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명확한 동의 없이 폐 절제'···대학병원 '11억' 배상
의사 '다제내성결핵 의심, 최적 치료 선택' 주장···대법원 상고 기각
2021.07.28 08:3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결핵 재발로 내원한 환자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조직검사 과정에서 폐엽을 절제한 대학병원 의사 및 병원에 대해 대법원이 11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책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병원 측은 다제내성결핵일 경우를 고려한 최적 치료를 선택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재판장 이기택)은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환자 A씨가 B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건강검진결과 결핵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받은 A씨는 2016년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인 B대학병원 호흡기내과에 내원했다.
 
흉부 CT·흉부방사선 검사를 받은 A씨의 경과를 지켜본 의료진은 앞서 폐결핵을 앓았던 A씨 재발을 의심했다. 
 
의료진은 A씨에게 항결핵제를 처방했고, 2개월 뒤 흉부방사선 시행 결과 우측 폐상엽 병변이 진행되는 양상을 발견했다. 
 
이에 의료진은 결핵이 아닌 희귀 원인균에 의한 폐렴을 의심했다. 그리고 염증 원인을 찾기 위해 A씨에게 폐 조직검사를 권유했다.
 
A씨가 조직검사에 동의하자 담당의는 같은 병원 흉부외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A씨를 담당하게 된 흉부외과 전문의 C씨는 흉강경을 통한 폐조직검사(쐐기절제술)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A씨 동의를 받았다.
 
검사 당일, C씨는 A씨를 전신마취한 다음 우측 폐상엽 말초 부위조직을 절제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A씨 병변에서 감염성 폐질환에서 나타나는 염증성 물질을 발견했다. 
 
하지만 해당 검체에 대한 냉동생검병리판독 결과,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의 소견이 나왔다.
 
이에 C씨는 검체에 대한 최종 병리판독을 하더라도 진단되지 않을 가능성, 쐐기절제술로 절제한 폐 부위가 염증으로 잘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 등을 판단해 우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폐 절제술을 시행했다.
 
며칠 후 최종 병리 판독결과에서 해당 검체는 결핵을 시사하는 소견이 나왔다.
 
최종 판독결과를 받아든 A씨는 폐 절제에 대한 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었다며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2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또 "최종 판독결과 전에 냉동생검병리판독 결과만 가지고 폐엽 절제술을 시행한 것은 의료행위 상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어진 재판에서 C씨와 B대학병원 측은 ‘A씨에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가장 적절하고 유리한 방향으로 추가 절제를 하겠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며 폐 절제술에 승낙한 것이라 항변했다.
 
폐 절제를 실시한 것에 대해서도 “만일 병변이 다제내성결핵이라면 수술 후 합병증이 열려되는 상황이었으며, 폐기능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확진과 함께 병이 빠르고 깨끗하게 나을 수 있는 최적의 치료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 변호인 측은 “A씨는 수술동의서를 작성할 무렵 쐐기절제술로 절제하는 범위에 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더 나아가 폐엽 전부를 절제하는 내용이었다면 결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먼저 주의의무 위반 관련해선 진료기록감정을 바탕으로 C씨 책임을 인정했다. 
 
다제내성결핵을 염려해 폐 절제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조직검사 도중 다제내성 결핵 여부를 육안만으로 판단할 수 뿐만 아니라, 조직검사 결과 다제내성결핵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전에 추가절제 가능성을 설명하고 ‘A씨가 고개를 끄덕였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A씨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C씨 및 B대학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변호사인 A씨의 연령과  노동능력상실률 및 해당 직종의 평균 일실수입을 산정해 14억원의 손해배상을 선고한 원심과 달리 11억원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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