가가 꼭 환자에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그런데 중앙IRB가 항암제 임상 심사를 맡게 되면 항암제 임상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항암제 후보물질은 독성이 심하고 환자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경우가 많다. 각 IRB에서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팬데믹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위한 임상이라면 공공성을 위해서도 신속심사를 할 필요가 있겠지만, 항암제에 대한 중앙IRB 적용은 개인적으로는 위험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학병원 등 현장 IRB 위원 중에서는 일부 반대 여론이 있었고 통합 IRB가 제약사 편의주의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고, 실제로 신속처리가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주장도 나왔던 실정이다.

S 교수는 이어 “앞으로 식약처가 중앙IRB를 어떤 간격으로 어떻게 운영할지가 기관 효용성을 가를 관건이 될 것”이라며 “아직 세부절차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앙IRB가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결정‧운영돼 국내 의‧약학 발전의 허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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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적산 08.02 09:39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이 양존하는 제도이다.

    잘 되기를 바라지만 획일적이고 통제적인 제도가 또 다른 행정권력 기구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현장을 무시하는 횡포의 몽둥이가 되어서는 않된다.

    각 연구기관이나 병원의 IRB를 활성화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을 지원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볼때 바람직한 길이라는 것을 잊지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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